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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를 따면서
저희집 뒷뜰에는 포도나무가 세 그루있습니다. 저는 포도나무를 기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모든 과일 나무가 다 비슷하겠지만, 포도나무는 더욱이 전지를 잘 해주어야 합니다. 이젠 포도나무를 전지하는데는 도사(?)가 됐습니다. 포도나무는 묵은 가지에서는 포도가 잘 열리지 않습니다. 봄에 나온 새 가지에서 포도가 주렁주렁 열립니다.

포도나무 전지를 옆집에 사는 이태리 사람에게서 배웠습니다. 처음에 배운대로 묵은 가지를 다 쳐내고 포도나무를 보았을때, 깜짝 놀랐습니다. 전지를 해 놓고 보니, 한껏 멋부렸던 머리를 군대에 가서 박박 깍았을 때와 비슷했습니다. 거기다 아내까지 한목 끼어서 “포도나무 다 죽여 놓았네!” 했을 때는 정말 큰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찍소리 못하고, 아내의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만약 나무가 죽는다면 집에서 쫏겨날 판이였습니다.

4월 중순이 되자, 묵은 가자를 짤라낸 자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짤라낸 자리가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 눈물울 흘릴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두주쯤 지나자, 짤라낸 자리가 아물고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야! 이제야 살았구나!’ 그래도 아내는 마음을 못 놓는 눈치였습니다. 새싹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습니다. 6월 하순이 되자, 새 줄기들은 deck을 뒤덮었습니다. 그리고 좁쌀만한 포도송이들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여보~ 이리 와봐!”
“왜 그래요? 바쁜데”
“자~! 이거 봐! 이 포도송이들!”
“…….”
“에구~! 눈치보면서 산 세월을 생각하면….”
“눈치를 누가 줬다고 그래요?”
“안 줬어?”
“괜히 자기가 그렇게 생각했지….”
“에이!” 너무나 억울해서 아내의 뒷통수에 알밤을 한 톨 주었습니다.

먹음직스럽게 주렁주렁 달린 포도송이를 따면서 생각했습니다.
‘내 삶의 열매는 어떤가?’
‘수확할만한 열매는 있는가?’
아무리 둘러 보아도 별로 신통한게 없었습니다.
‘왜? 열매가 신통치 못하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유는 묵은 가지였습니다. 어진이라는 삶의 나무에는 온통 묵은 가지뿐이였습니다.

짤라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묵은 가지를 짤라야겠습니다. 짤라 낸 자리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아픔이 있더라도, 새 가지를 내기 위해서 묵은 가지를 잘라내고, 그 곳에 새싹을 티워야겠습니다.

‘모조리 짤라 내자!’하고 전지가위를 들고 가만이 생각해 보니, 새 가지가 나오는 곳은 어머니의 품같은 묵은 그루터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새 가지도 중요하지만, 묵은 그루터기의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어진이라는 포도나무를 잘 관리해야겠습니다. 새 가지를 많이 내서, 탐스러운 포도송이들이 많이 달리게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아들들이, 친구들이, 이웃들이 저의 그늘 밑에서 달콤한 포도를 맛보면서 힘든 이민의 삶속에서 쉼을 얻었을 수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기사 등록일: 2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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