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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_그녀의 직업은 골프장 직원일뿐....
마리가 뭐 그리 대단한 인물이어서가 아닙니다. 그녀는 직업이 그러니 늘 웃으며 온갖 떼거지를 잘 참아내야하는 한갖 골프장 직원일 뿐이지만, 그 여인에게 비춰진 우리들의 모습을 얘기하고싶어 들먹거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여름 다 보내고 골프장비를 챙겨 지하실창고로 옮길 때면 그제서야, 노후를 위해 사둔 저 남쪽 집으로 떠날 차비를 하며, '너희가 놀 때 난 일을 했으니까 이젠 내가 골프를 할 차례'라며, 그 긴긴 겨울을 지레 겁먹고있는 우리를 두고 슬쩍 약 올릴 줄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엊그제는 잔뜩 찡그린 얼굴을 하고, '너도 한국에서 왔냐?'고 내게 물었습니다. 시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근무 하여서 그런지 그는 여러 곳의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한국인의 전용 골프장쯤으로 소문나있던 어느 골프장에서 적잖이 골머리를 알았는데 이젠 여기까지 쳐들(?)어 왔다며, 왜 한국인은 그리 어수선하고 질서의식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치켜들고 눈알을 굴리는 서양인 특유의 몸짓을 해 보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날 따라 우리들에게 어지간히 화가나 있었습니다. 나는 아내와 둘이서 예약해둔 시간보다 일찍 나와 기다립니다. 그런 우리를 보면 다짜고짜 달려들어 '같이 좀 칩시다'하며 어거지를 쓰는 분을 나는 한 두엇 알고 있습니다. 4명이서 한 조가 되는데 우린 둘 만이니 자기가 끼어도 된다는게 이 분의 주장입니다. 클럽직원쯤이야 잘 알고 있으니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우기는 그분들과 실갱이를 벌일 생각은 하나도 없습니다. 예약없이 나오는 골퍼들은 이름을 대기명부에 올리고 기다리면 직원이 순서에 따라 조를 짜 맞추어 주는 것이니까 내가 나서서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인가 그분은 나를 따라 공을 무조건 쳐놓고 걸어나가다가 퇴장당하는 창피한일을 당한 장본인 이기도 합니다. 골프장이란 내 돈낸다고해서 내 멋대로 할 수만은 없고, 규칙과 예의를 염두에 두고 서로 최대한 마음 써주어야 할 곳입니다. 담배꽁초 쓰레기 버리기, 돈내기, 본인들은 절대 도박이 아니라 친선 오락이라 우길런지 모릅니다만 남들도 다 그리보아 줄런지, 난 한 게임이 끝날때마다 돈계산하는 것을 본 사람입니다. 일일이 말 안해도 알만한 기본 공중도덕은 눈살 찌푸릴 일없이 여러 사람이 함께 즐거운 몇시간이 되도록 하는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가 직접 목격 한일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은 골프치다가 말고 시비가 일자 성질을 참지 못해 한방 날렸고 나머지 녀석들은 클럽도 팽개치고 줄행랑을 놓는 소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잘못하였는지야 곡절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이라니 사뭇 아연할 일입니다. 이건 남자들만의 일은 아닙니다. 나도 알고있는 어느 부인은 비위상하는 일에 목청을 돋구며, '내가 누구냐, 그저 넘어갈 줄 알았어?' 하며 골프장 직원과 싸운 일을 아주 자랑스레 늘어 놓았습니다. 이건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 만의 흠만은 물론 아닙니다. 다른 민족 꼴불견들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만 그건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자동차 경기장이 아니니 다른 민족끼리 서로 다투어 경쟁할 일도 아니고 비교될 일도 아닙니다. 우리가 스스로 우수한 민족이라 긍지를 가지고 살려면 먼저, 지켜야 할 일 지키고 내 할일 다해서 예의 반듯한 국민이란 소리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한번은 실내 연습장 입구에 한글로 된 '금연' 표시를 보고, 왜 다른 나라 말도 아니고 하필이면 우리말일까, 콧대 높은 우리를 겨냥한 표시라면 과연 우린 공중도덕 잘 지키는 국민으로 살고있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가 의아하였습니다. 영어쓰는 나라에서서 한글로 써 붙인 속내는 남이 모르게 우리에게만 은근히 해야할 말이 따로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마구잡이로 잘 쓰는 영어 실력(?)으로 'No smoking' 쯤 못 읽을 우리네도 아닌데, 몰래 피우다가 들키자 영어 모르는체 얼버무려 넘기려는 못난 사람들 때문일까? 다음엘랑, '너도 한국인이냐? 참 멋진 국민이다!' 하는 말만 들으며 살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하겠습니까. 캐나다시민이 되는 것은 체류기한을 채우고 결격사항이 없는 한 주어지는 법적 구성원 자격이지만, 진정 한 시민으로서의 당당함은, 특히 복합문화 국가에서 여러 다른 민족과 함께 할 때의 떳떳함은 바로 이런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일에서부터가 아닐까 합니다. 여름이 욕심만큼 길지 못한 이곳, 우리나라 사람들이 끔찍히나 좋아하는 골프 철도 어느새 막바지에 올라 있습니다.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하면 문닫아 걸고 저 남쪽으로 떠날 마리가 우리에게 아주 깔끔한 인상을 가질 수 있다면, 특히나 여자 골프로 이름난 한국의 위상에 곁드려 예절바르고 질서정연한 한국민이란 평판을 들을 수 있다면... 나 같은 사람이 어줍잖은 글로 더는 '한국인은 어쩌고 저쩌고'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3년 7/25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4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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