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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가 읽은 동화책_37_수필집『참깨꽃 연가』을 읽고_죽산이정순(캐나다여류문협)
 
제목: 『참깨꽃 연가』
자자: 서동애
출판: 글라이더
⟪전라남도 문화재단 후원⟫

내가 자랄 때 엄마를 따라 참깨 밭에 풀을 매려 따라간 적이 있다. 내 키보다 더 큰 참깨나무에 핀 솜털이 보송보송한 연보랏빛 참깨 꽃이 너무나 예뻤다. 참깨나무 그늘 아래 쪼그리고 앉아 그 꽃을 똑똑 따서 꽃즙을 빨아먹었다. 꽃즙이 향긋하고 달콤했다.

서동애 작가는 참깨처럼 고소하고, 참깨 꽃즙처럼 달콤함이 배여 있는 사람이다. 작가는 삶의 진솔함을 가슴 깊은 곳에 담아두었던 추억을 꺼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가 살아 온 삶, 한편 한편이 가슴에 와 닿는 글이다.
마음이 움츠러든 요즈음 가슴을 활짝 펴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작품들이다. 동화를 쓰는 작가로서 순수한 마음과 수필가로서 성숙한 마음이 곳곳에 배어있다.
서동애 작가의 첫 번째 수필집 『오동꽃 소녀』에 이어 두 번째 수필집『참깨꽃 연가』에는 육십 편의 주옥같은 글이 작가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수필은 체험의 상상화이고 소재의 의무화이듯, 이번 작품들도 내 뿌리인 유년의 추억 속에서 편린(片鱗)을 줍고 몸소 실천하고 체험한 생활상을 그려냈습니다. 함께 걷고 서로 바라보며 나누는 것. 더불어 사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이미 사라지거나 잊힌 것을 기억하고 재현했습니다. 인생의 새로운 해석도 중요하지만, 내가 살면서 확인한 보편적 진실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은유의 숲에서 허우적거리는 시도 아니고, 허구성으로 꾸민 소설도 아닌 수필은 진솔한 삶 자체입니다.즐거운 마음으로 사유하며 머무르는 것에 안주하기보다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내내 하얀 반달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_작가의 말 중에서

내 유년의 추억이 그러하듯 작가의 유년 또한 시골에서 막힘없는 푸른 하늘과 들판을 보며 꿈을 키워왔다. 작가는 나보다 한 가지를 더 가졌다. 푸른바다를 놀이터로 삼았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푸르고 넓을까 상상해본다.
작가는 자신보다 우정을 더 귀히 여기고 친구의 부족함을 그의 바다 같은 마음으로 덮어주는 아량이 바다만큼 넓다고 표현해도 그리 부족함이 없으리라.
그 마음은「동그란 글벗」에 고스란히 나타나있다.
‘슬픔은 위로하기 쉬우나 기쁜 일에 진심어린 축하를 해 주는 일이 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적재적소를 잘 이행하며 어느 한 구석도 모나지 않고 동그란 인품을 갖추었다.’ 라고 친구를 칭찬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칭찬에 참 인색했다. 기쁜 일에는 진심어린 축하를 하기 어렵듯이 칭찬 또한 진심어린 칭찬을 하기 어려운 게 각박한 세상이 그리 만들었다고 탓할 수밖에.
나는 이 수필집을 손에 들고 한 나절 반 동안이나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유자나무와 대학원」에서는 작가의 고향 고흥의 특산물 유자를 참 재미있게 소개를 했다.
‘제주에서는 귤나무가 대학 나무라 하듯이, 고흥에서는 유자나무가 대학나무다. 유자 농사를 지은 사람은 자식을 대학은 물론이고 대학원까지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탱자는 아무리 고와도 발길에 차이고, 유자는 얽어도 한량 손에 논다.’ 참 맛깔 나는 표현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수채화처럼은 살 수 없지만, 발길에 차이는 탱자가 되어서야 쓰겠냐 말이다.

또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내리막길 내 인생도 단풍의 향연처럼 즐겁고 저 하늘처럼 푸르게 늙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수필 마지막 육십 번째 이야기를 첫 손자가 태어나던 이야기로 아쉬운 듯 책장을 덥게 했다.
「튼튼이와의 첫 만남」이다. ‘할머니가 되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모습에서 하늘처럼 푸른 늙음을 이야기한다. 첫 손자가 태어나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새 생명이 좋아서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라는 말에 내 손주가 태어났을 때의 그 기쁨이 새로 소록소록 피어났다.
작가가 손주를 키우면서 느낀 손주사랑이야기가 아마 다음 수필집에 수록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책속으로

이 수필집에는 표제작 「참깨꽃 연가」를 비롯해 육십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참깨꽃 연가」의 일부분 중에서.
<참기름을 짜려고 지난해 갈무리해둔 참깨를 꺼내려다 몇 알이 바닥에 떨어졌다. 농사를 지을 때를 생각하며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 참깨를 한 알도 남김없이 주웠다.(중략)
농작물은 주인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는데 참깨는 더욱 애지중지 돌봐야하니 주인 사랑을 그 만큼 더 받는 셈이다.(중략)

곡식은 때가 있는 법이다. 어제 못다 한 참깨 밭에 홀로 앉았다. 어제 솎아버린 참깻잎이 햇볕을 받아서 시들어간다. 선택된 참깨는 여유롭게 자라 자리를 잡아 더욱 싱싱해 보이는데, 시들어 죽어가는 연둣빛 참깻잎들을 보니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경쟁이 심한 우리 인간사에서 낙오자를 보는 것 같았다.
작가는 촘촘히 난 싹들을 어쩔 수 없이 솎아내서 낙오된 그들을 보는 것도 애잔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목차
1. 참깨꽃 향기
2. 용장사에서 만난 설잠3. 연극에서 노년을 바라보는 삶4. 선찍, 후식5. 백 년의 숨결, 천년의 입맞춤6. 풋고추 김치의 단상 ‘60. 튼튼이와의 첫 만남

저자 : 서동애
전남 고흥 나로도 태어났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아동문학회, 푸른아동청소년문학회, 예띠 시 낭송회 한국문인협회 동작지부 회원이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청소년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오랜 기간 서울시 아동복지교사로 근무했다.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문학 동화 부문상, 한국아동문학회 올해의 작가상, 최치원문학상 수필 본상을 수상했고, 서울특별시장 표창장과 2017년, 2020년 전남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고향인 고흥에서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지은 책으로 에세이집 《오동꽃 소녀》, 시집 《백리향 연가》, 청소년소설 《소록도의 눈썹달》(2018 문학나눔 선정작), 그림동화 《단물이 내린 정자》가 있고, 《문학상 수상자들의 단편동화읽기 1.2》,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우리의 삶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한걸음 느리게 사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은 참깨 씨앗 하나 심고 가꾸는 작가는 소중한 삶의 희망을 노래했다.

기사 등록일: 2021-02-22
Juksan | 2021-02-22 15: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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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지면에 귀한 책을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편집자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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