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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이야기
술은 친구를 부른다. 떠들고 웃으면서 최고의 명약인 훈훈한 분위기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민사회엔 한국적인 술맛이 없다. 술을 언제부터 배웠는지 모르겠으나 배고픈걸 면하려고 술찌거미를 먹고서부터다. 술을 빚고 버리는 술찌꺼미에 취해 하루종일 비틀거렸다. 그때엔 원두막이 있었는데 악동 몇 명이 원두막에 올라 둥근달이 떠오르는걸 바라보며 옥수수 막걸리를 쪽바가지에 퍼 마셨다. 하늘이 돈짝만해져 원두막에서 떨어졌다. 최초의 주정이다. 술이란 알맞게 마시면 주변이 즐겁고 흥에 겨워진다. 사랑과 인정이 담긴 주신(酒神)인 박카스와 만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박카스는 인류에게 즐거움을 가르쳐 주는 술의 신(神)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도 술에 대한 전설이 있다. 하늘의 아들인 해모수가 유화라는 아가씨와 압록강변에서 만났다. 경치좋은 숲속의 정자에서 맑고 향기로운 물(술)을 마셨다. 술에 취하게 되면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다. 그때 두 청춘남녀의 뜨거운 사랑으로 태어난 것이 주몽이시다. 그러니까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고조선의 주몽이 태어난 전설로 봐 술의 역사는 까마득하다. 왜 [술]이란 이름을 붙혔을까? 이 또한 뒷받침되는 학설은 없다. 다만 고유한 우리말엔 물에 불이 붙었다는 수불(水火)에서 술로 변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 수울슬 넘어가는 이 술이 자칫 만취되어 이성을 잃어가면, 술이 사람을 마셔버린다. 물에 불이 붙는 것 이상으로 인간을 태워버리게 되는 주님(酒)의 망신살이 뻐친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은사님 앞에서 주법(酒法)부터 배워야 한다. 캐나다는 술을 권하지 않는 사회이다. 더군다나 술마신 후 실수가 전혀 통하지 않는 이성문화이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않은 만취운전으로 경찰서에 연행됐었다. 음주체크가 아니라 유치장이다. 그전에 여순경이 앞면과 옆얼굴을 찍는다. 가슴에 아라비아 숫자를 들라고 했던가.. 술한잔 했어요가 아니라 살인방조죄쯤으로 걸려 들었다. 철제침대엔 아무것도 없으며 빤스이외엔 홀라당 벗겨 버린다. 큰거울의 감시기가 걸려있다. 덜덜 떨린다. 이웃 몽키하우스에선 손뼉장단으로 흥이난 주정뱅이가 보인다. -시끄럽다 이 백인놈아. 넌 술을 X구멍으로 퍼 마셨냐. 난 입으로 마셨다. 해가 떠도 수을술, 해가 져도 수을술, 주(酒)님이 최고야! 나도 함께 손뼉장단을 치다가 날이 샌다. 다음날 해가 뜨자 쥐구멍속에라도 숨고 싶다. 아이들과 아내를 바라볼 얼굴이 없어졌다. 비싼 변호사비를 써서 판사앞에 선다. 변호사 비용덕으로 혜택을 받은게 겨우 6개월 면허정지에다 $1800벌금이다. 두번째 음주운행으로 적발되면 자칫 면허취소나 엄청난 벌금형이 부과된다. 차량 보험료가 두배로 껑충뛴다. 직장 출퇴근이 문제다. 어쩔 수 없게 아내가 자가용 운전기사로 고용이 된 셈이다. -이그 이년의 팔자야! 출근시부터 시작인데 퇴근시엔 요모양 요꼴로! 제 2절이 계속되고, 울화가 터져 -못 끊어 난, 술 주님(酒) 믿어! 고함을 버럭 지르면 -홍, 잘났어 잘났다구! 제3절쯤 지나야 집에 도착한다. 도무지 입맛도 없어지고 재미난게 없는 생활이 되었다. 드디어 면허정지 기간이 끝났다. 그렇다고 술 한잔의 실수도 끝났나? 천만의 말씀이다. 몇 년이 지나야 앞뒤사진에다 지문체취? 보고된 살인예비자 우범인물이 지워지고, 보험료도 내려간다. 우선 취소된 운전면허증을 따려면 먼저 알코올 방지, 교양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찾아가 보니 이 사회의 각 계층 음주운전자들이 모였다. 교육이란 시청각 비디오와 토론이고 나중엔 시험을 치룬다. 동양인은 나 하나뿐인데 시험점수가 우수해서 여러 주정뱅이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맥없이 웃으며 어깨가 으쓱해 졌다. - 유형 캐나다 술맛이 어때? 어쩌다 서울친구가 전화중에 물으면 소름 끼치게 끔찍해 진다. 술친구와 술맛이야 허물이 없는 어꺠동무의 고향에서나 통할까. 음주운전 처벌이 강한 사회에선 재미없는 이야기다. 그래서 탁 끊어버린다. 덕분에 밤새 술 마시던 친구도 사라졌다. 옛날의 낭만대신에 창조적인 전문지식 사회에선, 술이란 재미없는 이야기로 변하고 있다.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3년 7/25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4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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