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고래상어 한 마리가 산다 홀로 지느러미 날갯짓으로 안개를 뚫고 와 달빛에 떠다니는 늪을 끌러내려 거닐고 있다 처음에 수위가 낮은 습한 갈대 발자국 소리 따라 몰래 기어들어 온 수달인 줄 알았다 밤이면 깃털의 무게를 감지하며 아킬레스건을 당기고 물구나무선 물줄기가 몸의 비늘을 턴다 늪의 어미라는 걸 확신했다 떠도는 바다를 뒤로하고 부서진 거푸집으로 돌아가 어느 날 물때 없는 늪에 떠올랐다 찔레꽃이 피기 시작하면 까치발을 딛고 관절이 부어오른 것을 알았다 고래상어는 땅바닥 진흙이 녹아들 때 마른 발자국을 삼키고 지친 새의 눈을 흔든다 나도 늪의 속살만큼 뜨거운 김을 내뿜고 발을 꼿꼿이 세운 한 마리 고래상어가 된다
늪 속에 자란 초승달이 뼈에 엉켜 드는 자운영 숯불 지피는 저녁 풍경이 우리 집 벽에서 입술을 주고받았다 고래상어가 물을 파먹으며 늪의 연대기를 그리고 바람이 오는 쪽에서 보랏빛 피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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