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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공항 풍경
최우일 컬럼_8) 캘거리 공항 풍경

어제 밤에 공항 이민국에 불려 나갔다가 다음날 새벽녘에야 돌아왔습니다.

이착륙 비행기가 별로 없고 소란스런 여행객이 드문 한 밤중의 공항은 한결 적막해 보였습니다. 이민국에는 한 중년의 부인과 세 딸들이 지친 듯 내가 나타나도 반가워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개 의사소통의 문제로 빚어진 곤란한 형편의 한국인 여행객들은 통역이 나타나면 뛸듯 하였는데... 아이들은 쌓여 있는 가족 여행짐(그 양으로 보아 이삿짐 이라 해야 할 만큼이었지만)위에 쓰러져 반은 졸고 있었습니다. 거기엔 커다란 벽걸이 사진틀도 하나 더 얹혀 있었습니다.
이민국 직원과 이 부인의 언어 소통 중재를 하면서 알아차린 내용은 대략이렇습니다.

'남편은 한국에 남아 있는데, 굉장히 바쁜분이시다.혼자 딸 셋을 데리고 동유럽의 어느 나라로 가서 아이스크림 사업을 할 계획이었다. 허가까지 얻어내고 시장조사도 일단 마쳤다. 아이스크림 공급은 소련에서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을 위해 12월에 겨울 방학(아이들은 당시 어느 곳의 학교에도 재적중이 아니었는데) 휴가차 캘거리를 들려 스키하고 간 적이 있다. 록키산에 혹해버려 이번에 다시 찾아 왔다.

온 김에 아이들 영어공부라도 시켜야 겠기에(며칠 예정의 스키휴가중에 영어를 얼마나 배울수 있다고) 언어연수 과정에 등록시켰으면 한다. 또 나는 토론토에서 열릴 어느 종교 집회에 참석예정이다. 우리는 당당한 여행객이며, 돈도 많이 쓸 것이다. 왜 입국을 까다롭게 구는가.' 나중에는 상당히 격앙되어, '남편은 한국에서는 꽤나 인정받는 분이다. 나를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 것이냐. 캐나다가 이런 나라인줄 몰랐다.'


면담은 시간이 갈수록 긴장되어 갔고, 이민관의 질문에 대한 부인의 대답은 조리 있지 못하였습니다. 부인은 자기의 권리만을 내세웠는데 그 권리란 여행자의 권리일뿐이고 또 조건이 갖추어진 다음에 있는 것이란 것을 인정하려들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몇 가지 사실이 더 드러나 버렸습니다.

지난 몇달사이에 미국입국신청이 두번씩이나 거절되었던 것을 숨기려하였고, 일생의 소원이라면서 가고싶어하는 토론토의 어느 신앙집회라는 것에 대하여서도 전혀 깜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여간 부인의 말대로라면 남편은 내노라하는 위치에 있고 부족한 것 하나없는 경제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인 혼자서 세딸을 데리고, 그것도 어느 공산국가에 진입, 아이스크림 팔아서 무었을 얼마나 얻겠다는 것인지, 또 아이들 학교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형편에 스키휴가가 웬 말인지.


잘 알고 있지도 않은 종교집회, 그것도 집회가 열리기로 되어있는 도시의 상공을 2천마일 이상이나 더 날라 왔다가 또 다시 2천마일을 되돌아가서 참석하겠다는 일정은 도대체 쉽게 이해 가지 않는 점이었고, 잠시 휴가로 온 여행짐이 아니라 이삿짐 만큼이나 되었으며, 거기다 대문짝 만한 사진틀까지 끼어 있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더구나 부인의 장황한 대답은 면담관을 혼란시키고 의심을 일으키었습니다. 약삭 빠른 것인지 멍텅구리여서인지 '네, 아니오'로 될 간단한 대답이 어찌도 길기만 한지, 간간이 성경을 들먹이다가는 화까지 버럭 내는 부인, 무슨 배짱인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떳떳치 못한 캐나다 입국을 속일 양이었으면 형편없이 엉터리 연극을 하지 말고 차라리 연습이라도 해 가지고 왔더라면 내가 중간에서 난감하지도 않았을 걸, 나는 터무니없는 망상까지 하였습니다.


이렇게 어수룩하게 될 거라고 어림짐작한 여행객, 여행객이라 가장하여 부당하게 입국한 한 가족의 딱한 입장이기 전에 떳떳치 못한 형편을 같은 동포인 내가 중간에서 통역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그것도 많은 수혜자들은 통역사가 무슨 만능 해결사인 것으로 착각하고 적당히 꾸며 주기를 요구하는 이들을 위해 일을 한다는게 얼마나 분통터지는 일인지 모릅니다.


이젠 그만 캘거리의 공항 풍경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나같이 어줍잖은 사람쯤은 더는 필요치 않은 공항이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 본 글을 수년전 교민신문에 실린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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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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