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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발 인생 / 운계 박 충선
 
네발로 기어다니던
천둥 벌거숭이
배고프면 보채고 오줌 질러
기저귀 젖을라 치면
울기만 하면 되었던
무욕의 순수 핏덩이

두발로 뛰어 다니노라니
야망은 산 높은 줄 모르고
욕심이 봇도랑을 넘쳐 흐르고
사랑도 기웃 대 보고
쓰디 쓴 패배와 절망에
머리박고 버둥대던
혈기 왕성 내면 부재의 삶

세발로 걸어가다
지나간 바람을
다시 맞아 보았으면 하는
미련이 거미줄처럼 얼키고
녹슬고 병마에 힘겨운 회색빛 마음
추억은 아름다운 옛 노래로
가는 귀 소리로 속삭이는 후회의 날

네발로 뒤뚱 거리며
넓지 않은 마당도
한 바퀴 돌아 보기 힘든 몸
내려놓고 풀어 놓고
진즉부터 살았더라면
무시로 눈시울에 차오르는 눈물
눈 감으면 멎으려나

기사 등록일: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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