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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는 거사다 - 목향 이명희 (캘거리)
 
이사는 인륜지대사다. 이 큰일을 4월, 5월 연달아 두 번이나 치렀다. 4월 말에 딸을 밴쿠버 아파트로 이사시켰고, 5월 말에는 나도 15년 살던 집에서 옆 동네로 이사했다. 역마살이 있어 타국에 살고 있지만, 시작이 어려운 거지 캐나다 안에서 주거지를 옮기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캘거리는 로키가 있어 환상적이지만 겨울이 춥고 길어 한 번씩 따뜻한 곳을 기웃거린다. 여자들은 전천후 생각으로 이사하려는데 남자들은 번거롭게 왜 이사하냐며 반대한다. 나는 십 년 사이에 4배 이상 오른 밴쿠버 집값으로 머리가 하얘졌다. 그래서인지 한국 선거에서 야권이 잡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억하심정이 내게도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다. 기막힌 현상이 집값은 상류인데 삶의 질은 하류다. 밴쿠버도 마찬가지다. 땅값이 비싼 밴쿠버는 고층 아파트만 꾸역꾸역 올라간다. 널찍하고 호젓한 이곳 캘거리의 풍경과 대조적이다. 밴쿠버의 장점은 춥지 않고, 서울 직항이 있어 이민자들이 선호하는데 단점은 우기가 길고 복잡하고 어수선하다.

남편 직장으로 객지에 있을 때 그곳의 도시가 조용하고 순수했던 기억이 난다. 대도시는 쫓기듯 각박하게 살 수밖에 없다. 집을 머리에 이고 살기 때문이다. 딸을 이사시키고 이번에는 기필코 밴쿠버로 이사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부동산 닷컴을 검색하던 중 서울과 같은 상황을 겪었다. 직장 백날 다녀봤자 부동산으로 대박 나는 것이 낫다는 사람들, 너도나도 종자돈만 있으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들, 실수요자보다 투기성 수요자가 많아 발생하는 기이 현상. 그렇다고 가격대비 집의 내실이 좋은 건 아니었다. 실망스럽고 자괴감에 이곳 부동산 사이트를 보다가 눈이 멈췄다. 거실과 안방에서 로키를 바라보며 글을 쓰고 싶었던 나의 로망이 눈앞에 펼쳐졌다. 겨울 몇 달이 문제지 이곳은 쾌적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나의 이사 본능은 여기서 멈췄다. 나는 사는 집을 팔기도 전에 집부터 샀다. 15년 살던 집이 하루 만에 팔린 건 우연이 아니다. 나의 추진력 보다 길이 열렸다고 할까, 신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이사는 거사다. 왜냐하면 거사는 실패가 없어야 하고, 단번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수없이 이사했다. 남편 직장으로 아이들도 전학을 많이 했다. 그런데 젊을 때는 감당할 수 있었던 일이 나이가 드니 멘붕이 왔다. 모든 일이 2주 만에 일사천리로 해결되다 보니 겁이 났다. 집도 사람도 운명처럼 만나나 보다. 필연이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객지 생활할 때 서울 가까이만 가도 가슴이 설렜던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그리워하던 고향에 정착하고 나니 한적한 지방이 그리웠다. 청정지역에 오래 살아서인지 복잡한 도시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나는 대도시 체질이 아니다. 무리하여 이사했어도 소도시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은퇴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지방으로 이사하면 집값이 절약되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은퇴자들이 소도시에 정착하면 지방이 활성화되고, 도시와 지방이 평준화된다. 정작 필요한 직장인들에게 대도시를 양보하면 집값이 안정되고 바람직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경제가 안정된 은퇴자들은 공수래공수거 정신으로 인생의 종착지를 지방으로 옮기고, 사회를 책임질 젊은이들에게 대도시를 내어주면 어떨까.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들이 세대 차를 떠나서 안쓰러울 때가 있다.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인생의 선배인 은퇴자들이 할 수는 없을까? 청년들의 일자리는 없고 노인들 일자리와 환심 정책에 젊은이들이 분노했다. 은퇴한 사람들이 도시에 없어도 사회는 굴러간다. 거꾸로 필요할 때 대도시를 여행하는 건 어떤가.

내가 인생의 종착지를 소도시로 귀결시킨 것은 가정경제뿐 아니라 퀄리티 있는 삶을 위해서다. 이번에 계획을 틀고, 특별하고도 감사한 체험을 하면서 이사에 대한 지론을 재미 삼아 펼쳐 보았다.

기사 등록일: 202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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