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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나라 캐나다_최석근 칼럼 1
 
필자는 정교수로 진급을 한지 2주가 된 서울에서 온 신경외과의사이다. 정확히 말하면 뇌혈관 외과 의사이다. 실제 이곳 캐나다 캘거리는 필자의 영역에서는 연구년을 보내기 위한 곳으로 선호하는 곳은 아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캘거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곤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로키 마운틴 가까운 도시이고, 매우 교통이 좋은 곳, 그리고 아주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을 하고 있었다. 물론 캐나디언 로키를 가기 위한 관문으로 더 알려져 있다.

서울에서 동료들이 필자가 캐나다 캘거리란 곳으로 간다고 했을 때 많이들 의아하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곳에 오고자 했던 이유는 캘거리 대학교에는 뇌신경의학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두 개의 유명한 뇌신경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고 있다. 기초 연구로서는 “project neuroArm”이라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미세 뇌수술 로봇 연구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고, 임상적으로는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Alberta Stroke Program” 이다. 둘 다 현재로서는 제일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필자의 연구실은 ‘Hotchkiss Brain Institute’라는 Foothill 병원 블록의 서북쪽의 최신식 건물의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이따금 한번씩 캐나다 올림픽 파크의 스키장에 가면 병원 전경을 볼 수 있는데 스키장에서 바라다 볼 때 가장 정면에 마주하는 건물이다.
이곳 연구소에 들어서면 미세 뇌수술 로봇을 작동하는데 이용되는 수많은 기술들이 한군데서 집약되어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상으로 수술을 연습할 수도 있고, 가상으로 로봇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수많은 장비들이 있고, 그동안 개발된 로봇 관련된 기술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연구소는 여러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서 실험실 투어를 하는데 작년 가을에는 캐나다의 과기부장관도 방문하였고, 거의 매주마다 캐나다뿐 아니라 미주, 유럽 등의 유수한 연구소의 교수들이 찾아온다. 이러한 교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곳의 연구시설을 보면 소위 ‘태권 브이’ 정도는 그냥 뚝딱 만들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 드는 생각이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런 연구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미 수많은 뇌수술 경험을 가진 필자의 눈에는 이 로봇이 정밀한 뇌수술을 하는 사람의 손을 대체하기에는 많은 벽이 존재하고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몇 개월 동안 이곳에서 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그러한 의문점을 풀어가고 있다. 점점 캐나다의 시스템과 과학기술을 지원정책이 한국과 같은 나라와는 많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곳의 연구의 목적은 우리 나라와 같이 당장에 돈이 되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좀더 큰 보편적인 가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즉 기업의 어떠한 유형의 원천 기술개발을 위해서, 돈이 될만한 기술을 위해서 투자되는 연구비들이 아니라 과학 기술의 혁신과 발견 그 자체를 위해서 투자를 한다.

당장에 나오는 결과물이 없어도 그 사람의 열정과 그리고 약간은 황당할 수는 있지만 그 계획의 논리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연구비들이 지원된다.
이러한 연구비들은 당장에 연구성과를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장기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함으로 수준 높은 연구가 가능하게 하고, 다수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할 토양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일하는 연구원들은 정신적으로 평온한 상태에서 연구를 수행을 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한국도 수준 높은 연구가 가능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책에 있어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많이 변화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현실적으로는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얻어내면 매년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고 소위 ‘숙제 검사’를 맡아야 한다.
단기 실적물이 없으면 연구비 지원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우스갯소리로 ‘연구 빚쟁이’가 되는 것이다. 한국은 장기 기초과학 육성 시스템이 좋지 않아서 경제적으로 산업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나라에서 온 연구원들은 국제적으로 경제력이 우리나라만큼 수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과학기술계 노벨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의아해 한다.

미세 뇌수술 로봇 연구는 캐나다의 장기연구 중시 풍토 속에서 시작되었다. 미세 뇌수술 로봇 연구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곳의 시스템과 연구 지원정책이 없었더라면 실현하기 힘들었을 연구주제로 생각한다.
미세 뇌수술 로봇을 연구하고 개발하여 임상적으로 응용하기에는 미국보다도 이곳 캐나다가 더 장점을 가진 곳이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미세 뇌수술 로봇’, 이건 나와 같은 임상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약간은 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됐었다. 특히 이러한 연구가 시작된 20여년 전에는 어땠을까?
그러나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당장에 돈이 안되더라도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지원할 수 있는 생각과 시스템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 미세 뇌수술 로봇의 목적은 원래 우주정거장이나 달나라에서 우주인이 아플 때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우주에 로봇이 동행해서 같이 가 있으면서 그 수술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센터가 지구에 있어서 이곳에서 외과의가 우주의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로 수술을 하면 그 로봇은 오차 없이 똑같이 따라한다.
또한 우주에서의 로봇과 환자와의 조직-기구상호 작용하는 느낌이 외과의의 손에 그대로 전달되어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에는 수많은 기술 개발이 접목되는데 그 파생되는 기술이 실제 현재의 의학에도 지대한 도움이 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나사의 우주 개발 계획에 이용된 기술이 응용되어 우리 생활 곳곳에 접목된 것과 같은 것이다. 이제 우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있는 환자를 이곳에서 원격으로 수술을 하고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의사에게 캐나다의 수술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캐나다 의사에게 한국 환자가 자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우주 원격 미세 뇌수술 로봇 프로젝트는 개발을 하더라도 바로 돈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황당’할 수 있는 연구가 결국은 인류를 이롭게 하고, 인류가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필자가 옆에서 지켜 봐온 바로는 캐나다는 “연구의 나라”이다.

최석근 교수)
경희 의료원 신경외과 박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현재 캘거리 대학병원에 교환교수로 방문 연구활동중

기사 등록일: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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