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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테입
“여보 여보, 이리 와봐. 빨리 빨리” “왜 이래? 바빠 죽겠는데” 쇼핑 해 온 것을 정리 하던 아내가 급히 뛰어 왔다. “여보, 이거 봐 이거” “비디오 테입이 어떻게 됐어?” “이거 봐” “뭘? 그거 비디오 테잎이자나” “아직도 안 보여? 테잎이 REWIND 돼 있자나” “에이, 난 또 뭐라구. 남 바뻐 죽겠는데” 찰싹, 등짝을 한대 때리고 아내는 부억으로 가 버렸다. 정말 오래 간만에 보는 REWIND 된 비디오 테입! 반가웠다. 나 처럼 꼭꼭 막힌 사람 (아내의 말에 의하면)이 있다는게 정말 반가웠다. 이민생활 중에 즐기는 것이 여러개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가, 일 끝내고 집에 와 저녁식사 후에 재미있는 비디오를 아내와 같이 한편 보는거다. 그런데, 테입 30개 중에 29개는 REWIND가 돼 있지 않다. ‘왜 이곳 비디오 가계에서 빌려오는 테입은 전부 REWIND 돼 있는데 한국 식품점에서 빌려오는 테잎은 REWIND가 안돼있을까?’ 아내를 붙들고 이야기했더니, 한심한 듯 나를 물끄럼이 쳐다보다가 “여보, 당신이 잘 못 됀거야. 왜 매번 테입은 REWIND 하면서 그래? 열낼거 뭐 있어? 어자피 한 번만 REWIND 하면 돼는 건데” “내가 무슨 열을 냈다고 그래. 모두들 본 다음에 되감아서 반납하면 좋겠다는 거지” “아이구 걱정도 팔자네. 그건 그 사람들 자유야” “그 사람들 자유라, 자유?….” 듣고 보니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다. ‘REWIND 돼있는 테잎을 보고나서 다시 REWIND 해서 이곳 비디오 가계에 갔다 준다’ 맞는 말이지! 그렇게 해야지. “REWIND 돼 있지않은 한국 테잎을 감아서 보고난 다음엔 그대로 반납한다’ 이것도 말되네. 원래 REWIND 돼 있지 않았으니까…… 내가 별란 건가? 아내 말에 의하면 내가 별라도 한 참 별라단다. “꽉 막힌사람” 이란다. 앞 뒤 뿐아니라, 아래 위까지……. “여보, 그냥 편하게 살아” 라는 것이, 아내의 정성 어린 충고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REWIND 돼있는 테입을 본 다음에 REWIND 하지 않고 그냥 반납 한다는것이다. 이게 문제의 발단이었던 것같다. 아주 암체 중에 “왕 암체”다. 한번은 빠쁘게 한국 식품점에 갈 일이 생겨서 아내와 같이 차를 타고, 막 시동를 걸려고 하는데, “여보 비디오 테입 가져 왔어?” “아니, 깜밖 했구나” “빨리 가져와” “알았어. 눈섭 휘날리며 갔다올께” 비디오 테입을 쇼핑빽에 넣기 전에 알맹이를 빼보는 것은 나의 오래 된 습관이다. “이런 제기랄! 바빠 죽겠는데” 세개 중에 한 개가 REWIND 되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한다? 에이, 세개 중에 한 갠데 뭐, 그냥 가져가지 뭐. 한 개도 안 감아 오는 사람이 태반인데” “그래도 감아 가야지. REWIND 된 비디오를 빼어 드는 순간, 기뻐 할텐데…” 순간 도끼눈을 뜬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빠쁘다고 했는데… 어떻게 한다? “에라 모르겠다. 죽이기야 하겠냐?” 테입을 REWINDER에 넣고 단추를 눌렀다. 테입를 들고 허둥지둥 차에 오르면서도 언제 불벼락이 떨어 질까,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데, “내 이럴 줄 알았어. 비디오 테입 감느라고 늦었지?” “와, 귀신이네! 어떻게 알았어?” “여보 내가 당신하고 하루 이틀 살았어?” “싸모님, 근데 왜 화를 안 내시나요?” “아이구, 빨리 가기나 해” “야, 살다보니 이런 날도있네” “나니까, 데리고 사는 줄 알아” “예, 싸모님 압니다요. 알아요” “당신이 꽉 막히긴 했어도, 그게 당신 매력이야! 그거 알아?” “그렇습니까? 싸모님, 감사합니다” 여태것 비디오를 본 후엔 꼭 REWIND 해서 반납을 했다. 빌려 올 때, 테입이 REWIND 돼 있었건 아니었건. 누군가가 내가 보고 REWIND 해 논 테입을 보는 순간, “어? 오늘 횡재 했네” 하며 미소 지을 수있다면, 그 것도 별로 나뿐일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거참, 아직도 골빈놈이 있네. 여보, 이거봐, 테입이REWIND 되 있어” 하고는 비디오를 본다음, 그대로 반납하겠지… 암체라고 할까? 말까? 난 비디오 REWINDER를 15불 주고 삼년 전에 샀는데 아직 잘쓰고 있다. 테입을 REWIND한다는 것, 별로 큰 일은 아닌데….. 지극히 작은 생각의 차이인데…… 몇년 전만 해도, 비디오 빌리는 곳에 가면 대문짝 만하게 “비디오를 보신 후에는 꼭 REWIND 해서 반납해 주십시요” 라는 간판도 있었고, 둘중에 하나는 REWIND되 있었는데, 언제 부터인가 그 수가 점점 적어 지더니, 이젠 REWIND된 테입은 천연기념물이 된지 오래다. 이젠 간판도 다 떼어 버렸다. 언젠가, 미시사가 중앙 도서관에서 한국 비디오를 빌려 왔는데, 하나같이 REWIND 되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었다. 속이 씁쓰름했다. 도서관 테입은 좀 나을 줄 알았는데…..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을 보던 아내는 “여보 신경쓰지 말고 살어, 그리고 정 당신이 원하면 당신이나 즐거운 마음으로 해. 남 한테 강요는 하지 마”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 같은 아주 조그마한 일이 한인사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다 보면 나중엔 도리킬 수없는 엄청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것을 우리 아이들이 고스라니 배울까 봐서…. 처음에는 “나 하나쯤이야" 하고 REWIND 되 있는 테입을 본 다음에 그대로 반납 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REWIND 되 있지 않은 테입이 늘어나니까 “내가 미쳤다고 REWIND 해? 빌려올 때도 REWIND 되 있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다 보니, 이젠 한국 비디오는 거의 100% REWIND가 되지 않은 상태로 진열대 위에 있게되었다. 그게 식품점이건, 도서관이건…. 내가 바라는게 세 가지가있다. 첫째는 외국인들이 한국 비디오를 안 빌려갔으면 하는거다. 비디오를 빼서 볼 때마다 “GOD DAMN KOREAN!!!” 할까 봐 겁난다. 다른 나라 비디오는 모두 REWIND 되 있는데, 한국 비디오만REWIND 되 있지 않다면…. 생각만해도 얼굴이 뜨끈 뜨끈해진다. 둘째는 최소한 REWIND 되 있던 테입은 본 다음에 꼭 REWIND해서 반납했으면 하는거다. 셋째는 나 같은 골빈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엔 몇 사람 안 돼지만, 열심이 테입을 REWIND해서 반납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한인사회에도 몽땅 REWIND 된 비디오 테입이 진열 되어있을 텐데….. 내 바람이 이루어 졌으면 참 좋겠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나는 내가 비디오를 보는 한은, 테입을 REWIND해서 반납 할거다. 누군가가 내가 REWIND해 놓은 테입을 보고 기분 좋아 한다면, 나도 기쁠테니까.

기사 등록일: 200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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