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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던 날
우리집 부엌벽에는 우리집의 명물 중의 하나인 사진틀이 걸려있다. 예전에 시골집에 가면, 작은 흑백 사진들을 50cm x 30cm 짜리 사진틀에 빼곡히 넣어서 벽에 걸었던 것과 흡사하다. 다른게 있다면 color 사진이라는 것과 사진틀의 크기가 120cm x 90cm 정도의 꽤 큰 사진틀이라는 것이다. 그 속에는 우리 가족의 옛 추억이 빼곡히 담겨져 있다. 그 중에는 아이들이 어릴 때 부터 9학년 될 때까지의 사진들이 약 100여 장 들어있다.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은 꼭 그 사진틀 앞에 서서 사진들을 보며 재미있어 한다. 사진틀 속에서 눈에 확 들어 오는 것은 세 아들의 사진을 유치원에서 부터 9학년 까지 학교에서 찍은 것을 나란히 붙여 놓은 것이다. 아이들의 얼굴 변화, 더욱이 머리 모양의 변화를 보면서 우리는 가끔 웃곤한다. 그런데 그 중에 둘째 아들의 유치원때 찍은 사진! 그러니까 둘째가 제일 처음 학교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아직도 나의 마음이 아리하니 쓰려 온다. 둘째가 학교에서 첫 사진을 찍던 날, “무슨 옷을 입힐 것인가?”가 문제 됐다. 내가 본 조카들의 유치원때 사진들은 모두 여자는 예쁜dress를 입었고 남자는 깜찍하게 neck-tie를 매고 jacket를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첫째도 유치원에서 첫 사진을 찍을 때 tie에 정장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찬이도 tie에 정장을 입혔더니, 찬이의 얼굴이 영 밝지 못 했다. “아빠, 나 이거 싫어” “찬아, 사진 찍을 때 모두 tie를 맺자나” “그래도 싫어” “이거 봐. 진이도 tie를 맺지. 사촌형들도 tie를 맺자나” “싫어” tie를 풀려고 한다. ‘짜식, 정말 이렇게 사정을 하는데…’ 속에서 뭔가 서서히 끓어 오를려고 했다. 찬이는 원래 좀 내성적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느냐’에 꽤 신경을 쓰곤했다. 게다가 생일이 11월 말이라, 반에서는 제일 나이가 어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동양 아이는 제 반에 단 한명! 그래도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게 천만 다행이었다. “찬아, 다른 아이들도 멋있게 tie 매고 올 거야” “싫어~~”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아빠 말 들어!” 목소리가 약간 올라 갈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우리 찬이 사진이 멋있게 나올테니까, 걱정 마!” 등을 떠밀다시피 해서 찬이를 학교에 보내고, tie를 매고 활짝 웃는 찬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머리 속에 그리며 출근했다. 일을 하면서도 찬이가 환히 웃으며 사진 찍는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둘째를 찾았다. “찬아, 어땠어?” “말 시키지 말아요!” 퉁명스런 아내의 말이었다. “왜?” 찬이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영 말이 아니다. 찬이는 입을 봉하고 있었고 아내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내 가슴을 꽉 메이게 했다. 찬이가 학교에 갔더니, 그 반에서 tie를 매고 정장을 한 아이는, 찬이 말고는 단 한 명도 없었단다. 그러지 않아도 주눅이 들어 있던 찬이에게 반 아이들은 tie를 맺다고 놀렸고… 그래서 찬이는 복도에 나가 아무도 안 보는 데서 혼자 울었단다. 눈앞이 캄캄해 졌다. 사진을 찍을 차례가 됐는데도 찬이가 안 보이니까, 한 여자 아이가 복도로 찾으러 왔었단다. 찬이는 눈물을 딱고 가서 사진을 찍었단다. Tie를 매고… 난 속을 쥐어 뜯고 싶었다. 가만히 닥아가 시무룩하게 TV를 보고있는 찬이를 꼭 안아 주었다. “찬아, 미안하다” 아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찬이가 더 안쓰러웠다. “아빠 때문이야! 아빠 때문!” 오히려 자그마한 주먹으로 내 가슴팍을 때려 주었으면 좋으련만… 후회해도 소용 없는 일! 복도에서 혼자 울고 있었을 찬이의 모습이 자꾸 머리속에 떠 올랐다. 애비의 욕심! 고집 때문에, 울어야 했던 가여운 내 아들!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차마 눈물은 보일 수 없었고 속으로 울고 또 울었다. 사진을 찾아 오던 날! 첫째의 사진을 보니, 활짝 웃는 얼굴이 들어 있었다. 멋있었다. 찬이의 사진을 보는 순간, 내 가슴이 다시 한번 꽉 메어져 왔다. 웃음이 없는 얼굴! 약간 겁 먹은 듯한 얼굴! 두 눈은 부어 있었다! ‘찬이의 유치원때 사진을 사진틀에서 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음을 고쳐 먹었다. 추억이라는게 아름다운 것이면 좋겠지만,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것! 가슴 아픈 추억도 추억은 추억이니까. 다른 하나는 세심한 찬이가 첫째와 세째의 유치원때 사진은 있는데, 자기 유치원때 사진이 없으면 오히려 더 마음이 상할가 봐서… “찬아, 미안하다 정말로” 꼬리 글: 찬이는 Grade 3 까지는 힘든 학교 생활을 했다. 생일이 늦기 때문에 제 반에서 제일 어렸던 아이! 제 반에 단 하나 뿐이었던 동양 아이! 그러나 이제는 아주 활달한 청년이 되었다. 찬이는 자기 어렸을 때, 힘 들었던 것을 생각하며 자기처럼 학교 생활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돕겠다고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자격증을 받았다. 지금은 좀 더 좋은 교사가 되겠다며,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더 공부하고있다. 아내와 나는 찬이 때문에 참 많이 속이 상했었고, 찬이에게 참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었다.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지만 그 때는 참 많이 힘들었었다. 시간이 나는대로 아이들을 기르던 이야기를 써 볼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기사 등록일: 200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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