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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아닌 산을 벗하라_ 오충근의 기자수첩
 
나라 없는 민족 ‘쿠르드 족’의 비극
정치 지도자 중 트럼프 대통령처럼 구설수에 많이 오르고 화제의 대상이 된 지도자가 없다. 그는 대통령 후보가 된 날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화제를 뿌렸다. 요즘에는 탄핵 가능성이 점쳐지며 다소 조용해졌지만 그는 정제되고 훈련되고 조심성 있고 신중한 워싱톤의 직업 정치가들과 차원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 저돌적 즉흥적 인상을 주지만 그의 일관된 정치철학이 있으니 “미국 실리 우선”이다. 그는 대통령 된 후 이 원칙에 충실해 미국이 손해 본다 생각되면 즉각 행동에 옮겼다. 무역, 외교, 군사분야에서 거침이 없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전례 없는 행동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는데 한달 전에 있었던 쿠르드 족에 대한 배신은 다른 나라들과 빚었던 갈등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쿠르드 족이 우리들에게 알려진 동기는 ISIL 때문이었다. 한 때 전 세계를 테러에 대한 공포와 인간성 말살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했던 최악의 테러집단 ISIL을 상대로 쿠르드족은 최일선에서 싸웠다. 한때는 시리아, 이라크 일대를 아우르는 거대한 지역에 준 국가조직을 가질 만큼 기세가 등등했던 ISIL이 소수 테러조직으로 위상이 추락한 것은 쿠르드 족 군사조직인 페쉬메르가 활약 때문이었다. 폐쉬메르가는 미국의 지원으로 무장해 ISIL의 수도 락카를 함락 시켰다. 엄청난 인적 피해를 입으면서 미국에 협력해 ISIL과 전쟁을 했으나 결과는 실망적이었다.
미국의 우방인 터키는 쿠르즈족 세력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세력이 커지면 독립국가를 세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란, 이라크, 시리아도 마찬가지다. 쿠르드족이 나라를 세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 네 나라는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반목과 분쟁 평화를 되풀이 하지만 쿠르드족에 관해서만은 이해가 일치한다. 그래도 쿠르드족은 미국의 도움으로 자치정부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으로 ISIL을 상대로 전쟁을 해서 이겼다.
ISIL은 중동국가들의 공동의 적이었다. 같은 수니파지만 세속국가인 터키로서는 수니파 원리주의자들을 용납할 수 없었다. 시아파가 주종을 이루는 이란으로서는 ISIL은 섬멸의 대상이었다. 시리아 지도층은 시아파로 ISIL이 섬멸의 대상이지만 자스민 혁명을 일으킨 시리아 민중의 대부분이 수니파로 ISIL의 직, 간접 지원을 받았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의 우방이지만 미국의 적인 ISIL을 비공식으로 지원했다. ISIL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서로 달랐으니 쿠르드족의 페쉬메르가의 활약이 아니었으면 ISIL을 상대로 군사적 승리에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을 것이다.
정식군대가 아니고 민병대지만 페쉬메르가는 강대국의 요청으로 1차대전 때부터 참전해 용명을 날렸다. 이라크전에서는 CIA와 작전을 수행해 오사마 빈 라덴 체포에도 공을 세웠다.

트럼프의 기발한 아이디어
두통거리였던 ISIL문제가 해결되자 트럼프는 느닷없이 북부 시리아에서 철군하겠다고 폭탄 선언했다. 정식국가는 아니지만 쿠르드족과 미국은 ISIL을 상대로 같이 전쟁을 한 혈맹으로 미군이 시리아에 주둔해 있는 한 이 지역에 몰려 살고 있는 쿠르드족으로서는 미군이 터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쿠르드족의 독립을 원치 않는 터키는 쿠르드노동자당을 테러조직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군의 철수는 쿠르드족으로서는 강력한 보호막이 사라지는 것으로 혈맹에 대한 배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터키는 트럼프의 철군 발표 3일만에 군사작전에 돌입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오불관언이다. 쿠르드족이 미국의 ISIL 퇴치에 협력하지 않았냐는 반론에도 “쿠르드족에게 들어간 무기, 탄약, 비용에 엄청난 돈을 썼다.”고 돈 문제를 거론했다. 트럼프는 대외정책도 금전적 이익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했다.
트럼프의 이런 기본인식은 한국에 대해서도 천문학적 주둔비를 요구하고 일본, 유럽에도 엄청난 주둔비를 요구했다. 한미동맹, 미일동맹, 나토는 주둔비 협상을 통해 적정선의 금액이 정해지겠지만 쿠르드족의 경우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수천 수만 수십만 명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어쩌면 존립 여부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금전적 이익이 중요하지 국제사회의 신뢰, 믿음, 약속 이행은 중요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쿠르드 족에 대해서
정수일 교수는 민족의 개념에 대해 “언어, 지역, 혈연, 문화, 역사 등의 객관적 요소들과 민족의식이란 주관적 요소를 공유하여 결합된 인간 공동체”라고 정의했다. 이렇게 결합된 ‘쿠르드 족’이라는 인간 공동체는 2017년 기준으로 3,600만명-4,600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인간 공동체가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성경에 바벨론 포로시대 이후를 다룬 다니엘서, 에스라서에 “바사왕 고레스 원년”이라고 나온다. 바사는 페르시아를 말하는데 고레스는 페르시아의 국부로 바벨론을 정복하고 유대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칙령을 내린, 유대인들 입장에서는 고마운 왕이다. 그래서 성경은 고레스왕에 대해 긍정적으로 쓰고 있는데 고레스왕의 외가가 메데(Medes)로 과거에는 쿠르드족을 메데족이라고 불렀다.
메데와 페르시아인은 같은 종족으로 두 왕가는 정략결혼을 통해 우호관계를 유지했고 바벨론 정복 할 때도 사이좋게 같이 했다.
초기에는 메데쪽이 강해서 정치적 주도권을 쥐어 고레스 왕의 외할아버지, 외삼촌이 왕이었으나 고레스왕은 외가를 물리치고 왕위에 올랐다. 그 때부터 메데족의 정치적 위상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서기 620년-630년 무렵 페르시아 일대는 사산왕조가 다스렸는데 이슬람의 침공을 받아 멸망했다. 이때부터 페르시아 일대는 이슬람 종교와 문화가 고유의 문화 종교 대신했다. 역사가들은 이 무렵부터 메데족을 쿠르드 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메데족, 페르시아 족은 이란고원에서 살았다. 성경에 노아 홍수 이야기가 나오는데 홍수가 끝나고 노아의 방주는 아라라트 산에 닿았다는데 아라라트 산이 쿠르드족에게는 성산이다. 우리가 백두산에 대해 갖고 있는 정서와 같다. 그래서 쿠르드족에게는 “친구 대신 산을 벗하라”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아라라트 산은 현재 행정구역상 터키에 속해 있지만 아르메니아, 쿠르드의 정신적 지주다.

키신저와 쿠르드 족
성경에 나오는 메데와 바사, 그 이후로 메데(쿠르드)는 독립된 나라를 가져 본 적이 없다. 종교적, 지정학적 이유로 강대국에 이용만 당하고 버림 받았다. 먼 과거까지는 그만 두더라도 오스만 터키 제국부터 시작해 이번 트럼프에 배신 당하기까지 수 없는 배신과 버림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압권이라면 키신저를 들 수 있다.
유대인 출신의 외교 귀재 키신저는 70년대 국제무대를 화려하게 수 놓았던 인물이다. 외교의 이면에는 무수한 술수와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특히 키신저에 대해서는 이태리 기자 팔라치가 “키신저를 믿는 사람들은 확실히 멍청한 사람들이다”라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쿠르드족이 이라크로부터 독립하려고 무장혁명을 일으켰을 때 미국은 쿠르드족에게 자치권을 얻도록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 이란 국경분쟁을 중재하는 중에 쿠르드족 문제가 걸리자 “쿠르드족에게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1975년 12월26일, 캐나다인들이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사려고 가게 앞에 줄 서고 있을 때 이란과 이라크는 국경 분쟁을 끝내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해 국경분쟁을 끝냈다. 이란은 쿠르드족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일언반구도 없이 군대를 철수 시키고 국경을 폐쇄했다. 이란은 또한 모사드와 CIA에 쿠르드족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라크는 마음 놓고 쿠르드족 독립투쟁을 탄압하기 시작했고 쿠르드족 난민들은 이란과 터키로 도망 가 살길을 찾아야 했다.
키신저은 미 의회 증언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정책이 바뀐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전도와 사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답변했다.
키신저 이후에도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제거에 쿠르드족을 이용했다. 후세인 독재에 저항하라고 부추기고는 후세인의 학살이 시작되자 미국은 모른척 했다. 국제적으로 아무런 힘도 없는 쿠르드 족 보다는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가 미국에게는 중요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국제관계의 ‘비정함’은 진부한 표현이고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고 국익만 존재한다’는 말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지만 달리 적당한 표현도 없고 국제관계의 본질을 꿰뚫어 설명하는 말로 그보다 적당한 말이 없지만 쿠르드족이 강대국에 이용만 당하고 버림 받는 고통을 생각하면 “최소한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은 내가 갖고 있어야 한다”라는 평범한 진리가 떠오른다.

기사 등록일: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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