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민 기자, 김민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캘거리에 입국한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공식적으로 16일과 17일 양일간 개최되며, 대부분의 정상들은 15일 도착해 헬리콥터를 통해 회의 장소인 카나나스키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날은 공식 환영과 비공식 교류가 중심이며 본격적인 회의는 이튿날부터 시작된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이자 다자 외교 무대에서의 공식 데뷔 무대다. 이 대통령이 공약해온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기조가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계기로, 외교 정책의 방향성과 실효성을 가늠할 중요한 무대로 평가된다.

청와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5일(한국시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 내외분이 16일부터 1박3일 일정으로 캐나다를 방문한다”고 밝히고 “캐나다 측의 공식 초청으로 성사된 이번 G7 참석은 한국의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엄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가 공개한 G7 일정에 따르면, 16일은 각국 정상들이 대면하는 주요 양자 회담이 집중되는 날로 ‘경제적 평화’와 에너지 안보, 공급망, 인공지능(AI) 협력 등이 논의된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관세 조치에 대해 공동 대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카니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황과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초청해 회의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캘거리에 머물며 G7 외 초청국들과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저녁에는 앨버타 주정부 주최 공식 일정에 참석하고 다음 날 카나나스키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17일은 초청국 확대 세션이 진행되며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연계 방안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G7 회의 참석을 전후로 미국 등 주요국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위 실장은 “특정 국가명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G7 정상회의 기간 중 여러 나라와 정상급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으며,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한미 간 관세 문제와 안보 현안을 중심으로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현재 관련 실무협상이 진행 중이며, 정상 간 회동은 협상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대면 가능성도 주요 관심사다. 두 정상은 이달 초 첫 통화를 통해 양국 간 관세 문제 해결 의지를 확인한 바 있으며, 이번 G7 회의가 후속 논의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또한 한미일 3국 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한국 외교·안보의 근간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열린 입장”이라며, “현재 다자 간 일정을 유연하게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G7 회의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구도가 주요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외교적 관계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역 불균형, 비시장적 경제 정책, 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등 중국을 겨냥한 서방국들의 공동 대응이 논의되는 가운데, 한국의 입장 표명이 중요한 외교적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실용 외교’, ‘국익 우선’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외교 전략은 아직 실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이번 G7 정상회의는 그 실효성을 입증하고 외교적 존재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교민 간담회는 무산…현지 동포들 실망감

한편, 이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 일정에는 교민들과의 공식적인 만남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밴쿠버 총영사관 및 캘거리·에드먼턴 한인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G7 참석 일정이 갑작스럽게 확정된 데다 주요 정상들과의 회담 준비 등 외교 일정이 빡빡하게 진행되는 탓에 교민 대상 간담회나 외부 일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도 당초 교민 간담회 개최를 검토했으나, 취임 직후 진행되는 첫 해외 순방이라는 점과 G7 현안 대응의 긴박성을 고려해 해당 일정을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혜경 여사가 현지 교민들과 비공식적으로 만나 소통하는 일정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이 알려지자 현지 교민 사회에서는 아쉬움과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본지에는 이 대통령의 G7 참석 소식이 발표된 직후부터 교민 간담회 관련 문의 전화가 수십 통 접수됐다. 한 교민은 “입장료가 있다면 수백 달러라도 내고 대통령을 직접 뵙고 싶다”고 말했고, 또 다른 교민은 “지나가는 길이라도 미리 알려주면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민은 “이 대통령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당선된 만큼 직접 만나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