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_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떠나고 싶은 자를 붙들어 함께 있고, 잠들고 싶은 자를 깨워서 함께 있는 것이 우리의 사랑법인데, 여기서 떠나고 싶은 자를 붙들지 말고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어 하는 자를 깨우지 말고 그냥 잠자게 하는 그래서 침묵하는 것이 시인의 사랑법이다. 꽃이나 하늘 무덤에 대해서도 서두르지 말고 그냥 침묵하는 것이 사랑법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사랑을 흔히 집착과 혼돈하고 있지 않는가? 떠나려고 하는 사람을 붙잡고 애걸복걸 하고, 잠들고 싶은 자를 깨워서 무엇인가 해야 하는 해야 하는(Doing)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인은 여기서 그냥 상대방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끔 두는 것이 사랑이라고 표현을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상대방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존중해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살 속에 굳은 날개는 뭔가 개발 되지 않고 표현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쉽게 바꾸려고 한다. 상대방에 살 속에 굳은 날개를 그냥 보고 있는 것이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다 그러면 강물을 흐르게 하려고 하는 우리의 습성이 있다. 누워 있는 구름이든 잠 깨지 않는 별을 흔들어 깨우려고 하는 우리의 사랑법이 있다. 그냥 두는게 시인의 사랑법이다.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를 만나면 꼭 “제가 충고 하나 하겠는데요.”라고 하면서 충고가 아닌 지적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 좀 배웠다든지 나이가 들었다든지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이 진심 어린 충고가 아닌 지적질로 상대방을 마음 아프게 하기도 한다. 마치 “당신은 다 좋은데 당신 속에 굳은 날개 있잖아 그거 왜 안 해?”라고 지적질을 하는 것은 충고도 아니요 사랑도 아니다.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굽히지 말고. 우리는 너무 쉽게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다. 쉽게 하지 않는 것이 시인의 사랑법이다. 첫째 연과 둘째, 셋째 연은 남들이 떠나던 잠들던 무엇을 하든 그것을 따라 행동하지 말고 또 꽃(사랑)과 하늘(희망)과 무덤(죽음)들을 따라 말하지 말고 침묵 하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당신 안에 오래 전에 굳어서 흐르지 않고, 누워 있고 잠 깨지 않는 당신의 자기(날개, 강물, 구름, 별)을 쉽게 또는 가볍게 다르지 말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가장 큰 하늘(희망)은 언제나 당신이 등 돌리고 있는 당신의 “자기”이기 때문이다. 자기 안에 있는 굳은 날개를 다시 펼치고, 흐르지 않는 강 물을 다시 흐르게 하고, 누워 있는 구름을 다시 일어서게 하고, 잠자는 별을 깨어나게 하는 것은 강은교 시인이 말하는 ‘자기 사랑 법’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 말고 먼저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생각하게 한다. 나의 사랑법은 어떤가?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대로 사랑 한번 해 보시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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