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너의 과거를 알고 있다 - 김형진 (캘거리 문협)
이제 쇼타임이다.
시트를 살짝 벗기면 작업 할 맨살이 드러난다.
손바닥에 기름을 두르고 상대 몸에 기름을 얇게 펴 바르면서 온갖 손의 감촉으로
몸에서 이야기하는 말들을 재빨리 들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순서로 몸의 부위들을 공략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손바닥으로 넓은 등허리를 와이셔츠를 다리듯 부드럽게 펴주면서 온기를 교환한다.
부드럽게 밀리지 않는 울퉁불퉁한 상황을 마주할 땐, 주먹을 쥐고 불도저로 둔덕을 까부서트리듯 밀어버리면 어느정도 보기좋은 모습으로 완만해 진다.
가끔 너무 뻣뻣한 힘줄을 만날 때면, 손으로 힘줄 부위를 넓게 잡아 올리면서 속으로 숫자를 30정도 세고 내려 놓으면 제 아무리 뻣뻣한 녀석들도 부드럽게 부들거린다.
나는 캐나다 알버타 공인마사지사다.
한국으로 치면 도수치료사와 같다. 매일 몸이 아픈 환자들에게 마사지 치료를 한다. 클리닉에 오는 대다수의 환자들은 허리나 무릎, 어깨, 목이 아파서 찾아온다.
열심히 일만 하다보니 허리나 목이 어깨에 무시못할 통증이 찾아오는 것이다. 가족의 부축을 받고 뒤뚱거리며 치료실에 들어오는 허리병 환자나, 무릎수술을 한 분들도 있다.
환자들의 몸을 보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대하면서 살아왔는지가 보이는 듯 하다.
목 뒤쪽에 어른 주먹 두개 정도는 될 법한 살덩이를 달고 회사 리셥션에서 일하고 있다는 중년 백인 여성분,
흉추가 너무 등쪽으로 휘어져 버려 똑바로 누우려면 베개는 두세개 정도 목에 받쳐드려야 겨우 몸을 누울 수 있을 정도로 40년 넘게 카페트만 깔러 다니셨다는 팔순 된 백인 할아버지
초등학생 정도 될 자그마한 키의 왜소한 몸이지만 온몸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유명한 쌀국수 집 사장인 베트남 중년 아주머니,
치과의사로 수십년을 일하다가 손가락과 손목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와서 손가락 마디마디에 혹을 붙이고 오신 칠순이 다된 백인 할머니,
몇 년동안 공부만 해서 목과 어깨가 굽은 채로 온 의대에 재학중이라는 중국에서 유학온 여학생,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 마다 허리통증을 호소하던 건축가로 일하는 인도 중년 여성분,
하루 종일 트럭에 앉아 운전일을 하다가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은 백인 중년 남성분,
다 열거하지 못한 무수한 사연들의 환자분들이 떠오르며 스쳐 지나간다.
마사지를 하면서 다양한 분들과 어떤 삶을 살았는지 스몰토크를 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는 동시에 몸을 어루 만져주며 그간의 일들을 위로해 준다.
한가지 재미있는 일은, 적지 않은 캐나다 여자분들은 몸에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기일을 문신으로 새겨 놓았다.
아마도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어린시절 자라 유독 더 추억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경우는 강아지 사진과 함께 죽은 날짜를 새겨 놓은 경우도 보았다.
무시무시한 악마와 거룩한 십자가 옆의 천사의 모습을 등 전체와 팔에까지 하고 나타난 백인 남성분과는 몇 분의 대화만으로 마음은 여린 성격이어서 더 몸에 문신을 하고 다니는지도 모르겠다.
몸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과거가 보인다.
그들의 노력이 몸에 아로새겨져 있다. 수많은 시간들이 겹겹히 쌓여서 몸으로 표현된다.
나는 오늘도 몸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간의 슬픔과 노고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