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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눈 -천경자 화첩에서- , 하명순(캐나다 여류문협)
 
배경을 가득 채운 회색빛 얼굴
벽에서 내려도 잊히지 않는다
비늘로 땀 식히는
채도(彩度)가 번지고 있다
눈동자에 담긴 봄을 씻어 낸다
처음 자리 잡은
지문은 뱀이 흘린 길
숨 쉬지 않는 꿈이 꽃의 눈이라 적었다
달의 그늘 속에서
손바닥을 보이며
응시 한다 그림의 눈동자를 걸었다
또 다른 머리에 필 꽃들이 단절되었다
긴 목덜미 마른 손가락 실금으로
화병이 되어버린!
쏟아지는 꽃 너울
화폭에 팽팽한 눈알을 만졌다


기사 등록일: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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