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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2
 
“야~~ 우리가 홀딱 벗고 서로 불알 본지 벌써 십년이 넘어 부렀구만…
커피 할텨?”

싸가지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번개같이 날아가 냉장고에서 캔 커피 두 개를 꺼내 오면서 카운터에 대고 소리 지른다.

“35번 캔 커피 작은 거 두 개 올려라 잉?”

와~~ 내가 분명히 내 발목에 걸어 놓은 옷장 열쇠 번호를 가리고 있었는데 어찌 알았지? 아깐 자고 있었잖아… 하여튼 이 인간 끝내주는구먼…
하지만 이 인간은 내가 전열을 가다듬을 찰나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 짓도 못해 먹것네… 시팔… 메루치 그 새끼 있지?
어제는 글쎄 쿠폰을 만들어 와서 10번 때밀면 한번 공짜로 밀어준다고
나눠주고 있지 뭐야… 지가 뭐 치킨집 사장이야 모야…
내 시팔 달려가서 대갈통을 오함마로 기냥…
때려 깔려다… 못했네… 시파…”

언제나처럼 내 대답을 들으려 이야기 한 건 아니었다. 물론 내가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의 눈빛을 보니 수십 번은 더 들었던 옛날 자신이 창시했다던 예술 때밀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같다. 아니다 다를까?

“옛날이 그립제… 나으 피로회복 세신 안마술에 기냥
다 까고 엎어졌으니께… 박수 두번 치면 뒷판, 세번 치면 앞판~~
손가락 튕기면 세숫대야(얼굴) 마사지~~”

비록 원치 않는 캔 커피 값을 내게 되었지만 나는 이 늙은 악동과 이야기 하는 것이 그리 싫지 않았다. 항상 이렇게 빈대를 붙어 그가 다가오면 그냥 내빼는 손님들이 대다수지만 나는 적어도 내빼진 않으니까, 아니… 이 사람 사는 방식에 호기심을 느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랄까? 암튼 그래서 이 싸가지 앞에서 옷장 열쇠 번호를 노출하는 엄청난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는 나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중간에 숨은 언제 쉬나 싶을 정도로 이빨을 까다가 내가 다음과 같은 말을 슬쩍 던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근데… 좃씨는 가족 없어요?

한번은 이 질문에 싸가지가 갑자기 눈깔을 휘둥그렇게 떠제끼며 주위를 보더니, 마침 막 옷장 열쇠를 발목에 걸고, 탕으로 들어가려던 정육점 김씨에게 달려가며 소리지른다.

“미시타 김 오랜만이야~~ 얼렁 들어와~~ 얼렁”

“나 오늘 때 안 밀어요!”

“에이 왜 그래? 살쪄서 옆 궁뎅이에 손도 안 닿는 사람이…
얼른 때부텀 뿔려~~”

오늘도 싸가지는 이 질문에 후다닥 도망을 친다. 아무튼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내빼는 웃기는 사람이다. 동네에도 싸가지의 과거에 대해 몇 가지 신빙성 없는 이야기가 떠돌았었다.

가장 유력한 이야기가 나이롱 교통사고 환자를 대신해 입원해 주는 대리 환자를 하다가 잡혀서 돈 다 토해내고 우리 동네로 도망 왔다는 전설이었다. 웃기는 건 대리 환자를 한 번에 여러 탕 뛰기 위해 휴대 전화만 오토바이 택배로 보내 병원 사무장에게 목소리 연기까지 시켰다는데 확인된 바는 없고….

또 다른 소동으론 싸가지가 우리 동네 정착 할 10년 전 동네 왕소금 챔피언 벨트를 억울하게 싸가지에게 빼앗겼던 복덕방 구씨 할배가 울분을 참지 못해, 싸가지는 트렌스 젠더며 어쩌면 벌써 신체 모 부위가 없어졌을 수 있다고 핵폭탄을 터트린 적이 있었었다.

복덕방 구씨 할배는 그 증거가 바로 절대 욕탕에서 벗지 않는 싸가지의 황토색 아줌마 빤쓰라고 들이대다가 싸가지가 기자회견(?)을 열고 손수 탁자 위에 뛰어 올라가 황토색 팬티 사이로 방울 모양의 민망한 부위를 1/4 가량 노출 시킴으로써 논란의 종지부는 찍히고(지가 뭐 나훈아도 아니고)… 복덕방 구씨는 우리 동네 뒷담화계에서 영구 퇴출되는 비운을 맞이 하였었다. .

어찌 되었든 싸가지의 과거는 아직도 베일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내가 보는 가장 신뢰할만한 학설은 바로 그에게 죽은 아내가 있었다는 것… 거기다 그 아내가 싸가지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절색의 미녀라는 소문이었다.

이것은 대단히 신빙성 있는 학설로 지난번 싸가지가 손님이 빠뜨리고 간 지갑을 슬쩍 했다가 파출소로 끌려가 개망신을 당하곤 순방되는 과정에서 파출소 임순경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싸가지의 지갑 속에 싸가지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사진이 있었다고 평소 외상값 하나 없는 정직한 임순경의 입에서 확인된 바다.

캔 커피를 뜯긴 며칠 후… 우연히 혜광 목욕탕을 지나던 나는 웅성거리는 소리와 119 싸이렌 소리에 놀라 목욕탕 앞으로 뛰어 나갔다. 잠시 후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싸가지가 들 것에 실려 나온다. 놀란 내가 들 것을 따라 가며 물어 보았다.

“좃씨… 좃씨 어떻게 된 거에요?”

“괜찮여… 괜찮여… 근디… 4주는 나오것제?”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 상황에도 4주 타령하는 걸 보니 누구에겐가 맞은 것이 틀림 없었다. 4주 계산을 한다는 것은 맞았으니 받을 돈이 있다는 뜻이다. 어쩜 싸가지는 지금 줘터져 119에 실려 가면서도 앞으로 받을 보상금에 행복해 하고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한달음에 목욕탕으로 달려 들어가 이발소 염씨를 찾았다.

“염씨~ 염씨~”

그러자 이발소 염씨가 손사래를 치며 소리 질렀다.

“나 아녀~ 나 아녀~ 내가 전화 안 했어… 지 스스로 전화 했다니께“

“그게 아니라… 어떻게 된 거에요? 좃씨…”

“허 참… 맞을 짓을 했지… 암… 나 같아도 패 죽였을 껴”

이발소 염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가관이었다. 빼빼 메루치가 쿠폰을 돌려 손님을 모으자 자신도 뭔가를 해야 한다며 고른 것이 남성 크기 확대 알선 사업이었던 것이다.

말은 거창한데 다른 게 아니라 때를 밀면서 슬쩍 손님의 중요부위 싸이즈를 체크 한 후 좀 왜소하다 싶으면 두툼히 받아온 비뇨기과 명함을 주면서 확대 수술 영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너무 지나친 영업 욕심으로 “작네.. 작아..”를 연발하다가 손님이 날린 스트레이트와 니킥으로 고꾸라졌다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물론 얻어터져 병원으로 실려간 사람을 생각하며 웃는다는 것이 그리 잘하는 일은 아니지만 아까 보니 죽을 것 같지는 않고 빼빼 메루치의 쿠폰에 위기를 느껴 고른 아르바이트가 참 싸가지답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싸가지 답다… 맞다… 가장 적당한 말이다. 싸가지 조봉남을 설명하기엔 그저 싸가지 답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왜냐면 하도 독특한 종자라 다르게 형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 여기까지가 평상시 내가 본 싸가지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일만 있었다면 내가 구태여 이 긴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독특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싸가지에게 점점 커다란 일이 다가 오고 있었다는 것은 당시 싸가지는 알고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이런 소소한 즐거움에 만족하고 살아가던 싸가지에게 소시민으로 감당치 못한 태풍 덩어리가 점점 드리우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기사 등록일: 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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