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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며 (여섯번째)
1973년 8월

“어진아, 그게 무슨 소리야?”
“어~ 나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왜? 다른 직장 잡았어?”
“아~니, 학교에 갈꺼야.”
“그렇구나. 밤마다 공부하더니….”
“정말 잘됐다.”
“잘 됐어!”
모두들 한 마디씩했다. 못내 섭섭한 모양이였다.

“너 떠나고 나면, 정말 섭섭할꺼야!”
“좀 더 일하지….”
“나도 그러고 싶지, 정들었잖아.”
“주정뱅이 목욕은 누가 시키니?”
“그렇지만 희망이 쬐끔있어.”
“무슨 소리야?”
“학교다니면서, 주말엔 part-time으로 일할꺼야.”
“그래?”
“ 잘 됐다.”
“너 일하는 날은 꼭 응급실로 와야 돼!”
“그게 내 맘대로 돼니?”
“내가 supervisor한테 이야기할께.”
“Please don’t!”
“너 여기 오는거 싫어?”
“싫키~인, 농담이야!”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영어도 배우고, 사람사는 것도 배우고, 잘 살기만 한다던 카나다에도 굶는 사람이 있고, 얼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배우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나 이제 가야 될것 같아.”
“정말 가는거니?”
“그럼 여기서 하루 종일 있을까? ㅎㅎㅎ”
“너무 섭섭해!”
“또 올꺼잖아.”
“열심히 공부해!”
”알았어.”
“Good luck!”
“God bless you!”
“Thanks everybody.”

간호사들이 한줄로 서서 나를 기다렸다. 모두 나를 꼭 안아주었다. 백인 간호사들의 품이 참 포근하다고 생각했다. 풍만한 젖가슴의 감촉이 남의 땅에 와서 뿌리를 내리려고 바둥거리는 숫총각의 가슴을 울렁거리게했다.

눈앞에 흐맀해졌다!


1973년 9월

‘정말 내가 학교에 들어 온거야?’
모든게 생소했다. 영어도, 교실도, 학우들도, 교수들도…..
편입생이니 남들은 5-6과목만 하면 되지만, 난 9-10과목을 해야하니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야지, 그렇게 못하면 돈에 시간에….. 그러지 않아도 늦었는데 빨리 끝내야지….. 모두 힘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실험시간이 제일 고민이였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다고는 하지만,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이상하게도 4월이 되면 슬슬 데모를 시작하다가, 5-6월이 되면 밖으로 뛰쳐 나갔고, 그러면 학교는 시험을 앞두고 휴교를 했다. 다시 개교를 할때면 여름방학이 시작됐고, 학기말 고사는 형식뿐이였다. 시험을 친다고해서 노트를 들여다보면, 강의 노트가 너 댓장 밖에 안됐다. 그러고도 학점을 받았고, 그렇게 3년을 마치고 군에 갔다. 내 기억엔 한번도 제대로 공부하고 시험을 본적이 없었다.

정량분석이라는 실험 과목의 학점은 받았지만,
화학 약품을 써보길했나,
Pipette, Burette, Analytical balance를 만져 보길했나!
영어로 실험 도구 이름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고,
그림으로 나마 본적이 없으니, 정말 난감했다.

어떤 때는 너무 긴장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오줌이 질금질금 나올려고 했다. 게다가 편입을 했으니, 실험을 같이할 동료를 구할때는 항상 외톨이였다. 실험은 항상 옆에 있는 학우들보다 한발 늦게 가면서, 눈치보기에 바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실험이랍시고 하고나서 Report를 써야했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영어를 지지리도 못했는데, 내가 영어를 쓰는 나라에 와서, 영어로 공부를 하다니, 팔자치곤 참 묘한 팔자였다!

기사 등록일: 200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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