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오솔길에 내맡긴 송악 외암 만삭의 촌부들이 묻혀낸 지문속에 문명은 등 굽은 노송과 돌담사이 달려오네
영암 댁 대청에서 바라본 처마끝 선 수백 년 뛰어넘는 묵향을 피어 놓고 추사의 혼백만 남아 기둥 위 살을 부비고
맞바람 신선 되어 마주본 일자 겹집 반가의 가르침이 돋우는 심지속에 청풍은 세월을 헤쳐 짚신 한 짝 잊고 살지
한낮의 돌 틈 위로 애호박 익어갈 때 설화산 끌어안고 토주 한잔 마셔가면 수백 년 비켜낸 문명 그 속에 나도 선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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