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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_ 탁재덕 (캐나다 여류문협)
 
바람이 분다. 봄이 오려나 보다. 전령사의 격렬함을 오롯이 몸으로 맞으며 어슴푸레한 새벽빛 속에서조차 숨기지 못하고 소리치는 나뭇가지들의 아우성. 얼마나 가슴 벅찬 봄의 향연이 터지려고 이러나......

그 새벽, 현실과는 무관하게 내 마음은 이미 움도 트지 않은 꽃밭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봄에 부는 세찬 바람이 자연의 섭리라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겨울을 떨치려 부는 바람에 나무들이 흔들리면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버티기 위해서 억척스럽게 뿌리에 힘을 주게 된단다. 죽을힘을 다해 깊이 뿌리를 뻗쳐 내리는 과정에서 잎을 틔우고 꽃망울을 맺게 할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올리게 되는 거라고.

이란을 중심으로서. 중앙아시아 지역의 모슬렘 국가에는 새해맞이 축제가 있단다. 그런데 그 축제의 시작이 양력 3월 21일, 춘분을 새해 첫날로 삼는 것으로 13일간의 연휴 동안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한다는 사람들은 봄에 맞는 새해를 몸으로 만끽한다.

"새해가 오면 날씨는 따뜻해지고 모든 것이 상쾌해요."

아 --, 내 전생의 고향이 거기 어디쯤이었을까? 어쩜 봄날의 내 감정이 이리도 맞장구를 쳐대는지......

봄바람 불면 이제야 내 삶은 흔들리는 나무처럼 기지개를 켠다. 겨울잠을 자듯, 겨우내 한껏 게으름을 피우던 나에게 봄바람은 때로는 격렬하고 때로는 간지러운 엄마의 잔소리 같다. 나는 봄에 태어나서 그래, 깜찍한 변명을 해본다.

12월 마지막 밤, 새해 새날을 열기 위해 쏘아 올리는 요란한 폭죽의 화려함도 깨우지 못한 나를 지금 봄바람이 기지개를 켜게 한다. 그리고 속삭인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에 안주함은 이제 그만.

움트는 새싹처럼 새로움을 맞이하려 문 열고 나서려는데 아이고, 지독한 한파가 덮쳐오는 현장을 만났다. 코비드 19--.

바람이 분다. 불어도 너무 심하게 분다. 일상이 움츠러들었다.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 점검한다. 그 바람 속에 뿌리 내려 잘 버티어 내기를. 닫힌 가게들의 문처럼 내 마음의 문도 걸러 잠근 채 녹슬어 가는 걸 방치하지 않기를.

이렇게 우리는 잠깐 멈춤의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절감하며 감사한다. 그리고 지금은 애처로운 일상이지만 다시 되찾을 보통의 그 날들을 희망한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련이라는 구겨지고 얼룩진 포장지 속에 어떤 선물이 들어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슬기롭게 견디어 내는 자의 몫이라고. (2020년 3월에 쓰다)

기사 등록일: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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