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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고문
한 15년 전에 써 놓았던 글입니다. 혹시 어린 아이들을 기르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해서리..... ----------------------------------------------------------- 아빠의 고문 아내가 애 셋을 기르다 보니 10년 가까이 바깥 출입을 못 했다. 사내 녀석들 셋에 시달리고 남편 뒷 바라지 하다 보니 자연히 부엌떼기로 변할 수 밖에…. 영어도 결혼 할때 보다 준 것같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어져서 내게서 줏어 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러다간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들겠다 싶어서 저녁에 하는 수채화 강의에 등을 떠밀다시피 해서 등록을 시켰다. 아내도 좋아했고 아이들도 엄마가 학교에 다니는 걸 꽤 신기하게 여겼다. 그런데 아내가 한 달가량 학교에 다닌 다음부터 아이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저녁만 먹고나면 식탁에 둘러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엄마가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리니까 자기들도 따라서 그리는 것이었다.큰 녀석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문뜩 4년 전 어느 여름의 일이 생각났다. ------------------------------------------------------------ 큰 녀석이 5살 때였다. 일을 갔다 돌아 온 나에게 아내가 흥분한 얼굴로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예쁜 아기 코끼리가 그려져 있는 그림이었다. “여보, 여보, 이거 봐요”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 “이거 진이가 그린거예요” 아직도 흥분이 가라 앉지 않은 목소라였다. “그래?” 놀라서 다시 한번 그림을 쳐다봤다. 잘 그린 그림이였다. 선의 흐름이며, 아기 코끼리의 표정하며, 아기 코끼리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엄마를 닮아서 그림엔 나보다 소질이 있으리라는 것은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천재적인(?) 소질이 있으리라곤 미처 생각 못 했었다. 다음 순간 ‘좀 이상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이거 정말 진이가 그린거야?” “그래요. 정말이예요” “당신 진이가 그리는 걸 봤어?” “보진 못 했어요. 진이가 옆 집에서 그려온 거예요” ‘나도 아내처럼 순진해 봤으면…..’ 그 그림은 옆 집 5학년 여자 아이의 그림이 분명했다. ‘그런데 왜 이 녀석이 거짓말을 했을까?’ 큰 녀석을 불렀다. “진아, 이 그림 참 잘 그렸는데 이거 네가 그린거냐?” 말없이 고개만 끄떡였다. “진아 거짓말하면 안돼. 이거 정말 네가 그린거야?” 다시 물었더니 “그래, 내가 그린거야!” 제법 신경질조로 말했다. ‘어? 요놈봐라. 벌써 애비한테 기어 오를려고 해?’ 거짓말하는 녀석이 괘심했고, 말 버릇이 삐딱한데 화가 치밀었다. 알밤 줄려고 하던 손을 억제하고 “여보, 종이하고 연필 좀 가져 와!” 소리쳤다. “왜 그래요? 갑자기” “이렇게 말이 많아. 가져 오라면 가져오지” 종이와 연필을 녀석 앞에 놓고 끓어 오르는 화를 참으면서, 미소 띤 얼굴로 “진아, 여기다 이것하고 똑같은 그림하나 그려 줄래? 아빠 사무실에 갔다 붙여 놓게” “이거 갔다 붙여 놓으면 안돼?” 깜찍하게 대답했다. “아빠는 노란 코끼리가 싫어. 그러니까 이것하고 똑 같은 까만 코끼리 하나 그려 줘. Please?”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마지 못해 연필을 집어드는 녀석을 보면서 ‘그럼 그렇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세수를하고 와 보니 제 딴에는 그릴려고 애 쓰는데 될리가 있나? “어디 얼마나 잘 그렸나 보자” 종이를 들여다 보는 순간, 큰 녀석은 “으앙” 울음을 터트렸다. 확실한 증거를 잡은 형사처럼 의기양양해서 우는 아이를 앉혀 놓고 “거짓말하면 안된다” 고 기나긴 설교를 늘어 놓은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 눈물에 범벅이 되었던 어린 아들의 얼굴이 떠 올랐다. ‘길지 않은 순간이었지만 아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안돼는 그림을 그릴려고 연필을 들고 있던 어린 아들의 마음! 얼마나 힘들었을까?’ ‘뻔히 알면서 미소 짓던 애비가 얼마나 미웠을까?’ ‘오히려 “이노무 시끼” 하며 알밤 한 톨주고 말껄…..’ ‘아들의 거짓말은 잘 못 된거고 그 버릇은 분명히 고쳐주었어야 했었는데, 그런 방법아니고 딴 방법은 없었을까?’ 그때 의기양양했던 내 모습을 생각하니, 속이 조여 드는 것 같았다. 큰 녀석에게 정말 미안했다. ‘어떻게 하면 좋지?’ 속이 답답해져 왔다. ‘지금이라도 사과해?’ ‘에라 모르겠다. 녀석은 벌써 옛날 고리짝에 잊어 버렸을 텐데, 괜히 혼자 속 썩이고 있네’ 자위 해 보았지만 역시 속이 편치 못 하긴 마찮가지였다. 녀석들 몰래 냉장고에서 음료수와 얼음을 꺼내서 컵에 채웠다. 그리고 과자를 접시에 담았다. “Surprise! 너희들이 그림을 잘 그려서 오늘은 아빠가 특별 service를 한다.” 생각지 않던 아빠의 service에 신바람이 나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엄마를 닮아서 그림 솜씨가 나 보다는 낫겠군” 혼자 중얼 거렸다.

기사 등록일: 200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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