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3
 
2. 때밀이 탁자 위의 죽음

전치 4주의 싸가지가 이틀 만에 목욕탕으로 돌아 왔다. 아니 비공식적으로다가 왔다. 그래서 보험회사에서 나온다는 사무장의 전화를 받으면 번개처럼 날아가 다 죽을 것처럼 침대위로 누워 버린다. 이제 거의 확실해진 것 같다. 그가 과거 나이롱 환자 대릴 뛰었다는 소문이 사실로 굳어지는 순간이다. 아니면 말고…

입이 간지러워서 더 이상 사족은 집어치워야겠다. 그러니까… 싸가지가 전치 4주의 나이롱 환자로 있다가 퇴원한 후 정확히 2주쯤 흘렀을 때의 일이다. 그 날은 오후 당번 빼빼 며루치가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간다고 동네 방네 자랑질을 하면서, 선심 쓰듯 싸가지에게 오후 일을 맡기고 떠난 날이라 잘 기억 할 수 있다.

저녁 시간이 막 지나서 이제 좀 한가해질 무렵… 싸가지는 자꾸 줄어드는 손님 탓, 신세 탓 여느 때처럼 새타령 운율에 맞춰 궁시렁 거리고 있었는데, 유난히도 삐걱 소리를 내며 한아름 문이 열렸단다.

문이 활짝열린 바로 그 순간 그 사이로 여탕 입구가 보여 싸가지가 빛의 속도로 여탕이 보이나 스캔을 했는데 미쳐 다 훑어 보기 전에 1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검은 정장차림의 건장한 중년 남자가 싸가지의 못된 짓을 가로 막았다.

한 눈에 봐도 풍채 좋고 젊었을 때 여자깨나 울렸을 법 잘 생긴 얼굴이었다. 허나 술에 좀 취한 듯 비틀 거리며 들어서더니 주위를 둘러 보다 싸가지를 보곤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싸가지는 혹시 자기 뒤에 누구를 쳐다보나 싶어 뒤를 보았으나 뒤는 허당…

이 잘생긴 중년이 카운터에서 열쇠를 받아 옷장 쪽으로 사라지자 싸가지도 잠시 예민해졌던 경계심을 풀고 다시 평소의 싸가지로 돌아 갔다. 그런데 옷장 사이로 흘끔흘끔 보이는 사내의 뒷모습…

혹시 영업꺼리(?)가 될 수 있을까 해서 싸가지가 유심히 사내의 아랫도리 쪽을 쳐다보는데 사내가 셔츠를 벗자 호남평야 몬양 넓디 넓은 사내의 등 짝에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듯한 용 한 마리가 지랄을 치며 그려져 있었다. 기겁을 하고 놀라는 싸가지…

거기다 사내가 돌아서자 앞판에는 코브라 한 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고 싸가지가 천천히 고개를 내리자 웅장하다 못해 축 늘어진, 절대 영업 이야기 꺼낼 수 없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강자를 보면 괜히 주눅드는 싸가지… 하물며 아무 잘못도 없지만 지나가는 경찰차만 봐도 어디 걸릴 것 없나 옷 매무새라도 고쳐 입는 소심한 싸가지가 한 눈에 봐도 조폭 중간 보스 이상으로 보이는 사내를 보았으니 얼마나 쫄았을까? 아마 그 순간엔 본인의 거시기가 영업 대상이 되었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앞뒤 문신의 사내가 옷장 열쇠를 발목에 건 후 싸가지 쪽으로 걸어 나왔다. 감히 쳐다보지도 못 하곤 안테나만 열라 올려 놓는 싸가지… 그냥 지나쳐 탕으로 들어가리라 생각한 싸가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사내는 싸가지 앞에 멈춰 서더니 잠시 말이 없이 물끄러미 싸가지를 쳐다 보았다. 아니 싸가지는 무서워서 감히 쳐다보지 못했으니 자신을 쳐다 봤으리라 추측한 거다. 잠시 후 육중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때 좀 밉시다”

싸가지는 그제서야 천천히 카메라를 들어 올려, 아니 고개를 들어 올려 사내를 쳐다 보았지만 오금이 저려 대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저… 일단 베…벨을 눌러 주셔야…”

싸가지는 그 상황에서도 벨을 눌러 영업을 시작하는 자신의 영업 스타일을 고수하였다. 그러자 사내가 벨을 쳐다 보다 벽에 붙은 벨 쪽으로 걸어가는데 몸이 대단히 불편한 듯 심지어 절뚝거리기까지 했다.

실제로 사내에게서는 술 냄새도 나지 않았고 술 취한 행동도 볼 수 없었다. 사내가 벨을 누르자 “어텐션 플리즈~~” 어쩌구 하는 싸가지의 세신 방송이 튀어 나오고… 이태리 타올 등 연장을 챙겨 든 싸가지가 똥 씹은 얼굴로 사내를 탕 안으로 안내 한다.

사내가 세신 테이블 위로 올라가려는데 몸이 불편한지 다리를 잘 들지 못하자 얼른 싸가지가 부축해 사내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그리곤 시작을 알리는 손뼉 두 번을 쳐야 하는데… 쫄아서 겨우 하는 시늉만 하고 오른 팔부터 때를 밀기 시작하는 싸가지다. 그러나 사내는 아무 말없이 천정만 쳐다본 채 몸을 싸가지에게 맡기고만 있다. 그제서야 싸가지는 제 페이스를 찾았는지 평소처럼 리듬을 조금씩 가미해 때를 밀기 시작한다.

싸가지가 거의 사내의 오른팔을 끝낼 무렵 오금이 저려 평소와 다르게 손톱 서비스까지 나긋나긋 정성을 다 하다가 슬쩍 사내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는데 기겁을 해 거의 주저 앉을 뻔 했다. 사내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리는 것이 아닌가?

순간 싸가지의 뇌리에는 별의 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다. 아 시파 X 됐다. 너무 세게 밀었나? 팔꿈치 밀 때 좀 힘을 줬었는데… 그 때 고통을 느끼신 건가? 오만 잡생각으로 대갈통이 하얗게 될 즈음 의외로 부드러운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호에 계속)

기사 등록일: 2021-04-29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앨버타 집값 내년까지 15% 급..
  고공행진하는 캘거리 렌트비 - ..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캘거리 교육청, 개기일식 중 학..
  첫 주택 구입자의 모기지 상환 ..
  앨버타 유입 인구로 캘거리 시장..
  캐나다 첫 금리인하 6월 ‘유력..
  로블로 불매운동 전국적으로 확산..
  에드먼튼 건설현장 총격 2명 사..
  해외근로자 취업허가 중간 임금 ..
댓글 달린 뉴스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개기일식 현장 모습.. 2024.. +2
  <기자수첩> 캐나다인에게 물었다.. +1
  캐나다 무역흑자폭 한달새 두 배.. +1
  캐나다 동부 여행-네 번째 일지.. +1
  중편 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