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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현지르뽀
(이 글은 오래전에 필자가 에드몬톤 일대를 강타한 토네이도 현장 목격기이다.)
전쟁의 시가전을 방불케 한 우박과 폭풍으로 36명 사망, 147명 부상에 110빌리언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한 여름철이 오면 토네이도 두시간이 떠오른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지상낙원처럼 밝고 아름다운 오전이었다.
영상 34도에 바람한점 없는 불볕이다. 하이웨이로 빠져나와 달린다. 콜드레이크로 흘러드는 차거운 여울물을 찾아간다. 여울물위에 낚시를 뛰워 송어를 낚기 위해서다.
길가 목장에선 소떼가 엎드려 있다, 갈매기도 낮게 난다. 바람도 없는 불볕속에 소나기가 오시려나. 곤충과 짐승은 기상변화를 먼저 안다. 웬걸 마른번개가 친다. 요란한 천둥번개가 계속해 꼬리를 문다. 천둥번개가 치면 어김없이 뒤따라 오던 폭우가 없다. 한참지나서 거대한 장막처럼 검은 구름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무시무시한 징조이다.
몹시 두렵다. 차를돌려 2번 하이웨이로 들어선다. 동굴속 같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찬바람이 휘익 불어치더니 순식간에 물동이채 내리 퍼붓는다. 장대비가 아니라 수도물줄기처럼 쏟아 붓는다. 몇십분도 안되어 물살이 빠르게 흐른다. 겁없이 달리다가 물살에 밀려 반대편 차선의 배수로에 멈췄다. 딍굴지 않은것만도 천만다행이다. 물에빠진 새앙쥐 꼴이되어 구조요청을 한다. 그냥 지나간다. 몇미터 앞도 잘 식별이 안되게 퍼붓는다.
두시간 전만해도 불볕더위니, 찜통 무더위라고 불평을 했으나 지금은 덜덜 떨린다. 가끔 구조를 해달라고 손을 쳐든 차량을 봐도 못본체하고 지나친게 누구였나. 이제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고 보니 곤욕스럽다. 이때 트럭이 되돌려와 섰다. 폭포비를 그대로 맞으며 30미터 뒤쯤 안전 삼각대를 놓는다. 윈치에 걸어 배수로에 처박힌 차를 가볍게 끌어낸다. 승용차는 시동도 잘 걸리고 이상이 없다. 그제야 털부성이 트럭운전수에게 쫓아갔다.
-원하는 대로 캐쉬를 주겠다.
-친구, 바이!!
털보는 싱긋 웃으며 가버린다. 수고료를 보고 도와준 트럭이 아니었다.
-전화번호가 뭐요?
-친구 조심해 가!
바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가며 흔들어도 다른 차량은 그냥 지나쳤다. 엉뚱한 인연이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다.
에드몬톤 입구까지 다 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비냐? 비가 아니라 도토리만한 우박이 휘갈긴다. 그뒤로 야구공만한 얼음덩어리가 초속으로 날아온다.
익크.. 앞 유리창이 박살난다. 쿵꽝 콰아앙 쉿쿵.. 따르르 따딱...
차량 지붕이 곰보처럼 우박에 결단난다. 언뜻보니 하늘의 양쪽 지면쪽은 밝게 보이고 시커먼 휘오리기둥만이 쇳소리를 낸다. 하늘로 날아다니는 쇠붙이끼리 부딪치는지 요상스런 쇳소리가 난다. 콰르릉 째엥 꽝. 벼락도 떨어진다. 이러다간 차량채 날려 가겠다. 우박에 맞으면 뇌진탕이 되겠다. 휘뿌옇게 갈겨대며 우박이 지나간다.
배수로가에 석축으로 쌓아논 곳으로 대피한다. 미친 돌풍에 차안이 불안하다. 쉴새없이 번쩍번쩍 콰꽝.. 난장판이다. 전쟁터에도 가봤지만 이 강력한 토네이도 피해현장이 더 심하다. 총력을 집중해 쏘아대는 야포의 화집점같다. 전신주와 가로수들이 뽑혀 뒤엉켜 날아간다.
-아이쿠, 하느님. 이민와 빌빌해쌌는 까만머리를 날려 버리시렵니까? 맙소사, 저건 모빌하우스가 날려 가네요. 제발 끔찍한 당신의 화집점에서 구해 주소서!
무릎꿇고 두손바닥을 꽉 움켜쥔채 떤다. 너무도 무기력한 작은 벌레와 다름없다.
천둥번개와 쇳소리가 차츰 빗겨가더니 거짓말처럼 우박이 뚝 그쳤다. 해가 밝게 빛난다. 차량으로 와 시동을 거니 이상이 없다.
시내로 들어가며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로가 보인다. 내던져진 화물칸과 잠수함처럼 지붕만 나오게 침몰된 차량을 본다. 요리저리 샛길로 돌아간다. 저런 빗속에서도 화재라니...
유류저장고가 파괴되었다. 건물들의 유리창이 다 깨졌다. 40분이면 갈수 있는 집에 6시간이상 걸려서 간신히 돌아갔다.
-울기는 살아있잖아. 아암 내가 누구인데?
가족 앞에서만은 큰소리다.
-이제야 전기가 들어와요. TV뉴스를 보세요.
TV에 나타난 모빌홈 지역은 흔적도 없이 날려가 버렸다. 가장 인명피해가 심한 모빌홈지역이다. 몇블럭 떨어진 곳엔 트레일러가 지네처럼 던져졌다. 특수철판으로 만들었다는 연료탱크가 찌그러졌다. 비행장 근처의 집은 형체만 남았고 격납고에 대피하지 않은 비행기가 곤두박질이다.
목장의 소들이 우박에 맞아죽었다. 천지개벽이라 하더니 이거야 말로 청천병력이다. 경찰차, 소방차, 앰블런스, 군용차량, 자원봉사대 구조차, 그리고 언론 차량만이 질주한다. 집속에서 압사한 부상자를 찾는다.
목격한 시민들의 인터뷰가 방영된다. 불과 일이초 사이에 정신을 잃었다. 지붕과 함께 날려가다 내동댕이 쳐져 두다리가 부러졌다. 납작해진 공장지붕을 보며 돌아설 때 함께 일하던 동료의 눈알이 튀어나와 있었다. 번개가 치고 구름기둥이 돌면서 운전차량과 함께 증발해 버렸다. 고장난 선풍기앞에 날벌레처럼 날려갔다.
시속 500km/h로 20초간 때렸다. 그 순간에 큰 빌딩이 붕괴됐다. 몇블럭의 폭으로 5곳이나 강타하고 빠져나갔다. 불과 2시간여 사이에 36명 사망, 147명 중경상, 110빌리언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데코시장은 즉각 비상령을 선포했다. 전의사, 간호원, 의료연구진들에게 초비상 대기령을 내렸다. 게티 주수상은 피해보상과 복구책을 발표했으며 죠.크락 외무상이 현장에 날아왔다. 연방정부 수상이 특별담화를 발표한다. 악몽 같은 순간이 지나자 무지개가 피어난다. 무지개가 꽂힌곳을 바라보며 무릎 꿇고 용서를 빌던 자신이 떠오른다. 하늘은 어째서 저런 토네이도와 IMF위기나 사스 같은 질병, 절망적인 공포순간을 보여주는 것일까? 사실 남과 비교되는 성공만이 전부가 아니다. 코리언은 개개인마다 머리가 좋지만 감정이 예민하다. 커뮤니티 단합이 잘 안될때엔 송두리째 날려보내는 토네이도가 암시해 주고있다.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3년 8/22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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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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