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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이 이루어 지던 날
큰아들: 뒷줄 오른쪽 첫번째, 둘째아들: 뒷줄 왼쪽 첫번째, 막내아들: 뒷줄 오른쪽 네번째 
나에게는 여러가지 이루고 싶은 꿈들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나의 세 아들들이 한 축구팀에 들어가 축구를 해, 토론토 한인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었다. 아들만 셋을 기르다 보니 자연이 운동에 신경이갔고, 운동에 소질이 있건 없건 기본적인 운동은 모두 시킬려고 애를 썼다. 최소한 아이들에게 기회는 주고 싶었다. 그래서 큰 돈드려서 개인 교습은 시키지 못하고 시에서 하는 program에 등록시켰다. 내가 아는 사람 하나는 아들 하나 학키시키는데 일년에 10,000불씩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입이 딱 벌어졌던 적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ice rental하는데 100-150불이고, 개인교습비가 시간당 150-200불이었다니까…

우리 아이들은 경비가 제일 저렴한 축구를 유치원 때부터 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축구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큰 아들이 축구에는 제일 소질이 있어서 고등학교 때에는 학교와 지역의 대표팀에 들어가서 축구를 했다. 대학교 때는 대학 축구팀에서 뛰었고, 큰 아들의소원이였던 University National Championship을 4학년 때 거머쥐었다. 둘째 셋째도 형보다는 못해도 나름대로 축구를 하면 잘한다는 소리를 듣었다.

내 욕심 같아서는 세 아들들이 모두 같은팀에서 뛰었으면 좋겠지만 친구들이 각각 다르니까, 큰 아들은 약간 나이가 든 그릅에서, 작은 아들들은 약간 어린 그릅에서 축구를했다. 큰 아들이 속해 있던 팀은 세 번 우승을 했고, 작은 아들들이 속해 있던 팀도 한번 우승를 했었다. 그러나 세 명이 모두 한 팀에서 뛰면서 우승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내 꿈의 하나가 세 아들이 모두 한팀에서 뛰고 그 팀이 우승을 해서 세 아들의 모습이 들어간 우승팀의 사진이 신문에 나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아들들을 자랑하고 싶은 애비의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어쩌랴! 그게 인지상정인 걸! 토론토 한인사회에서 하는 축구시합에서는 어진이의 세 아들들이 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시합에 참가했기 때문에 축구장에서는 모두 아는 친구가 되었다. 오래간만에 만나서 반갑다고 악수하며 끌어안는 것을 보면 흐뭇했다.

드디어 때가 왔다! 무슨 이유인지 큰 아들의 팀이 선수가 모자랐고, 작은 아들들이 속해 있는 팀도 선수가 모자랐다. 서로 상의 끝에 두팀을 합치기로 했단다. 같은 uniform을 입은 세 아들들이 축구장을 누비는 것을 보는 애비의 마음, 감개무량(?)했다. 막내는 왼쪽 공격수, 큰 아들은 center mid-fielder, 둘째는 중앙 수비수, 보기만 해도 듬직했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표현이 이럴때 쓰는거구나!’ 하고 느꼈다.

예선전에서는 승승장구, 준결승전에서도 파죽지세로 몰아 부쳐서 결승전에 올랐다. 상대팀은 토론토에서 알아 주는 강팀. 상대팀의 주전 선수들은 모두 낯익은 얼굴들이었고 아들들의 친구들이었다. ‘결승전이 만만치 않겠구나!’ 예상했던대로 팽팽하게 맛섰다. 하루종일 게임을 하고 5번째의 결승전 경기는 양팀 모두 사력을 다 하는 경기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어느 팀이 더 깡(?)이 쎄냐?” 에 승패가 달린 것 같았다. 상대팀의 공격수는 한인사회에서 알아 주는 선수였다. 그 선수를 책임지고 막아야 하는게, 둘째의 임무였다. 둘째의 밀착 수비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헛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전반 20분쯤에 선취골을 상대팀에서 터트렸다. 양팀이 모두 지친 상태에서는 선취골이 아주 중요했다. 아들들의 팀이 당황하는 듯 했으나, 이내 안정을 되 찾았다. 내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역시 큰 아들의 경기는 관중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중앙선에서 잡은 공을 몰고 앞으로 돌진했다. 달려드는 수비수를 옆으로 제끼고 오른 쪽 공격수에게 날카롭게 공을 찔러 주었다. 절묘한 pass였다! 공격수와 골키퍼의 맛대결! 키퍼가 뛰어 나왔다. 공격수는 옆으로 가볍게 공을 밀어 넣었다. 골~~!!!
전반전 끝나기 5분 전이었다.

후반전 30분까지 밀고 밀리는 공방전! 이번에도 공격의 실마리는 큰 아들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수비수가 pass해주는 공을 팽이처럼 돌면서 상대방 선수를 제낌과 동시에 공을 몰고 뛰었다. 공은 발에 붙어 있는 것같았다. 첫째가 공을 잡으면, 항상 두명 이상이 집중 수비를 했다. 수비수들을 요리조리 제끼고 공을 몰았다. 막내가 상대편 수비수를 주시하면서 골문을 향해 뛰고 있었다.
“형~, pass!”
힐끔 막내를 쳐다 본 첫째는 예리하게 공을 왼쪽으로 찔러 주었다. 정확한 pass였다! 막내가 공을 잡는 순간, 수비수가 달려 들었다. 왼쪽 penalty box 바같 쪽, 막내는 수비수를 왼쪽으로 따돌리고 오른 발로 강슛을 때렸다. 키퍼가 공을 막을려고 두 손을 들었으나 때는 늦었다! 공은 이미 골대 오른 쪽 corner에 정확히 박히면서 net를 흔들었다. “와~~~” 관중들의 환호소리! 갑자기 목이 뻤뻤해지는 것 같았다. 유상철의 대포알 슛보다 더 멋진 슛이었다! 최소한 애비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선수들이 막내를 감싸안고 소리지르며 야단이었다. 첫째와 둘째는 기다렸다가 막내의 등을 양쪽에서 뚜드렸다. 셋이 나란이 함께 뛰어서 중앙선을 넘어 서고 있었다.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졌다!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 지는 구나!’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나의 꿈이 하나 이루어 지는 순간이었다!

시상식이었다.
‘최우수 선수는 누가 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큰 아들 이외에는 될 사람이 없었다. 신문에 난 우승팀의 사진 옆에, 최우수상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큰 아들의 얼굴이 떠 올랐다.
‘야! 신난다!’ 괜히 혼자 좋아서 싱글벙글했다.

“최우수 선수~! ㅇㅇㅇ!”
‘어? 어떻게 된거야? 누가 봐도 최우수 선수는 첫짼데…’ 많이 섭섭했다.
나중에 자초지종을 큰 아들에게서 듣었을 때, 욕심많은 애비가 부끄러웠다! 최우수 선수는 우승팀에서 선수들이 뽑기로 했었단다. 모두들 하나 같이 큰 아들을 지목했는데, 자기는 전에 개인상을 여러번 탓으니까, 자기가 보기에 제일 열심히 뛴 형에게 양보하기로 했단다.
“애비보다 났군! 하기야, 집안이 잘 될려면 아들들이 애비보다 낫고 손자들이 아들들 보다 나아야지! 그 반대로 아들들이 애비보다 못하면 , 망하는 집안이지…” 혼자 중얼거렸다.


꼬리 글: 2001년도 토론토 중앙일보와 축구협회가 주최한 축구대회에서 아들들의 팀이 우승을 했다.

기사 등록일: 2003-08-15
어진이 | 2019-05-10 1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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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참 빠르네요. 2003년 8월에 쓴 글이네요. CNdream에서 옛글을 읽으니, 추억이 되살아 납니다. 이젠 은퇴를 한지도 10년이 되었고, 손녀 손자가 여덟 명이 되었습니다. 옛글을 신문에 실어주셔서 다시 지난 추억을 기억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진이 노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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