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분유까지 싹쓸이”…캐나다 식료품 절도 ‘100억 달러대 범죄시장’ 됐다
생계형 넘어 조직범죄로 번진 식료품 절도…경찰 “전국적 위기”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캐나다 전역에서 식료품 절도가 급증하면서 연간 피해 규모가 약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생계형 절도를 넘어 조직범죄까지 개입하면서, 업계는 이를 “전국적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소매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식료품 절도는 경제적 어려움과 조직화된 소매 범죄 증가가 결합되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절도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최근 절도 범죄는 단순히 음식 몇 개를 훔치는 수준을 넘어섰다. 고가 식료품과 분유, 육류, 주류 등을 조직적으로 훔쳐 되파는 사례가 잇따르며 사실상 ‘암시장 유통망’까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TV 뉴스 범죄전문가 마크 멘델슨은 “동유럽계 조직범죄 세력까지 개입한 정황이 있다”며 “대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치먼드 RCMP는 올해 들어 지역 내 슈퍼마켓 절도 신고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프랭크 브라이슨 RCMP 경사는 “범죄 분석팀이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급증 현상은 이미 주요 대응 사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는 올해 1월 경찰이 ‘프로젝트 팬트리(Project Pantry)’라는 특별 단속을 실시해 식료품 절도 조직 관련 용의자 12명을 체포하고 78건의 혐의를 적용했다.
에릭 스텁스 오타와 경찰청장은 “용의자들이 물건을 훔친 뒤 곧바로 차량으로 이동해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며 “대가로 현금이나 마약을 받는 구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셀프 계산대가 새로운 범죄 취약지로 떠오르고 있다.
온타리오주 구엘프 경찰은 이달 초 셀프 계산대에서 저가 상품 바코드를 찍은 뒤 고가 상품을 가져간 혐의로 한 남성을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1달러 미만 상품을 스캔하면서 실제로는 개당 97달러 상당의 분유를 계산 없이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멘델슨은 “셀프 계산대에서 경고음 없이 물건만 계속 봉투에 담기는 장면을 직접 본 적도 있다”며 “미국 일부 월마트 매장이 셀프 계산대를 철수시키는 이유도 손실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절도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온타리오주 윈저에서는 주차된 화물트럭에서 22만 달러 상당의 쇠고기가 통째로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업계는 육류 가격 급등이 이런 범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훔친 식료품의 일부가 식당이나 소규모 식료품점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일부 영세 업소들은 경영난 속에서 저가 공급 물품을 구매하다 자신도 모르게 도난 식품을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캐나다 외식업계와 유통업계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식료품 절도까지 급증하면서 업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는 정부와 경찰에 조직적 소매범죄 대응 강화와 함께 셀프 계산대 보안 시스템 개선, 재판매 유통망 단속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