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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카페에서 시 읽기-02_원주희 ( 시인 ,캘거리 문협 회원)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_황동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 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뒷 숲이
보이고 안 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굴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 있는 귤,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둥그렇게 누워 있는 사람들,
모든 것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날으는 길 위로.


바퀴를 보고도 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바퀴를 보고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고 질문 할 때도 있다. “ 왜 하필이면 내 앞에 바퀴가 있어? 귀찮게…... 버려야지.” 라고 생각 할 때도 있다. 아니 바퀴를 보고 아무 생각도 안 할 때도 있다.
시인은 바퀴를 바퀴로 볼 줄 안다. 그래서 때로는 바퀴가 바퀴로 보이고 때로는 바퀴가 바퀴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는 길 속에 모든 것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인은 길 속에 모든 것이 안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 부끄러운 길을 걸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숨찬 공화국도 잘 굴러가기를 기대한다. 평론가 김현은 “황 동규는 방법론적 긴장의 시인이다. 긴장된 자기를 확인하기 위해 긴장하지 않는 자기를 회의하고 비판하고, 긴장하지 않는 자기를 버리기 위해 긴장된 자기를 일깨운다.
긴장은 시인의 시에서 감추어진 원리이다.” 라고 평했다. 시인의 특이한 상상력과 언어의 활용으로 긴장한다. 단순히 수동적 자세로 있는 독자들에게 바퀴를 돌려야 한다고 은유적 표현을 한다. 그의 시를 읽기에 우리에게는 다소에 깊은 생각이 요구된다.
시의 핵심 단어와 이미지는 “바퀴”다. 바퀴란 굴러가기 위한 것이고 굴러서 무엇인가를 움직이게 해 주고 장소를 이동하게 해 준다. 시인은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진부한 일상을 권태롭게 바라보며 세상이 좀 더 활기차게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곧 길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혼미한 현실에 대해서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라고 한 것은 바로 이 길 찾기를 말하는 것이다. 주제는 바퀴를 보고 굴림으로써 존재의 본질을 회복하고 싶어하는 마음일 것이다.
나의 눈에는 바퀴가 바퀴로 보이는가?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는가? 내 인생의 길 속에서 보이는 것은 무엇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권태로운 일상이 활기차게 돌아가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퀴와 함께 굴러 가고 싶다.

< 시인 황동규의 시집 뒤 표지 글 >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비슷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버릇이 깊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자기 비슷하게 만들려고 하는 노력을 사람들은 흔히 사랑 혹은 애정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대상에 대한 애정의 도(度)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착각의 도도 높아진다. 그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 <애정을 쏟았으나 상대방이 몰라주었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동기야 어떻든 일단 있는 그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 그 사랑은 다른 사람, 다른 사물에로 확대된다.
어두운 건물들 뒤로 희끗희끗 눈을 쓴 채 석양빛을 받고 있는 북악(北岳)의 아름다움이 새로 마음에 안겨온다. 자신도 모르게 주위의 풍경을 우리의 어두운 마음의 풍경과 비슷하게 만들어왔던 것이다.
까치가 그저 하나의 새가 아니라 귀족적인 옷을 입고 있는 새라는 것도 발견하게 되고, 늘 무심히 지나치던 여자가 화장이나 옷차림에 과장이 없는, 다시 말해 낭비가 없는 여자라는 사실도 새로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사는 일이 바빠진다. 바빠짐이야말로 살맛 있는 삶의 또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기사 등록일: 20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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