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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와 민들레: 상징이 실재를 지배하는 세상1 _조현정의 시대공감(21)
봄부터 민들레와 전쟁을 치르는 집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조금만 경계를 늦춘다 싶으면 민들레가 금세 잔디밭을 점령하고 맙니다. 뿌리는 얼마나 깊은지 쉽게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인간의 삶에 무용한 잔디는 이렇게 대접을 받는데 약초도 되고 차의 재료도 되는 유용한 민들레는 왜 천대받게 되었을까요? 도대체 언제부터 사람들은 집 앞이나 공원에 잔디를 심기 시작 했을까요?
그 시작은 중세 말 프랑스와 영국 귀족들의 저택에서부터입니다. 최초의 기록은 16세기 초 프랑수아 1세가 지은 루아르 계곡에 있는 샹보르 성의 잔디밭입니다. 스프링클러도 없고 잔디 깎는 기계도 없던 당시에는 사람들이 직접 물을 주고 깎아줘야 했습니다. 이렇게 무용한 잔디를 많은 인력과 돈을 들여 가꾼다는 것 만으로도 부를 과시하기에 충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력이 있는 귀족들이 앞 다투어 잔디정원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풀이 무성하게 자라 관리 되지 않은 잔디밭은 곧 그 귀족의 몰락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힘과 재력을 잃게 되면 가장 먼저 정원을 통해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단 며칠만 관리하지 않아도 잡초와 풀들이 자라나기 때문이죠. 그렇게 잔디는 유럽의 귀족 문화를 점령해 나갔습니다. 개인 저택뿐만 아니라 공공 건물에도 잔디를 깔기 시작 했습니다. 권위의 상징이었으니까요. 귀족들의 스포츠 문화에도 침투 했습니다. 잔디밭에서 테니스를 치고 축구도 하게 되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미군이 참전하게 되면서 미군도 유럽에 깔린 멋진 잔디밭을 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유럽에 동경을 가졌던 미국인들이 따라 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더구나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1920년에는 모터가 달린 잔디 깎는 기계가 발명되면서 미국의 대저택뿐만 아니라 중산층 가정에도 잔디밭이 보급됩니다.
넓게 펼쳐진 잔디 위에서 파티를 하는 것이 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후 집 앞이나 관공서 앞뿐만 아니라 공원에도 잔디가 깔렸습니다. 잔디는 스포츠계도 평정 했습니다. 한때 귀족들의 스포츠였던 골프, 테니스를 비롯해 야구, 축구, 럭비와 같은 대중 스포츠에도 잔디가 깔렸습니다. 심지어 중동의 부자들도 잔디가 살기 힘든 사막 가운데 잔디를 심고 엄청난 관리비를 들여가며 부를 과시합니다. 이와 같이 불과 400년 전만 해도 쓸모 없던 풀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민들레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때 민들레는 민초들의 사랑을 받는 식물이었습니다. 본초강목에는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뼈가 튼튼해진다고 해서 다양한 증상에 약재로 쓰였습니다. 동의보감에도 여드름, 결막염, 중이염, 인후염, 편도염, 위궤양, 위염 등 염증질환에 많이 쓰이는 약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양에서도 일찍부터 차로 마시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에게 유용한 민들레는 잔디 때문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무용한 잔디 때문에 유용한 민들레가 잡초 취급 받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사실 자연의 입장에서는 잔디나 민들레나 그냥 식물의 한 종일 뿐입니다. 그 밖에 우리가 무심해 이름도 모르고 잡초라 부르는 많은 풀과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자연인데 인간이 인위적으로 상징화 하는 것입니다.
상징화하면서 서열과 가치가 생깁니다. 과거 유학이 발달한 동아시아에서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사군자라 하여 유독 아꼈던 이유도 상징화 때문입니다. 선비의 절개와 기개, 지혜와 고귀함의 상징으로 만든 것이죠.
그것 자체가 다른 식물들보다 특별히 유용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인간에게 포착된 모든 것이 그렇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상징화됩니다. 상징화를 통해 서열이 매겨지고, 악하고 선한 것, 성스럽고 속된 것, 귀한 것과 천한 것으로 나뉩니다. 이런 것들이 서로 엮여서 상징체계가 됩니다. 같은 상징체계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룹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문화라고 합니다.

공동체가 다르다는 것은 지역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상징체계가 다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까마귀는 불행을 상징하지만 일본에서는 지혜로움을 상징합니다. 같은 대상을 두고도 각각의 상징에 따라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징은 큰 힘을 가집니다. 상징을 지배하는 사람은 공동체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권력자와 종교지도자들은 상징을 통해 국가를 통솔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상징체계의 변화를 싫어합니다. 상징체계의 변화는 곧 권력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권력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상징을 실재보다 더 절대화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강력한 상징체계 속에 묶어두려고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음 이야기에는 상징과 권력, 상징과 종교의 문제에 대해 더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조현정, 캘거리한인연합교회
kier3605@gmail.com
교회홈페이지: http://www.kucc.org

신문발행일: 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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