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늘부터 캐나다산 제품 110종에 50% 추가 관세 - 치즈·모터보트·ATV·가구까지 품목 확대…소금·설탕·시멘트 등 10개 품목은 관세 철회
토론토의 한 시멘트 제조 공장 인근에 위치한 비다시게(Biidaasige) 공원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화요일부터 캐나다산 수입품 110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관세 조치가 시행됐다. 시멘트는 관세 부과 목록에서 제외된 10개 품목 중 하나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미국이 15일 0시를 넘기면서 캐나다산 제품 110개 품목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주 예고한 관세 품목 확대 조치로, 치즈와 모터보트, 사륜형 오프로드 차량(ATV), 가구를 비롯해 알루미늄·종이·목재·철강 제품 등이 새롭게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 8월 22일 미국이 광범위한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나온 추가 조치다. 캐나다도 이에 맞서 약 700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9월 8일부터 시행하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에 관세 품목을 늘리는 동시에 소금과 설탕, 시멘트, 배전반, 화장지 등 10개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철회했다. 백악관은 미국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공익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추가·철회된 품목의 경제적 규모는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오타와대학교 무역법 전문가 볼프강 알슈너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관세가 철회된 품목의 대미 수입 규모는 약 24억1000만달러, 새로 관세가 부과된 품목은 약 25억6000만달러다. 관세 적용 범위가 소폭 확대됐지만 양국 전체 교역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새 관세 품목은 배전장치와 배전반으로, 미국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약 7억5000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이 제품들은 자동차부터 항공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된다.
반대로 미국이 일부 품목의 관세를 철회한 것은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비용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겨울철 도로 제설에 필요한 소금이나 건설에 필수적인 시멘트처럼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을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이 대표적이다.
캐나다산 화장지도 관세 철회 품목에 포함됐다. 캐나다는 2024년 약 3억2800만달러어치의 화장지를 미국에 수출해 미국의 최대 해외 공급국이었다. 캐나다산 소금 역시 미국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2025년 미국의 대캐나다 소금 수입액은 약 1억5920만달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캐나다 기업의 수출 전략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제품으로 생산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지만, 미국이 알루미늄 등에서 품목을 세분화해 관세를 확대하면서 이런 우회 전략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추가 관세는 8월 미국과 캐나다가 무역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후 양국 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캐나다산 주류와 오토바이 등 일부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도 발표했으며, 이는 오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미국이 관세 부과 이후 별도의 수입금지 조치를 늦게 시행하는 것은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캐나다와의 무역협정이 “상당히 이른 시일 내” 타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확대가 캐나다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특정 지역과 산업에는 상당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전쟁이 장기화하면 생산 감소와 일자리 축소, 중소기업 폐업 등 지역 단위의 경제적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로 맞서는 현재의 ‘맞불’ 전략 역시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양국 기업과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캐나다가 가능한 한 신속하게 미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