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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사회: 하는 것 보다 하지 않는 것 _ 조현정의 시대공감(28)
 
픽사(Pixar)에서 만든 만화영화 Wall-E에서 나오는 지구는 황량한 쓰레기 행성입니다. 넘쳐나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해 인간들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고 쓰레기 청소 로봇만 남아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Wall-E는 쓰레기 청소용 로봇입니다. 다른 청소용 로봇들은 수명이 다하여 고철이 되어 있고 Wall-E 혼자서 쓰레기를 압축하고 분류해서 산처럼 쌓아 놓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 10년 전만해도 사람들은 Wall-E와 Eve의 사랑이야기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보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쓰레기 지구가 머지 않은 현실로 다가 올 것 같습니다.
작년 조사에 따르면 한 해 지구상에 버려지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3,190만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패류뿐만 아니라, 호수, 땅, 농작물 등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해류에 의해 모이는 쓰레기더미가 한반도의 7배 면적이나 된다고 합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로 인한 온난화, 우주 쓰레기 또한 심각한 수준입니다.
인구는 현재 76억에 육박하고 있고 인간들의 쓰레기, 탄소 배출량은 지구가 버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구가 유지 되기 위해서는 프랑스인들을 기준으로 할 때 30억명, 미국인을 기준으로 할 때 11억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생산성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업시대에서 교육받고 자라온 대부분의 사람은 생산성이 곧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가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필요한 만큼의 생산이란 없습니다. 생산이 초과하면 새로운 수요를 만들면 됩니다. 산업시대와 자본주의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과잉생산과 과잉수요를 낳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고,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직 쓸만한 차를 가지고 있지만 더욱 세련되고 멋진 신형 차로 바꾸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몇 안 되는 식구가 대궐같이 큰 집에 살기도 합니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경제가 돈다, 경기가 좋다라고 이야기하는 현상이 과잉생산과 과잉소비가 잘 이루어 질 때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유일한 터전인 지구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과잉생산과 과잉소비가 미덕이 되는 시기에 사람들은 항상 무엇을 하려고만 합니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벌고, 더 좋은 것을 사려고 계획합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Boys, be ambitious!)는 격언처럼 우리의 욕망을 키우고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생산을 극대화 하기 위한 노력, 보다 많은 소비를 위한 노력은 과잉사회와 피로사회를 만듭니다. 제 3세계 개발도상국들도 산업과 자본이 결탁한 미국식 미덕을 추종합니다. 이들도 경제가 발전해서 미국인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고 싶어 합니다. 만약 이들 나라마저도 미국처럼 경제가 발전한다면 지구는 우리 세대가 끝나기 전에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기독교 또한 생산성의 미덕에 매몰되어있습니다. 보다 많은 성도, 보다 많은 헌금, 보다 크고 화려한 예배당을 추구합니다. 주일 예배뿐만 아니라 새벽기도, 수요예배, 금요철야, 각종 프로그램들을 돌리면서 무언가를 채우려 합니다. 한국교회는 이런 목표들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듯 보입니다. 100년이 조금 넘은 역사를 가진 한국 개신교가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 “세계에서 성장이 가장 빠른 교회”라는 타이틀을 자랑하는 위치에까지 왔으니까요. 그러나 교회의 성장과 함께 악습과 병폐도 함께 자랐습니다. 사회에서도 용납되기 힘든 파렴치한 범죄들이 교회에서 연일 터져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 밖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이제는 하는 것 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생각할 때입니다. 생산해야 할 것 보다 생산하지 말아야 할 것, 소비하고 싶은 것보다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 입니다.

노자의 도덕경 12장에는 이런 구절들이 나옵니다.
오색영인목맹(五色令人目盲) 갖가지 색을 추구할수록 눈은 멀게 된다.
오음영인이롱(五音令人耳聾) 온갖 좋은 소리를 추구할수록 귀가 먹게 된다.
오미영인구상(五味令人口爽) 온갖 좋은 맛을 추구할수록 입은 상하게 된다.
노자는 흥망성쇠가 연일 일어나는 춘추전국 시대에 부국강병을 위해 “해야 할 것들”을 조언 하는 다른 제자백가들과 달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인위’적으로 무엇을 바꾸려 하기 보다 ‘무위’를 통해 혼란을 바로잡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사상에 핵심이 ‘무위자연’입니다. 현대의 미니멀리즘이 이와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야 할 것 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 하지 않아도 될 것, 가지지 않아도 될 것을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조현정, 캘거리한인연합교회
kier3605@gmail.com
홈페이지: http://www. kucc.org

기사 등록일: 201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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