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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결혼 _ 유인형 컬럼
유형, 결혼 초청장 받았디?”
“당신이야 장례 초청에나 가는 괴짜 아냐?”
“이번은 꼭 가봐야 되갔어. 요즘은 국제적으로 노누만. 큰애는 하얀 며느리, 둘째는 인도 사위, 셋째는 순전히 새까만…..
총천연색으로 구색을 갖추누만, 시집오면 오고, 장가가면 갔지였는데 더 이상 흥분돼 못 견디겠시야. 내레 뭐라 카서, 오마니들이 긴장하고 한국 혈통을 유지해야 된다구 말야, 유별나게 교육 수준 높다고 하는 게 고작 국제 수준으로 버무려서 당대에 끝내 준다 이거 아니갔어?”
친구는 화가 나 전화를 끊는다.

남의 말이 아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유치원에서 국민학교는 언제 지나가 버렸는지, 이제 중학생인가 했더니 다시 졸업사진 찍는다고 가보니 또 그새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내년엔 사각모를 쓰고 다시 졸업사진이나 찍으면 부모로선 증명사진을 다 찍어 주는 셈이다. 대학원과 박사 과정이야 자식들이 알아서 할 일이나 배우자 선택만은 신경이 곤두선다.

“왜 그러냐 하믄, 비카우스….”
한국말 반토막, 영어도 반, 손짓 반으로 겨우 의사소통을 해 가며 어째서 한국 사람은 꼭 한국인으로 배우자를 선택해야 되는가를 설명하다 보면 진땀만 난다. 신발을 신고가 아니고 신발을 업고, 내 거 엄마, 니 거 대디 식으로 더듬거리는 한국 아이들의 생각은 전혀 겉모습과 다르다.

아이들은 피부나 언어, 문화적인 배경을 무시해 버린다. 서로 사랑하면 그것이 전부이다. 골치 아프게 학벌, 출신, 직업 거기에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따지지 않아 좋긴 하지만 인생 경험으로 봐 ‘사랑’만이 결혼 조건의 다는 아닌 것이다. 아이들이란 아빠 엄마를 그대로 반영하는 가정교육의 산물인데, 지난날을 돌아보면 아찔할 뿐이다.

부부가 모두 직장에 나갈 때는 몇 살 안 된 녀석들이 밖에 나가 놀면 위험한 탓에 아파트 문을 잠그고 나갔다 돌아오면 오줌 똥으로 범벅이 된 채 강아지처럼 쓰러져 잠든 걸 본다. 저희들끼리 싸웠는지, 제대로 챙겨 먹질 못했는지 눈자위에 말라붙은 눈물자국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좀 자라서는 탁아소에 맡겼다가 무슨 물건인 양 저녁이면 찾아오곤 하였다. 허덕거리며 살아온 부모로서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킨 거야 없겠지. 그래도 별 보고 집을 나가, 별보고 돌아오는 근면성 하나로 살아왔음을 자위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보면 부모로서 너무 했구나 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학우들 중에 몇 명이나 한국 친구가 있을까? 더군다나 좁은 교민사회에선 뉘집 규수, 총각인지 단번에 알기 때문에 서로 사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자칫 루머가 떠돌면 그 상처만 남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한국의 형제나 친척을 통해 신부를 찾아오지만 문제는 신랑감에 있는 것 같다. 대체로 반은 실패한다. 한국 남성의 특성인 남성적 권위와 수틀리면 주먹이 앞서는 게 결정적인 원인인 것 같다.
더군다나 여왕의 입김이 작용하는 이곳은 남녀 평등의 나라가 아닌가.
우리야 문 밖까지 나가 손님이 떠날 때까지 배웅을 하지만, 여기서 성장한 아이들은 ‘바이’ 하기가 무섭게 문도 닫고, 외등도 꺼버린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결정하도록 교육받는다.

배우자 선택은, 부모가 사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사는 것이므로 절대적인 자신의 결정권을 주장한다. 이래저래 배우자 선택은 여간 난처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비슷한 또래의 총각 처녀도 별로 없다. 오히려 처녀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대학을 나와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타인종의 진취적인 동료가 접근해 오면 국제 결혼은 불가피해진다.

이런 주변상황에서 한국인끼리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건 행운 중에서 축복을 더한 행운인 것이다.
적령기의 딸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정말 심리적인 압박 속에 초조해진다. 도대체 사랑을 호소하는 한국 청년도 없지만, 중매를 서겠다고 나서는 교량 역할도 없는 실정이다.
꽃이 나비를 찾아 돌아다닐 수도 없고, 나비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그것도 모르는 처지이다. 교회도 수없이 많다 보니 그나마 한자리에 만날 기회도 없다.

아이들이 어려서 이러한 사정을 이해할 수 없는 부모들은 국제 결혼을 한 마디로 비난한다. 이해는커녕 매도하려 든다.
이래저래 아이들은 영영 한인 사회를 떠나게 된다.
수천 년간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계의 혈통 유지법 중에 가장 기초가 되는 건, 부부 중에 누가 타인종이라 할지라도 자녀들은 모두 유대인으로 흡수되는 일이다.

물론 유대교의 종교의식이 그 구심점을 만들어 주겠지만, 태어난 자녀가 모두 유대인이 되면 그 민족은 번성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처럼 국제결혼으로 인한 냉대와 비난으로 점점 아이들이 떨어져 나간다면 다음 대에도 못 가 한국인은 현지에 흡수 동화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
부모로선 당연히 한국인과 결혼하길 갈망하지만, 한 두번 한국을 방문한다고 해서 배우자 선택이 가능하지도 않다.
차라리 일본 아이들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1년간 일본으로 돌아가 예비교육을 받은 후 다시 현지 대학으로 진학하는 식은 어떨까. 자칫하면 한국인도 아니고 철저한 캐나다인도 안 될까봐 겁이 난다.
어쨌거나 토론톤엔 여성회가 있쟎은가. 시집 장가 보내는 중매역할 또는 여성회의 장기 사업 연구 과제로 이상적인 일 중의 하나라 믿는다.
지금은 달나라에 가서 흙도 채집해 오고 관광도 보내겠다는 과학 만능의 컴퓨터 시대이다. 이러한 터에 우선 캐나다에 흩어져 사는 적령기의 자녀들에 대한 정보 순환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적령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정말 갑갑한 처지이다. 경제력이 있다면 아이들을 한국에라도 자주 내보내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차라리 북미주 대도시의 대학생 주체인 미팅에 보내는 게 더 좋겠지만 그런 여유와 시간이 없다.

비단 대학생인 자녀뿐이겠는가. 이민 1세들이란 생업에 너무 급급해 눈물겹도록 힘겹게 자녀들을 양육하지만 국제 결혼을 완강하게 반대하므로 금이야 옥이야 하고 키운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잠적해 버리기도 한다.
또 하늘처럼 정성을 쏟았던 아들이 남미 여성과 결혼을 한 후 부모 자식간의 천륜을 끊기도 한다. 흑인 손자가 창피해 노년기로 접어든 부부가 한국으로 떠나 버리기도 한다.
사람이 죽고 태어나는 거야 하늘에 있다고 하지만 사람이란, 특히 한국인은 태어난 모국이나 한인 커뮤니티로 되돌아가는 귀소 본능이 강하다. 떠나는 것으로 끝나는 서구적인 의식과는 정반대이다. 우린 반드시 돌아간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이나마 조금만 각 단체가 신경을 써 준다면 이상적인 배우자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국제 결혼을 한다 해도 태어나는 자녀들은 한인 커뮤니티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지금 누가 국제 결혼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나의 응답도 뾰족한 수는 없다.
“글쎄,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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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3/10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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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3-10
운영팀 | 2021-11-24 15: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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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형님은 지난 13년 9월 별세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인형님이 많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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