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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18
 
13

오늘은 목욕탕 대청소를 하는 날이다. 싸가지, 메루치, 이발소 염씨에 연준까지 모두 총동원 되어 이발소를 청소하고 소독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싸가지는 지가 총 책임자 몬양 설레발을 치며 작업지시를 하고 있다.

“메루치~~ 작업대(때밀이 침대) 들어 내라고…
들어내야 안 쪽까지 닦아 낼 꺼 아녀? 어허~~
염씨 쑥탕 물 빼라고 몇 번 말 해야 알아 듣것써?”

다들 시끌벅적 하는데 연준은 욕탕 입구 전면 거울 앞에서 유리 닦는 스프레이를 들고 멍하니 서 있다.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한참 탕 안 쪽에서 침 튀기던 싸가지가 밖으로 나오다 멍 때리고 있던 연준을 발견하곤 눈에 쌍심지를 켜고 한마디 발사 하려던 찰라… 심호흡하며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하곤… 부드러운 목소리로 연준에게 말했다.

“피곤하면 쉬어… 응? 거울 내가 나중에 닦을께…”

하지만 연준은 그런 싸가지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게 서울에 그냥 두고 온 규원이 생각나고 걱정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잘 지내고 있는 건가?

“뭐?”

연준은 아직도 싸가지의 존재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나 부다. 다음은 요란하게 한숨을 쉰다.

“휴~~ 그래… 내가 뭔 상관이야…. 아이 돈 케어… “

“이 시키 뭔 소리 하는 겨… 어이~~ 비린내?”

그래도 연준은 자신의 생각에서 현실로 돌아 오지 않는다.

“신경 쓰지 말자…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곤 유리 닦는 스프레이를 한 번 뿌리곤 유리를 닦는다…

“이 시키가 이잔 사람 말을 개소리로 듣네 이거?”

하지만 여전히 싸가지 말에는 반응을 하지 않은 채 유리를 닦던 손길을 다시 멈추는 연준…

“갈 곳도 없는 것 같던데… 임신까지 한 사람이..”

“어이~~ 비린내?”

“아이 진짜~~ She drives me crazy”

꼭 이럴 때 전화벨이 울린다. 아니 다른 때 울린 것도 뭉뚱그려 이야기 할 땐 그냥 한 곳으로 모아 구성하는 게 편하다. 암튼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상대가 누군지 알아 듣는 순간 연준의 얼굴이 차갑게 일그러졌다.

“네… 네… 그래서요? 규원씨 지금 어디 있어요? 네..네…
지금 갑니다…. 숨터? 네…”

전화를 끊은 연준이 잠시 생각하다가 싸가지에게 묻는다.

“못 생긴 아저씨~ 숨터가 뭐야?”

“이 시키가 또 못 생긴… 암튼.. 숨터..?”

“그게… 무슨.. 미홍모 숨터… 뭐 이렇게 이야기 하던데…”

“미혼모 쉼터~~ 인마… 그거 결혼도 안 하고 아이 낳은 여자들이 가는 보호소인데… 보호해 주는 곳~~”

“아~~ Some kind of shelter?”

“이 시키 또 꼬부랑 소리 하고 자빠졌네… 근데 미혼모 쉼터가 뭐?
너 설마… 너 사고 친 겨?”

그러나 연준은 댓구도 안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결심한 듯 유리 닦던 걸레를 집어 던지고 목욕탕을 튀어 나간다.

“허허… 이젠 댓구도 안 하고 쌩까겠다 이거지?
이 노무… 산부인과… 발바닥… 잉크 같은 쉐끼…”

그래도 지난 밤 연준이 했던 과거 이야기가 떠 올라 이내 숙연해 지는 싸가지…

“휴~ 불쌍한 것…. 우리 아가도…. 살아 있다면….
저 나이 정도 되았을 것인디…”



14

더 이상 피 할 곳이 없었다. 규원 말이다. 연준과 헤어진 후 정말 의지 할 곳이 없어서 이 곳 미혼모 쉼터에 도움을 청해서 지낼 만 하니 곧바로 어찌 알았는지 애비, 아니 법적인 애비가 또 찾아와 슬슬 깽판을 치기 시작했다.

“긴 말 할 것 없고… 시끄럽게 안 할 테니까… 돈 조금 줘 봐봐…
내가 지금 급해서 그래….”

“니가 인간이야?”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니가 이렇게 나오니까
나도 너한테 좋은 소리 안 나가는 거야… “

“채원이, 지원이 어딧어?”

“또 시작이네 이 년…”

“애들 어딧냐고?”

“나도 지겹다… 똑 같은 소리 반복 하는 거… 됐고…
조용히 갈 테니까… 돈 조금만 줘봐… 나 급해”

“이젠 헛것이 보이니? 계산이 안 돼? 니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두…
다 털어 갔잖아… 근데 내가 돈이 어딧니.. 돈이 어딧어?”

“알지.. 넌 없지… 그래서 내가 니 새끼 손가락한테 전화 해 놨어…
여기서 만나자고…”

“무… 무슨 소리야…”

“있잖아… 경찰서 그 자식… 내가 견적을 잘 못 뽑았어…
젊은 놈이길래 없어 보여서 삼 백 불렀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찾아 주데?
호… 그 자식 참 이뻐…”

“이런 개 만도 못 한 인간…”

“왜? 지난 번처럼 한 대 치려고? 그래 주면 난 고맙지…”

“아니… 너 죽이고 나도 죽으면 돼…
같이 죽자.. 같이 죽자고…”

규원이 책상 위 가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결심 한 듯 애비에게 덤벼들려는 찰라 차가운 연준의 목소리가 그녀를 가로 막았다.

“내려 놔요 그거~”

연준이 방 입구에 서서 규원을 단호한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오셨네 시간 맞춰서…”

“상관 말아요… DNA 결과 나오면 죽든 말든 상관 안 하기로 했잖아요?”

그러면서 바로 애비에게 달려 들 자세다.

“그럼 나에게 이런 더러운 전화 오지 말게 했어야죠…
죽든 말든 혼자 알아서 했어야지요…”

그러자 규원의 가위를 든 손이 바르르 떨리더니 점차 아래로 내려왔다.
규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신 나간 모습, 멍하니 허공을 바라 보며 숨을 헐떡거렸다.

“그렇네요… 헉헉… 그렇네요… 미안해요.. 미안 합니다…”

연준이 이 틈을 타 재빠르게 규원에게 다가가 손에 든 가위를 빼앗아 버린다. 규원은 아직도 정신 나간 표정으로 멍하게 서 있다. 그런 모습이 안타까운 연준..

“어이~ 새끼 손가락? 짧게 얘기 하자고… 나 바빠.. “

“또 무슨 소립니까?”

“내가 진짜 급해서 그래… 이 백만 줘 봐봐…
야~~ 내가 다른 나쁜 놈들처럼 큰 돈 부르는 것도 아니잖아…
빨리 주고 받고 끝내자고…”

“미안하지만 돈은 주지 않습니다”

“뭐? 이게 잘 나가다가 왜 이래?”

“내가 돈 줄 이유 없습니다.”

“이유? 그래… 이유 여깃다”

그러면서 애비는 바닥에 놓여 있던 이동식 공기 청정기를 발로 차 버리고 책장을 쓰러뜨렸다. 그러자 연준은 규원을 감싸 안으며 행여 튈 파편으로부터 보호 했다.

“이유는… 똥이 더러워서 피하면서 청소 하라고 좀 던져 주는 거야…
더러운 꼴 보고 싶냐?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냐?

“방금 전에 경찰서에서 봤던 형사 반장님께 텍스트가 왔는데요…”

형사 반장이란 이야기가 나오자 애비의 얼굴이 뚱해졌다.
연준이 문자를 찾아 읽는데 어려운 한자 단어들이라 더듬으며 읽는다.

“포… 폭력 행위 등 처벌에 대한 법률 위반… 으로 기소 중지 후 수배 된 인물..
바로 체포 되어야 했으나 관할서 이관 신청을 근거로 유예기간 중
존속 폭력 피해자 신분으로 출두함…”

“에헴 에헴”

“현재 유예 기간 후 출두 하지 않아 다시 기소 중지자 신분…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경찰을 만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형사 반장님 이리로 오시는 중인데요…”

“똥이 똥을 밟았네 시바.. 세상이 이리 각박해서야..
돈 좀 있는 놈들이 좀 나누고 살아야지 시바.. 다음에 꼭 다시 보자 잉?”

애비가 후다닥 튀어 나가고…

“괜찮아요?”

규원이 소리 죽여 흐느낀다.

“죄송해요… 죄송 합니다… 정말… 죄송 합니다….흐흑…”

연준이 살며시 규원의 어깨를 감싸 안아준다. 연준의 품에서 서럽게 흐느끼는 규원이 모습이 정말 애처로워 보인다. 규원이 어느 정도 흐느낌이 잦아 들자 그녀를 다시 보듬어 세운 뒤 연준이 힘있게 말했다.

“여기서 나가야 해요… 여기 있음 저 사람 또 올 거에요…”

“가긴… 어디로 가요?”

“(미소) 짐 챙겨요 어서…”

“형사 반장님 이리로 오신다면서요?”

“훗… 그 정도로 완벽 한 가요?
내가 드라마를 열심히 보긴 봤네…




기사 등록일: 202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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