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굴러온 돌 _ 최우일 칼럼
본 내용은 CN드림신문 2/7일자(12호)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제목 : 굴러온 돌

요즈음에 나는 읽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신문인지 아닌지 사뭇 어리둥절 할 때가 있습니다. 2002년 5월 6일자 어느 인터넷 뉴스 전면 한 장에만 영어 그대로 표기한 제목이 54개, 음역만 하여 옮긴 단어가 78개나 보였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외국어의 범람을 좀 더 확인 하려면 다른 데도 말고 바로 우리의 국어 사전을 들쳐 보면 됩니다.

'ㄹ'이나 'ㅋ'항목은 아예 외래어 때문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 입니다. 미쳐 우리 말이 생겨나지 못하여 쓸 수 밖에 없는 컴퓨터 과학 용어나 상품에 따라 들어오는 단어는 당장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혹시, 학문도 '진짜(?)' 는 영어로 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학문이 되려면 언어가 국민의 의식 속에 자리잡아 사고와 논리의 깊이를 들어 낼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표현이 생겨 따라야 합니다. 또한, 문학이라는 의식 표출에 있어서도 국어의 불가결한 자리는 말할 것도 없는 것은 여기가 국민 전체의 중요한 정서의 현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어의 장인인 문학인, 사회의 자침으로 자부하는 신문인과 학자들, 지식층 일반의 역할이 의아스러울 때가 가끔 있습니다. 기왕 있는 말을 애써 찾아 쓰도록 하는 것이 이런 양식있는 이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없이 남의 나라말을 대책없이 써도 되는지 모를 일입니다.

개화기 이후 거세게 밀려든 서구문화와 우리의 강인한 민족성이 큰 충돌 없이 용케 피해가는 것을 보면 참 어이가 없습니다. 세계는 더욱 바삐 돌고 사람과 문물의 이동이 빈번하여 지면서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센 나라의 문화가, 무엇보다 언어가, 다른 나라로 스며드는 것이 마치 맹물에 진한 물감이 퍼지는 것 같습니다.

'영어 이야기'란 책에서는 세계를 종횡하는 국제어로서의 영어 사용 분야를 이렇게 집어내고 있습니다. 항공영어는 물론이려니와, 5대 대형 방송, 과학분야 출판물의 약 반가량이 영어로 쓰여지고 있으며, 거기에다 80%나 되는 컴퓨터 정보가 영어로 입력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현실이 이렇다면 지금 세상에서는 영어를 외면하고 살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기는 합니다.

영어의 옛 뿌리는 독일어에, 또 중세에 와서는 라틴어나 불란서어와 많이 섞였다고 하니까, 지금 영어 사용권에서 서구어의 단어를 빌려 섞어 쓰는 것은 어쩌면 어렵지 않고 이질감 이나 거부감도 덜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우리 말에 마구 끼어드는 영어를 곱게 봐 주어야 된다고 억지 부릴 수는 없습니다. '꽃 향내'가 구태어 '플로랄 향'으로, 그것도 수많은 사람이 매일 읽고 있는 주요 신문에서 쓰여져야 하는지 나는 이해 해 줄 수가 없습니다.

외래어를 무조건 막자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의 표현은 폐쇄 정체되어서는 안되고, 오히려 확충되고 유동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시대적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언어의 속성인 셈이긴 하지만, 변천하는 시체의 대가로 전통의 파괴나 오염을 마냥 방관 할 수만은 없습니다. 제약을 고집함이 아니라 제멋대로 혼란됨을, 폭을 좁히려 하는게 아니라 우리 말의 독특한 색깔이 흐려질까 염려 되어서 입니다.

예를들어, 인기 시청률을 자랑하는 연속극에서 내가 '오바'했나? 따위 유행어를 마구잡이로 부추기어도 되는지, 또한 신문 뉴스에서 '스키드 마크'라고 영어를 고집하는 까닭은 미끄러진 자국이란 우리 말은 전문성 이나 현학적(?) 멋이 없어서일까요?

구십 몇 퍼센트라고 자랑하는 한국인의 국어 해독력이 한문 서투르고 영어 모르면 신문 한장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구십 몇 퍼센트라는 사실상의 문맹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어느 초등학교 교정에 커다랗게 써 붙여 달아놓은 현수막의, '할수 있다' 그것만으로는 어때서, 또 'CAN DO'라고 머리 꼬리 다 짤라버린 어설픈 영어로 꼭 토를 달아야 합니까?

오랫동안 중국의 문화 주변에서 맴돌던 우리나라는 이제 미국이란 그늘로 자리만 옮겨 앉은 듯 합니다. 한문과 한글의 오랜 관계처럼 언제부턴가 영어와도 편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당장은 남의 말을 어떻게 소화해 내야 하는가, 어디까지 남을 허용하고 어디까지 나를 고집할 수 있는 것이며, 언어의 침략적 횡포를, 아니, 무절제한 우리들의 흉내를 그저 내 버려 두어도 되는 것인가?, 나는 조정된 수용만이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대한미국'이 되는 것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고유성을 지키며 살아야 하고, 그 가장 중요한 시작이 바로 우리 말을 아끼는 것 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더는 우리 국어사전에서까지 영어의 횡포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런 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 버리는 일 따위는 없어야 되겠다는 말입니다.

나의 이 기우가 한갓 잡담만이 아님을 보여 드리기 위해, 가상으로 '초 강대국어' 한글을 마구 혼용한 영어 기사 한 토막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래의 기사가 웃긴다고 생각되면, 그건 바로 현재의 우리들 자신이 웃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American'이란 단어를 즐겨 쓰듯이 미국인들은 '한국인'을 Hankukin이라 음역만 하여 멋을 부리고, 또 어떤 단어는(예를 들어 '전문적으로') 아예 한글을 그대로 옮겨 쓰기도 합니다. '국산영화'는 고유명사가 되어 있으며, 등어리 따끈한 'Anbang'은 모르는 이가 없이 일상어가 되어 있는 것에 주의 하여 주십시요.

The past few years have seen an increasing number of 'Hankukin' going to 국산영화. The growth in 관람객 indeed 환영 할 만한 'Sosik', because it suggests that the quality of 국산영화 has improved. The production of 영화 of diverse genres and by 전문적으로 trained directors are among the factors that have encouraged people to leave the comfort of their 'An-bang'.

내가 '오바' 했나?

Copyright 2000-2003 CNDreams.co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3-06-25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앨버타 집값 내년까지 15% 급..
  고공행진하는 캘거리 렌트비 - ..
  캘거리 교육청, 개기일식 중 학..
  첫 주택 구입자의 모기지 상환 ..
  앨버타 유입 인구로 캘거리 시장..
  로블로 불매운동 전국적으로 확산..
  에드먼튼 건설현장 총격 2명 사..
  해외근로자 취업허가 중간 임금 ..
  <기자수첩> 캐나다인에게 물었다.. +1
댓글 달린 뉴스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개기일식 현장 모습.. 2024.. +2
  <기자수첩> 캐나다인에게 물었다.. +1
  캐나다 무역흑자폭 한달새 두 배.. +1
  캐나다 동부 여행-네 번째 일지.. +1
  중편 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