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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카페에서 시 읽기-4_원 주희( 캘거리 문협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_ 김 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3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 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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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그림은 환상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이며 향수를 꿈 속의 한 장면처럼 표현한 상징적인고 추상적인 작품이다. 이 시 또한 다양한 사물의 이미지를 감각적 언어로 나열하고 있다. 봄을 바르르 떤다는 음성상징어를 사용해서 생동감을 드러내 주고 있다. 새로 돋은 정맥은 바로 핏줄로 한 겨울을 지나 오는 봄을 상징 했다고 볼 수 있다. 정맥은 파란색을 나타내고 눈은 흰색을 나타내며 그래서 청색과 흰색의 색채 대비를 생각해 볼 수 있고 수만의 날개를 달고 눈이 내리는 모습을 활유법으로 표현 했다. 그리고 쥐똥만한 겨울 열매는 메말라 있고 시커먼 색깔을 올리브는 초록색을 상징해서 봄을 상징한다. 앞에서는 서구적인 시어를 썼는데 여기는 향토적인 아낙과 아궁이라는 단어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볼 수 있다. 3월에 눈으로 인해 소생하는 생명 그 맑고 순수한 생명감을 표현했다. 실제 세계라기보다는 환상적이고 낭만적 회화적 감각적 주제는 봄에 맑고 순수한 생명감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과거 고등학교 때 배우던 기억이 난다. 김춘수는 의미 전달과 무관하게 서술적 이미지로 연결해서 관념을 배제한 객관적 어조로 사물의 순수한 이미지만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시에서 이미지를 비유적 이미지와 서술적 이미지로 분류한다. 이미지가 관념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면 비유적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가 어떤 관념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것이라면 서술적 이미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 서술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창작된 시들을 무의미시라고 부른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은 무의미 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보통 눈은 시에서 고난, 시련 역경, 순수의 이미지로 많이 쓰이지만 여기서는 봄을 재촉하는 서설의 의미이다. 그리고 시가 과거 형이 아닌 현재 시제로 온다, 담는다, 지핀다 등으로 표현하여 생동감을 부여했다. 또한 흰색의 눈, 파란색의 정맥 녹색의 올리브 빛, 붉은색의 불 등 감각적 색채 대비를 통해 소생하는 봄의 아름다움과 맑고 순수한 생명감을 강조했다.
이렇게 시 읽기를 마무리한다면 마치 시를 대학교 시험에 자주 나오니까 읽었던 과거에 나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주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 하고 시험을 잘 치기 위해 시를 읽었던 과거의 나 에서 이제는 철든 (100세가 된 김형석 철학자의 말을 빌리면 철이 60 되어서 들었다는 겸손) 사람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읽는 나의 모습과는 분명히 달라야 할 것이다. 이제 철이 좀 들어서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들을 하면 건강한 사람이라면 외적으로 대인관계와 내적으로 개인적인 나의 삶 그리고 문화 경험이라는 관점에서의 나의 삶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놀이에서 시작하여 인류의 문화가 이루어져 나왔고 개인의 환상을 이제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페이스 북의 세계를 20년전에 꿈 꾼 사람은 없다. 유발 하라리가 “어떻게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질문 하면서 “그 인류를 지배 할 수 있는 힘은 허구에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바로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 줄 알고 또 인간 존재의 특별함이 있는 것은 문화와 예술을 상상력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고 삶의 의미를 찾아 내기 때문이다. 3월에 오는 눈처럼 계절의 경계를 뛰어넘고 하늘이라는 지역의 경계를 건너 그 눈이 땅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 그런 날을 생각해 본다. 눈이 오면 겨울에 열매들은 쪄 들은 쥐똥열매에서 올리브 빛 초록빛으로 그리고 밤에 아낙들은 그 시간에 가장 아름다운 불을 지피는 건강과 평화와 아름다움이 넘쳐흐르는 그런 삶을 기대해 본다. 앞에도 말했지만 <관념>이니 <무의미의 시>니 하는 그런 시 분석은 불필요할 수도 있다. 구태여 뭐라 해석을 안 해도 된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시를 읽고 시를 즐기면 된다. 이 시를 읽고 뭔가 마음 속에 남는 것이 있다면…... 잠시라도 생각 하게 된다면 그것이 훌륭한 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꿈 같은 풍경에서 의미를 찾지 말자. 그저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자. 3월에 내리는 눈은 느닷없다. 삶의 비극도 느닷없다. 내리는 눈이 잠시 세상을 덮지만 그것으로 삶의 아픔을 덮을 수는 없다. 우리가 그림같이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이 땅의 삶이 상처와 비극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애도를 넘어선 우울증에서 벗어나야 하고, 산 사람은 저 너머, 다른 시공의 꿈을 빌려서라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최정란 시인의 말을 인용하며 캘거리의 봄도 이렇게 생동감 있게 왔으면 좋겠다.
(원주희. 캘거리 문협 oikoscanada@gmail.com)

기사 등록일: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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