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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자유여행기_1 (글 : 강현)
 
수안나품 국제공항

필자 권고사항: 이 여행기는 15 세 미만의 청소년이 읽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므로 보호자의 읽기지도가 필요합니다^^.

창 가리개를 조금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고도가 낮아졌는지 지상의 불빛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지 다섯 시간이 지났다 예정대로라면 35 분 후에 도착이다. 모니터에는 비행기가 이미 방콕 상공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의자 등받이를 바로 하고 독서등을 켰다.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책을 읽으려고 안경을 꺼내려다 그만 두었다. 독서등을 다시 끄고 눈을 감았다.
피곤했다. 시차가 바뀐데다가 에드먼턴서부터 통틀어서 무려 19 시간 가까운 비행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에서 하룻밤 스타오버를 한 것은 아무래도 잘 한 일 같았다.
에드먼턴을 출발한 게 어젠지 그젠지 기억마저 가물거린다. 갑자기 에드먼턴 공항 에어캐나다 카운터에서 본 뚱뚱한 중국계 아줌마 직원이 생각났다. 내 여권과 티켓을 번갈아 보던 그가 생글생글 웃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가방이 아주 가볍네요”
두 주일 일정으로 한국과 태국을 다녀올 장거리 여행자의 가방 치고는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빈 가방이니 가벼울 밖에. 아무 말 없이 미소로 답해 주며 여권과 티켓을 돌려 받아 어깨에 매고 있던 숄더 백 안에 집어 넣었다. 카메라 가방 크기의 숄더 백 안에는 책 두 권, 카메라, Travel Pack, 휴대전화, 필기도구, 여행에 관련된 바우쳐 쿠폰 지도 등 종이조각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여행 다닐 때 짐을 많이 가지고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도 하지만, 여행을 빈 손으로 출발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캐나다에 비해 물가가 저렴한 태국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구입해 쓸어 담아 올 요량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 사는 부자들이 부자나라에 가서 비싼 물건을 사 들고 오는 건 잘하는 짓이 아니지만, 부유한 나라에 살면서 그보다 덜 부유한 나라의 평범한 물건을 사 들고 오는 거야 전혀 죄책감 느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홀가분하다.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있는데 실내등이 켜지면서 쥐 죽은 듯이 고요했던 기내가 갑자기 기상시간을 맞은 군대 내무반처럼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곧 수완나폼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니 테이블을 의자에 붙이고 의자 등받이를 바로 해 달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두 좌석씩 배열된 창가 좌석에 앉아 있는 승객들 중에는 신혼여행객으로 보이는 커플들이 많았다.
밤 아홉 시 정각, 대한항공 보잉 777 비행기는 그 육중한 기체를 수안나품 공항 활주로에 내려 놓았다.
수안나품 공항은 지은 지 얼마 안됐는데도 뭔가 우중충하고 오래된 느낌이었다. 어두운 조명과 warehouse처럼 천정을 마감하지 않은 디자인이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지도 몰랐다.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데도 실내에는 습하면서 후덥지근한 기운이 돌았다.
입국수속은 간단했다. 입국 심사관은 이지적으로 생긴 20 대 후반 여자였다. 철테 안경 너머로 빛나는 눈이 제법 날카로웠는데, 여권에 붙은 사진과 나를 한 번씩 번갈아 쳐다보고는 입국스탬프를 꽝하고 찍었다. 한마디 물어보는 법도 없었다.
가장 먼저 ‘TAXI’라고 쓰여진 팻말을 들고 있는 삐끼들이 눈에 들어왔다. 팻말을 들고 서 있을 뿐 호객행위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TAT 부스는 왼쪽 구석에 처 박혀 있어서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카운터에는 40 대 여자 두 명이 졸린 눈을 하고 앉아 있다가 나를 보자 뭐가 반가운지 활짝 웃는다. 원래 미소가 자연스러운 성격들인지 누가 오면 미소를 지으라고 교육을 받은 건지는 잘 분간이 안 갔다.
“Bangkok city map please” (시내 지도 한 장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A4 용지를 반으로 접은 크기의 영어로 된 지도 책자를 하나 건네준다.
“컵쿤 캅”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태국어로 인사하자 또 한 번 활짝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모아 인사한다. 아마 태국 식 예의인 모양이다.
공항환전소에서는 2000 바트 (약 60불)만 환전했다. 전광판을 보니 캐나다화는 살 때와 팔 때의 차이가 별로 없었다.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다.
호기심이 일어나 한국 원화를 보았다. 살 때 21 팔 때 40, 무려 두 배 가까이나 차이가 났다. 100 바트를 구하려면 4000 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반해 거꾸로 100 바트를 한화로 다시 바꾸면 2100 원 밖에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예상과는 달리 한국 원화가 태국에서는 휴지조각 취급을 받고 있었다. 흥미로운 건 미화의 경우에는 100 불 권과 소액권의 환율이 각각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기사 등록일: 200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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