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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 신경계-‘풀의 신경계’ 나희덕 시 감상 _ 목향 이명희(캐나다 여류문협)
 
“흙과 물기가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풀의 신경계는 뻗어간다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풀은 풀과 흔들리고 풀은 풀을 넘어 달리고 매달고 풀은 물결기계처럼 돌아가기 시작한다.”

일 년의 반이 겨울인 캐나다는 밴쿠버를 제외하곤 어느 도시고 춥다. 긴 겨울 동안 눈 속에 숨어있던 잔디의 생명이 봄이다 싶으면 일제히 고개를 쳐든다. 말이 봄이지, 여름이라고 보면 된다. 봄이 짧다 보니 햇빛 좋은 6월에 잔디를 방치하면 민들레가 잔디를 초토화시킨다.
한국에서는 민들레가 몸에 좋다하여 약용으로 쓰고 있다지만 이곳에선 잔디의 생명마저 잠식해 버리는 잔인하고 천박한 들꽃이며 잡초다. 뒷마당 잔디를 깎고 난 후 남편이 하는 말, “민들레들이 기계의 날을 피해 바닥으로 일제히 낮은 포복을 하고 있다가 탱크가 지나가면 용케 살아남아 보란 듯이 여기저기서 살아 움직이더라.”
우리는 그 적군을 소탕하기 위해 살초제를 뿌리고 기계도 사용해 봤지만, 소용이 없다. 할 수 없이 눈에 띄면 습관적으로 민들레를 뽑는다. 우리 집 잔디밭에서 미움 받는 민들레의 번식은 ‘풀의 신경계’라는 적나라한 표현으로 나의 말초신경을 건드린다.
민들레가 몸에 좋다하여 공원에서 개가 소피하지 않은 곳을 찾아 민들레를 한 움큼 따다 김치를 담가 보았다. 적당한 맛의 미사 구어를 찾을 수 없는, 그저 몸에 좋은 쓴맛? 그래서인지 민들레는 인간의 생명보다 더 끈질겨 보인다.



“제 몸을 뜯어 달아나고 싶지만 뿌리박힌 대지를 끝내 벗어나지 못해 소용돌이치는 풀, 그 소용돌이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싶고 나는 자꾸 말을 더듬고 매순간 다르게 발음되는 의성어들이 끓어오르고 풀은 너무 멀리 간다 더 이상 서로를 만질 수 없을 때까지”

민들레 소탕으로 전쟁을 치르고 돌아서려는데 “나, 여기 있다. 약 오르지!”라고 놀려대는 민들레가 저만치서 피어있다. 나는 어이없어 “어어, 저거 저, 어이구, 아하~”등으로 말더듬이가 된다. 화가 끓어올라 뽑을라치면 민들레는 그새 겹씨 되어 저 멀리 날아가 만질 수 없을 때까지 달아난다.
잡초 소리 듣는 민들레가 자신을 바쳐 약용 식물이 되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가사처럼 “민들레 홀씨 되어~”는 잘못된 상식이다. 민들레는 홀씨가 아닌 겹씨라고 한다. 홀씨식물은 암수 교배 없이 홀로 번식하는 고사릿과 식물이라고 한다.
노란 민들레의 번식력은 감당할 수 없을망정 지천으로 노란 꽃밭을 볼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민들레 꽃말이 ‘행복’과 ‘감사’라서 그런가.


기사 등록일: 20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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