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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카페에서 시 읽기_3_원 주희( 캘거리 문협 )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의 이 시는 영화< 편지>에 나온다. 한석규는 최진실에게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라며 사랑을 고백한다. 어쩌면 시보다 이 영화가 먼저 생각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 시는 연애시다. 시인은 고 3 때 연상의 여인 대학생 누이를 짝사랑하며 썼다. 이때 연인들에게 전통은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로 시작하는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즐거운 편지를 쓸 무렵 샤르트르 실존주의가 유행할 때 황동규 작가는 실존주의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랑도 본질적으로 결정된 사랑은 없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랑도 늘 새롭게 만들어 가야 되는 것이고 늘 선택을 해야 되는 것이며 인간의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생각이 연애시 속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내 사랑도 언제쯤 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에 “반드시”가 들어가 상당히 강조된 말이다. 실존주의 상황 속에서 사람이 일생 동안 서로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늘 새롭게 만들어 가야 되는 것이지 한 번 주어진 사랑의 본질 때문에 일생을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첫마디는 역설이고 나는 그대 등 뒤에서 사소한 존재 고백하는 부분이 해가지고 바람이 부는 일은 변함없이 매일 일어나는 일이기에 사소해 보이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다. 내가 고등학생이라 사소할지 몰라도 그대가 힘들고 모두가 배신 할 때 그대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나다라고 어쩌면 외치는지도 모른다. 2연에서도 사랑은 기다림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는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 대신 기다림을 택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둘째 마디에 가서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내린다. 자신의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하고, 사랑도 언제나 끝날 수 있다는 조건 속에서 우리는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것이 이 시의 초점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체험 속에 내가 발견한 것이다. 가치가 있다면 오랜 전통의 처음으로 변화를 준 것입니다. 한 마디로 제목은 즐거운 편지인데 그 의미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기다리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괴로워 보여도 나에게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시인은 이별의 아픔을 기다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밤, 골짜기 이런 단어는 외롭고 견디기 힘든 시간을 뜻하며 눈은 그대를 향한 나의 사랑과 기다림을 뜻한다. 사소한 일이라는 이 말도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나 반어적인 표현으로 사랑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 있다.
이 시에 특징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려 산문으로 산문 형식을 취한 사랑의 마음을 아주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반어법을 적절히 사용한 감동에 시다. 눈이라도 오면 동네 입구에 나가서 아니면 가라지 앞에서 아내를 기다려 봤으면 좋겠다.( 이런 일은 결코 일어 나지 않겠지만……)

기사 등록일: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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