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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며 (첫번째)
나이탓인가 봅니다. 이젠 자꾸 옛날 생각이납니다. 또 지나간 날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기억이 더 희미해 지기 전에 저의 이민의 삶을 글로 써 볼려고 합니다. 이민수기라고 할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의 지나온 이야기를 말하듯이 쓸려고 합니다. 저의 삶이 여러분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일주일에 한편씩 계속 해서 쓸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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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6월

서북(NW)항공기 편으로 토론토에 도착했다. 20시간 이상 걸려서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토론토에 왔다. 잠을 한잠도 못 잤는데도 피곤한 줄을 모르겠다.
‘내가 정말 카나다에 오긴 온건가?’
여권을 받아든 이민관이 우리를 쭉 훌터보고나서 물었다.
“모두 한 가족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버지가 대답하셨다. 아버지가 미국계 회사에서 일하신게 이렇게 요긴할 줄 몰랐다. 이민관은 여권을 대강 흘터 보더니, “Welcome to Canada!” 여권을 건너 주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두시간을 기다릴 때, 여권을 모두 걷어서 사라졌던 무뚝뚝한 미국인과는 대조적이었다. “여권을 잃어버리면 정말 큰일난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듣었기에, 여권을 안 돌려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미국에서 “튈까 봐” 여권을 뺐은거라니….. ‘이게 약소국가의 국민이 받는 대우로구나!’ 새삼 느꼈다.

기나긴 복도를 지나서 에스커레이터를 타고 나오니, 누군가 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큰형이였다. 드디어 카나다에 왔구나! 우린 큰형을 끌어 안고 어쩔줄을 몰랐다. 형의 부탁으로 나온 세명의 친구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이민 보따리를 기다렸다. 얼마 안 있어서 콘베이어 벨트를 타고 쏟아져 나오는 이민 보따리를 보면서 얼굴을 붉켜야했다. 상자는 옆구리가 터졌고, 이불을 싼 보따리에서는 솜이불이 절반쯤 삐져 나와 있었다. 하나도 성한 것이 없었다.

형님과 친구들의 차를 나누어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왜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차창을 스치는 가로등이 정신없이 뒤로 물러 났다. 공항에서 형이 사는 아파트까지는 서울에서 수원가는 거리란다. ‘와! 되게 머네!’

2베드룸 아파트에 12명이 북적거렸다. 형네는 세 아이들를 데리고 한 방을 썼고, 부모님은 세 여동생을 데리고 한방을 쓰셨다. 작은 형과 나는 응접실에 자리를 깔았다. 밤과 낮이 바뀌어서인지, 몸은 젖은 솜뭉치처럼 무거운데, 눈은 말똥말똥했다. 카나다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1971년 7월

식료품을 사러갔다. Shopping cart 두대에 가득 실고 나왔다. Casher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거 전부 당신꺼예요?”
“그런데요….”
‘웬걸 이렇게 먹냐?’ 하는 눈치다.
12명이 함께 사는걸 알면 뒤로 넘어 가겠지? 그것도 2베드룸 아파트에서.

쏘세지도 맛있고,
베이콘도 맛있고, Corned beef도 맛있다.
바나나에, 파인애플에, 오랜지에, 각가지 과일 깡통!!!
‘역시 카나다가 좋긴 좋구나!’

사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바나나를 본적은 있어도 만져 본적이없었다. ‘노란 야구장갑 (?)처럼 생긴 바나나! 얼마나 맛있을까?’ 상상만 했었다. 동네 계집애들이 고무줄할 때 부르는 노래에도 “원숭이 X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만져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한 바나나!

바나나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랜지만 해도 아주 귀했다. 중학교 다닐 때, 한 녀석이 속은 집에서 까먹고 껍대기를 학교에 가지고 오면 아귀다툼을 해서, 오랜지 껍질을 바둑알만큼 얻었다. 그리곤 냄새를 맡고 또맡고, 그러다가는 껍질을 꼭 눌러서 병아리 눈물보다 더 적게 나오는 액체를 손등에 바르고 그걸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맡아보라고 했었는데…..

“야! 야! 웬수같은 놈의 바나나와 오랜지 싫컷 먹어라!” 쇼핑을 갈때마다 큰형이 하는 말이었다. 그 귀한 바나나와 오랜지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역시 카나다에 오길 잘한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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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맛있던 바나나와 오랜지가 시들해 졌다. 방학이라 조카들까지 학교에 가지 않고 아파트에 있었다. 아침에 큰형만 출근을하고나면, 11식구가 아파트에 죽치고 있어야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슬슬 형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형, 우리 밖에 나갈까?”
“쨔샤, 가긴 어딜가?”
“아무데나 가자`. TTC타는 것도 배우고….”
둘이서 무작정 나왔다. 카나다가 넓긴 넓구나! 지하철도 있고…. 제일 가까운 지하철로 들어갔다.

“형, 돈있어?”
“응~”
“내가 차표를 살까?”
“아냐, 내가 살께.”
형은 약간 겁먹은 얼굴로 매표소를 향했다. 난 그뒤를 따랐다. 작은 형이 오늘처럼 커보인 적이 없었다. 평생 처음, 영어로 차표를 사는 형!

형이 뭐라고 하면서, 돈을 창구로 밀어 넣었다. 매표원은 뭐라고 하면서, 돈을 밀어냈다.
‘저 친구 뭐가 유감이야! 왜 돈을 밀어 내!’
형은 다시 돈을 창구로 밀어 넣었다. 매표원이 이번엔 더 큰 소리로 뭐라고 하면서, 돈을 거칠게 밀어 내었다.

“저 시끼가 왜 저래? 돈은 다 같은데”
형이 벌개져서 왔다.
“형, 왜 그래?”
“몰~라!”
“저~ 시끼, 사람 차별하는 거야?” 팍 열이 났다.
“형, 돈이리 줘! 내가 해볼께!”
“야, 관둬!”
“걱정마, 수틀리면 썅욕을 해주지 뭐!”

형이 내게 돈을 내밀었다. 나는 돈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멍하니 형의 얼굴을 쳐다봤다. 형이 내민 1불짜리는 Canadian Tire coupon이였다!

기사 등록일: 200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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