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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1: 당신은 정말 평등을 원하는가? _조현정의 시대공감(25)
 
10년 전쯤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얼바인 바로 옆에 애너하임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여기에는 그 유명한 디즈니랜드가 있습니다. 한동안은 비싼 티켓 때문에 디즈니랜드를 제 돈 주고 가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는 동생이 말하길 자기 친척이 디즈니랜드 직원으로 일해서 표를 공짜로 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일반표 보다 두 배 이상 비싼 패스트트랙이란 표였습니다. 일반표와 달리 패스트트랙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왠 횡재냐 하고는 친구를 따라 디즈니랜드에 갔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한참 늘어서 있는 줄을 옆으로 하고 바로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습니다. 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우쭐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비행기의 경우 평소에 비즈니스석은 꿈도 못 꾸다가 포인트가 쌓여서 업그레이드 해서 타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퍼스트가 아니라 비즈니스만 되도 탑승을 먼저 합니다. 좌석도 좋고 음식도 다릅니다. 뭔가 특별대우 받는다는 기분을 확실히 줍니다. 이래서 돈을 주고 비즈니스석을 타는구나 싶습니다.
자본주의의 황혼이 길게 늘어진 오늘날 돈 만 있으면 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캐나다보다 미국이 더욱 심합니다. 돈만 주면 출퇴근 시간 꽉 막히는 차로가 아니라 카풀차로로 갈 수도 있습니다. 원래 카풀차로는 여러 사람이 동석하거나 버스만 갈 수 있는 차로입니다. 그러나 돈을 지불하면 혼자라도 카풀차로를 이용할 수 있게끔 한 도시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런 카풀차로를 비꼬아서 렉서스 차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남들은 꽉 막힌 차로에서 가다 섰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빈 차선을 쏜살같이 달리는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요?
이것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도 돈으로 만들 수 있는 특권들이 넘쳐납니다. 심지어 미국은 이민서비스 또한 돈을 더 주면 빨리 처리해주는 제도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특권을 누리고 싶어 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다른 사람보다 더 편하게, 다른 사람보다 귀한 대접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특별 대접을 받을 때 뿌듯하고 기쁩니다. 반면 다른 사람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면 화나고 슬픕니다.
그 동안 사회의 정의와 평등을 열망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랬나 싶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평등과 공정함을 외칠 때는 불평등과 불공정이 우리에게 피해를 줄 때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겪는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불평등과 불공정의 수혜자가 되었을 때도 우리는 특권을 내려 놓고 평등과 공정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뿌듯해 하고 기뻐하지는 않는가요? 그러한 특권을 정당한 것이라 생각하고 합리화 하지는 않나요?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정말 평등을 원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요즘 한국에는 ‘갑질’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갑질’이 없는 사회를 꿈 꾸는 것 같은데도 ‘갑질’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정말 갑과 을로 나누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꿈 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갑이 되고자 꿈 꿉니다. 구조를 바꾸기 보다 '갑' 위치로 올라가고자 노력합니다. 불평등을 제거하기 보다 불평등의 수혜자가 되고자 합니다.
영화 '설국열차'를 보면 꼬리칸에 탄 가난한 사람들은 벌레로 만든 프로틴바를 먹으며 겨우 연명을 합니다. 그러면서 폭력과 노동착취에 시달립니다. 반면 앞칸에 사람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누립니다. 꼬리칸의 리더 커티스는 사람을 규합하여 혁명을 일으킵니다. 결국 많은 사람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머리칸까지 도착합니다. 머리칸에 있던 열차의 설계자 윌포드는 커티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혁명을 성공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단지 머리칸에 있는 사람만 바뀔 뿐이지. 여전히 꼬리칸과 머리칸의 구조는 바뀌지 않아.”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당신은 정말 평등을 원하십니까? 불평등의 피해뿐만 아니라 불평등이 가져다 주는 특권을 거부할 수 있을 때 세상의 불평등한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조현정, 캘거리한인연합교회
kier3605@gmail.com
홈페이지: http://www. kucc.org


기사 등록일: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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