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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선행학습의 나라 _ 최석근 칼럼 2
 
한국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로서, 앞으로 성장해가야 할 아이의 학부형으로서 느끼는 한국의 교육방식은 늘 ‘선행학습’이 중점이슈이다.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뛰어난 한국에서의 선행학습은 주로 수학, 영어학습에 중점을 두고 어린나이부터 교육을 시킨다.
필자는 처음에 이곳 캐나다가 선행학습과는 먼 나라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몇 개월 동안 이곳의 교육을 지켜보면서 정반대의 생각으로 변하고 있다. 오히려 캐나다의 교육제도는 그 자체가 선행학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느낀다.
적어도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분야, 의과대학의 교육은 실질적으로 자기가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계획을 미리 세우고 대비하여 자기의 학습 경력을 만들어가는 또다른 형태의 고도화된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나라인 것 같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학습이며 어쩌면 ‘학습 경력’이란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학습자의 미래에 필요한 실용적인 선행 학습을 하게 하고 사회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 같다.

어느 날 연구실에서 한 대학생 연구원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평소에 그는 성격이 활달하고 또한 영어가 부족한 나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줘서 심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학생이었다.
‘너는 이 연구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왜 여기 와서 연구를 하고있으며 또 어떤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니?’.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설명하는 그 학생연구원을 보며 한국의 그 또래 의과 대학생들과 비교가 되었다.
그 연구원은 캘거리 대학교 학부생이었고, 학과 시간외에 틈틈이 연구실에 와서 연구보조를 하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학습경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앞으로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이 연구실에서의 경험이 의과 대학원의 입학허가를 받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대에 진학해서도 이곳 에서의 활동을 연구경력으로 이어 나가고 싶다고도 했다. 그의 연구주제는 아주 흥미로운 것이었는데 뇌종양에서 그 종양세포가 내는 특징적인 소리로 종양의 악성도를 평가하는 과제였다. 그는 학부생임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에서 일정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종양의 표본을 현미경 상에 놓고 종양의 악성도를 평가하는 고식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던 필자에게는 무척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떻게 학부생이 이런 수준 높은 연구팀에 와서 연구과제를 함께 실험하고 풀어나갈 수 있을까?

캐나다에서는 왜 자기의 미래 진학을 위해 이런 실험실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일까?

캐나다의 고등교육제도와 한국의 그것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다음단계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 걸까?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공부하고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많이 생소하고 궁금한 일들이다.

처음 이곳으로 오기 위해 준비하며 한국에서 바라본 캐나다는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여유롭게 자라는 나라, 과도한 경쟁력보다는 풍부한 자원력을 바탕으로 부유하고 평화롭게 삶을 꾸려나가는 나라, 삶의 질이 높은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곳에 와서 생활해보니 과연 캐나다는 여유 있고 평화로운 나라였다. 하지만 이제 이 사회의 중심으로 들어와 겉에서 바라본 숲이 아닌 나무를 차근차근 둘러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여러가지 상황들을 경험하게 된다.

필자는 주로 연구소와 병원 수술실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임상미팅에서 자연스럽게 이곳의 레지던트 과정 중에 있는 친구들, 또 외국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젊은 의과대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몇 주전에는 캐나다 동부에서 의과대학 졸업반인 한 친구가 이곳의 신경외과를 경험해보고자 2주동안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어릴 때 한국에서 이민 와 이곳에서 성장한 한국인 의대생이었다. 캘거리 대학병원 신경외과 트레이닝에 관심 있어 이곳 생활을 미리 경험해보고자 방문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필자로서는 이곳에서, 같은 과에서 같은 한국인으로 만나니 참 반가운 일이었다. 더구나 앞으로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할 수 도 있겠구나 싶어 더욱 친근감이 들었다.한편, 멀리 동부에서부터 이곳까지 와서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설계해 나가는 그 학생을 보니 참 대견하였다.
어느 날, 수술이 끝나고 병원 카페에서 그 학생과 의학적인 깊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날 수술실에서의 진행과 결과를 가지고 서로 문답하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 학생은 아직 의대생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신경 외과적인 부분에 있어서 수준이상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레지던트 교육을 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조금은 충격이었다.
한국의과대학에서는 주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의학의 기초가 되는 학문을 공부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 때문에 ‘신경외과’같은 희소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의과대학 졸업반 학생이 갖는다는 것은 아주 힘들다.
의과대학 졸업반인 학생이 이미 오랜 임상경험을 갖고 있는 필자와 수술과 질환에 대해 막힘없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조금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왜 내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놀라는 것일까?

이 학생이 아주 특출나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해박한 의학지식을 갖추고 있기 떄문일까?

필자 스스로 자문해 보았다. 아니었다. 이곳을 방문한 학생 연구원들, 의학대학원생들은 이미 자신들이 앞으로 해야 할 학문에 대해서 많은 기초지식을 습득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지, 누구든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그 꿈을 향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서 미리 그것을 준비해야 하고 준비한 만큼 인정을 받는다. 이미 그 한국인학생은 미래의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 그 신경외과에 들어가기 위해서 자기 나름의 학습경력을 쌓아 왔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맹목적인 선행학습 강조와 입시지옥의 한국에서 바라본 캐나다는 그저 편안한 나라로, 미래의 꿈과 계획이 없이 그냥 평안하게 살아도 되는 그런 나라로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와 살펴보니 캐나다는 한국의 선행학습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경험적인 ‘선행학습’의 나라이다. 꿈꾸는 만큼 더 성실하고 더 꼼꼼하게 준비해야하는 그런 나라이다.

그 한국인 의과대학생이 앞으로 신경외과의사로서 차근차근 스텝을 잘 밟아 캐나다 이민사회를 이끌어갈 큰 인물이 되기를 소망한다.

최석근 교수
경희 의료원 신경외과 박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현재 캘거리 대학병원에 교환
교수로 방문 연구활동중


기사 등록일: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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