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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워진 길 '캘거리 이민' _1
CN드림 창간 3주년 기념 제1회 이민수기 공모전 우수작

제목 : 가리워진 길 '캘거리 이민'
글 : 이경찬 (캘거리 교민)


”이민 간다고?, 가서 뭐 할건데?”,

나 역시 많이 들었던 질문이지만 처음부터 무얼 해야겠다 란 확신이 없었다. 전공이 인문 계열이라 기업이민이나 투자이민과 달리 선택한 독립이민도 처음에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리 한국에서 아이템을 정해서 오신 분도 있고 일정기간을 거쳐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도 있고… 인터넷이나 주변얘기로 얻는 정보로 오긴 했지만 실제 겪고 나니 차이가 커서 돌이키기 힘든 경우도 생기고…
결혼이 연인들의 완성작이 아니듯 이민 역시 현지에서 새롭게 깨달아가며 시작하는 끊임없는 과정이었다.
흔히 얘기하는 파란만장한 어려움을 통해 이민생활의 수업료를 낸다고 하는데 결국 비용을 치르느니 정식학교를 통해 정착을 시작하기로 했다.
기존 전공이나 경력과는 달라 시간은 걸리겠지만 취업기술과 여기 흐름을 익히기에는 나을거 같아서 였다.
취미로만 관심이 있었던 쿠킹코스를SAIT(Southern Albert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시작하려 했으나 신청자가 많아 대기자 명단에 있다가 캘거리 이민자협회를 통해 정부지원 프로그램으로 신청, 2001년 9월 11일, 당시엔 화재로만 알았던 뉴욕 쌍둥이 빌딩 테러속보를 보며 Calgary Catholic Immigration Society주관 Professional Cooking Course인터뷰를 향했다.
총15명을뽑는데12명은 EI(Employment Insurance)수령자로 제한되고 3명의 자리를 놓고 부딪혀야 하는것이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3명은 한국 대기업에 다니던 남자들로 채워졌다.
같은 캠퍼스의 SAIT에서 나는Professional Cooking Course를, 아내는 같은 Hospitality Industry계열의 Hotel & Restaurant management과정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들이 문제였다,
다행히 등하교까지 맡아주는 Childcare를 알버타주정부와 캘거리시에서 보육비 일부를 지원 받아 다닐 수 있었지만 이른 새벽에 도시락 챙기며 4명이 동시에 등교하기 위해 북새통을 벌여야 했고 가장 곤란했던 때는 강의 중에 아이가 아프니 데려가 달라는 전화를 받을 때였다.
나이 먹어서 학교 다니는 것, 게다가 전공도 다르고, 교실 분위기나 평가방식도 달라 처음엔 버거웠다. 한국에 비해 훨씬 어수선한 강의시간에서도 강사에 따라서는 숙련도보다는 태도나 근면성을 더 우선시하는가 하면, 여러 인종출신의 이민자들과 그룹 프로젝트를 하면서 한국 이민자들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을 갖추고 오니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란 배부른 생각과 헝그리정신이 떨어지겠다 란 생각을 동시에 느꼈다.
또한 개성이 강한 사람들과의 조화를 통해 중립적인 자기태도 표현과 어울리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아이들은 역시 적응이 빨라서 금방 또래들과 친해져 학교생활에 잘 어울리게 되었다. 이곳의 초등학교 교실에선 학부모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저학년의 경우 거의 매일 부모들의 Volunteer로 1-2두시간 가량 이루어진다.
부모가 Volunteer로 온 아이의 하루는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고 으쓱해하는걸 보니 흐뭇해진다. 숙제도 거의 없이 그저 도시락가방만 들고 다니는 듯한 아이들의 수업분위기나 어떤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이민자로서 얻을 수있다.
가서 하는 일은 저학년의 경우 전날 집에서 읽어오라는 책을 정확히 읽는 지 확인하는 거나 도서관에서 책자 정리나 청소, 인쇄실에서 아이들이 만든 것을 자르고 코팅한다던가, 현장학습에서 아이들 인솔지도, 학교행사 등이 많았다. 이렇게 되면 담임면담 때도 조금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방과후 활동들에서도 Volunteer의 힘이 절대적이다. 큰아이는 소년합창단에서 저렴하게 음악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 단체를 위해선 의무적으로 년6회이상의 Bingo Volunteer를 요구한다.
처음엔 담배연기 자욱한 흡연실과 비흡연실 사이를 뛰어다니며 카드를 팔아서 힘들었지만 이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미소와 미신- 카드뭉치중 맨 위에서, 중간에서, 마지막에서 한 장씩 고르는 등등- 을 즐기며 나의 몇시간 봉사로 단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자긍심으로 덜 힘들게 느끼며, 즐겁게 일하게 되었다.
연착륙한 것 같은 우리집도 아이 양육에 관해 고민하고 풀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첫째아이의 경우,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친구들이랑 놀며 장난으로 아이들에게 몸으로 부딪히기도 했는데, 이곳에선 그런 행동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미처 몰랐었다.
개방적인 수업시간에 책상밑으로 떨어진 지우개를 주으며 개구리처럼 폴짝 뛰며 소리를 낸다든지, 유난히 까다로운 2학년 담임 선생님의 많은 경고(연락장에 빨간펜으로 한 가득)를 받아 오기도 하고…
학급에서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아이가 자꾸 접근해온다고 집에와서 불평했을때 그냥 한국식으로 ‘그 아이랑 놀지마’라고 했다가 , 내 아이에게 그말을 들은 그 아이가 집에가서 엄마에게 울며 이야기했고, 그 엄마는 담임에게 알렸던 것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이경찬님 당선 소감

약력
1966년 1월 서울에서 삼형제중 둘째로 태어나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
(주)제일기획 광고팀에서 AE생활 10년을 마치고 마케팅 컨설턴트 경력으로 2001년 4월 캘거리에 독립이민
2002년 SAIT Professional Cooking코스중 실습나갔던 Fairmont Palliser Hotel에 채용, 주방에서 근무중


가족 사항
처와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두아들


이민수기 응모 동기
처음엔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려던 편지로 시작했습니다.
특히 캘거리는 기존의 이민하면 떠오르는 극단적인 가난과 풍요때문에 오는 곳이 아니라 건강하게 열심히 일하는 교포들이 많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냥 추운 곳으로만 알려진 이곳 캘거리에서 부지런하게 사는 이민가정의 모습, 저처럼 기술직이 아닌 일반 사무직 봉급생활자가 적응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가정이지만 간절함속에 하나 둘씩 이루는 과정을 통해 이민정착에 필요한 태도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수상 소감
이번 기회를 통해 캐네디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계신, 저희 가족이 본 받고 싶어하는 교민 여러분과 자리를 마련해 주신 CN드림 신문사 발행인, 편집진, 특히 저희가 힘들때마다 챙겨주시는 소중한 이웃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대학방송국 선배이자 프리랜서 카피라이터께서 히트시킨 캠페인 슬로건 카피를 인용, 이민수기 입선의 기쁨을 갈음합니다.

“둘러보면 밝은 모습들, 만나보면 좋은 사람들! 사람들이 좋다! 캘거리가 좋다 !!”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5년 11/25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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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1-04
운영팀 | 2023-04-10 1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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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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