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건강하고 자유로운 영혼들의 섬_Salt Spring Island
 
글 : 김선정 (캘거리 문협)

페리에서 내리자 마자, 어느 집 처마 밑에 걸린 채, Salt Spring의 미풍에 흔들리고 있는 페츄니어 꽃들이 한아름 가득 내 시야에 들어온다. 왠지 정이 가는 섬일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드문 드문 서 있는 각기 모양새를 달리한 독특한 디자인의 집들은 왠만한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똑같은 모양의 멋없는 무채색 건물들이 아니다. 뿐만아니라, 커다란 나무들로 둘러싸여 각자의 자유 공간이 넓직하게 용납되고, 더구나, 공장에서 찍어낸 대문들이 아니다. 나무를 조각하여 그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담고 있는 이 대문들은 더 이상의 물건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잘 정돈된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번화가라 할 수 있는 중심가가 나온다. 그러나, 그 흔한 중국 식당 하나 없고, 대형 수퍼마켓도 없다. 물론 작은 섬이라 인구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우선 이 섬사람들 대부분은 예술가들이고 유기 농법으로 자급하는 삶을 살기 때문일 것이다. 건물 구석 구석을 살펴볼 때, 이 곳은 정신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그것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대신, 생활 용품 및 작품으로 탄생되는 그야말로 예술의 섬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캠핑장을 찾아 가는 길가에 차 몇대가 주차되어 있다. 호수가 있을 것이라고 의견 일치를 보고 남편과 나는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를 시킨 후 길 아래로 내려간다. 아름드리 나무들의 그늘 밑에서 보니 저쪽에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가 보인다. 마치 호수로 통하는 문처럼 그 옆에 나무들이 늘어져 작은 터널을 만들어 운치를 더 하고 있다. 우리는 좁은 터널을 들어가는 순간 그 자리에 멈칫 서고 만다.

모두 나체다. 나무로 된 데크가 호수 위에 길게 떠 있고, 열 명쯤 되는 남녀 노소가 데크 위에 벌거숭이로 있다. 앉아서 얘기 하는 사람, 누워서 태양을 즐기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나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 그냥 돌아갈까, 하는 순간 어느새 남편은 옷을 벗고 있다. "다 벗을 거야?" 내가 묻자, 그냥 웃기만한다.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잠시 망설이는 사이 나의 어색함을 눈치챈 듯 그들이 하나같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나의 옷차림에서, 나를 호기심 많은 아시안 관광객이라고 생각을 한 모양인지 몇 몇은 엎어져 눕고, 몇 몇은 자세를 고쳐 앉기도 한다. 그들의 자유를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데크의 끝 쪽에 앉아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장난을 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은 이 순간의 자기 자신과 일체가 되어 살아 있음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시간 속에서, 내 영혼은 지금 자유롭지 못하다. 불공평하다.

벌써 남편은 물 속에 들어가서 수영을 즐기고 있다. 몇 몇 다른 이들도 이미 물 속에 있다.

나도 이 순간 나체가 되고 싶다. 나는 나체로 물과 하나되는 즐거움을 안다. 4년 전, 안면도 어느 해변에서 저녁 노을을 즐기며, 남편과 나는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물 품에 안기었다. 거추장 스러운 수영복없이, 온몸의 맨살에 닿는 바닷물을 통해 나는 태고적 신비 속에 들어앉는 경험을 한 것이다.

지금 내 앞에 이들은 그 기분을 즐기고 있고, 나는 방관자로 한 단계 내려 앉아 감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외적, 물질적 요소는 문제가 안된다. 오직 누추한 내 마음이 문제일 뿐.
(다음호에 계속)

Copyright 2000-2004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3-12-25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앨버타 집값 내년까지 15% 급..
  첫 주택 구입자의 모기지 상환 ..
  로블로 불매운동 전국적으로 확산..
  에드먼튼 건설현장 총격 2명 사..
  해외근로자 취업허가 중간 임금 ..
  개기일식 현장 모습.. 2024.. +2
  앨버타 신규 이주자 급증에 실업..
  연방치과보험, 치료할 의사 없어..
  앨버타 주민, 부채에 둔감해진다..
댓글 달린 뉴스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개기일식 현장 모습.. 2024.. +2
  <기자수첩> 캐나다인에게 물었다.. +1
  캐나다 무역흑자폭 한달새 두 배.. +1
  캐나다 동부 여행-네 번째 일지.. +1
  중편 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