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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 운동회’ 등장한 한국, 진로 설계 넓힌 캐나다 - 순위 없앤 운동회 등장 "경쟁 완화 취지", 앨버타는 예산으로 교육 경로 확장

OECD, 학교 기능 전환 필요성 제기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왼쪽)와 캘거리 학생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캘거리헤럴드) 
(이정화 기자) 한국 초등학교에 ‘지는 팀 없는 운동회’가 등장했다. 순위와 점수를 없애 경쟁을 낮추려는 시도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교육 현장은 긴장을 완화하는 장치를 꺼내 들었다. 같은 시기 캘거리는 경쟁을 감추기보다 직업·기술·칼리지 등 병렬 경로에 예산을 투입해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 경쟁을 가리는 한국, 이유는 ‘버거워진 학교’

‘지는 팀 없는 운동회’는 최근 한국의 일부 초등학교에 도입됐다. 패배에 따른 상처와 갈등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사교육과 학부모 개입, 비교 문화가 학교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승패가 드러나는 순간 민원이 커진 구조도 배경이다.

일부에선 “경쟁 역시 교육의 일부이며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경쟁을 지우는 방식이 문제 해결이 될 수 있느냐를 두고 학교의 역할을 다시 묻는 목소리다.

이 부담은 학생 인식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고등학생들은 진로 선택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성적 경쟁과 비교 압박을 꼽았다. 동시에 ‘대학 외 경로에 대한 정보 부족’을 장애 요인으로 응답한 비율도 적지 않았다. 경쟁을 원해서가 아니라 선택지가 제한돼 있다고 느끼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현장 체감은 더 직접적이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40대 학부형 A씨는 “일주일에 학원 5개를 돌리고 매일 픽업을 한다. 아이가 학원을 더 늘려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버겁지만 입시가 그만큼 중요하고 평균 이상을 맞추려면 늘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시 현장에서도 경쟁의 초점은 ‘대학 진학 여부’가 아니라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일부 학생들이 고교 재학 대신 검정고시를 선택해 입시에 도전하는 사례는 경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학교 밖으로도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무승부가 필요 없는 캘거리, 이유는 ‘열린 경로’

캘거리는 무승부를 선택하지 않았다. 경쟁은 그대로 두고 결과 이후의 이동 경로를 넓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OECD 교육국에 따르면 캐나다는 대학 진학 외에 칼리지·직업·기술 경로 참여 비중이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앨버타 정부도 2025~26년 예산에서 대학·칼리지 등 포스트세컨더리 교육과 직업·기술·견습 프로그램 강화를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캘거리대 교육정책 연구진은 “학생을 한 줄로 세우기보다 여러 갈래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캐나다 통계청의 청년 대상 조사에서도 진로 스트레스는 입시 결과보다는 취업 전망과 경로 선택 문제로 분산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대학에 가지 않을 경우 ‘탈락’으로 인식되는 구조보다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부담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전망은 여기서 갈린다. 앨버타는 이처럼 인구 증가 흐름 속에서 현 예산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학생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의 올해 교육 예산안은 진로교육 강화와 직업교육 연계를 통해 방향 전환의 신호를 담고 있다. 다만 학령인구 감소 국면에서 입시 경쟁이 사라지기보단 형태를 바꿔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OECD는 학교가 성과를 구분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두 나라 모두 경쟁 이후의 흐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교육 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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