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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이의 취미생활
 
몇일 전에 무청을 차고에 걸면서 보니까, 오래 전에 만들어 놓은 박제들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벌써 25년이 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어려운 이민생활의 한을 달랠겸해서 Night School에 가서 취미로 박제하는 것을 배웠다. 아버님의 손재주를 약간 닮아서 기초를 배우고 실제로 박제를 했을 때 솔직이 어떤 것이 선생님 것이고 어떤 것이 내것인지 구별을 못 할 정도였다.

계속 연습을 해야 했는데 나는 원래 낚시나 사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물고기나 동물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물고기는 생선가계에 가서 사다가 연습을 할 수 있었지만 동물은 구할 수가 없었다. 생각다 못해 항상 차에 Garbage bag을 넣고 다니면서 차에 치어 죽은 동물들을 줏어다가 박제를 했다. 사진에 보이는 다람쥐도 차에 치어서 피투성이가 된 것을 박제한 것이고 갈매기도 차에 치인 것을 줏어서 박제한 것이다.

Salmon은 생선가계에서 사온 것으로는 성이 안차서, Salmon이 올라오는 철에 낚시터에 가서 한마리 얻어다가 박제한 것이다. 물고기는 박제를 한 다음에 색칠을 해야 하는데,다행히 순진이가 미술을 공부해서 색칠은 순진이의 작품이다. 청둥오리와 거위는 회사에 사냥하는 친구가 있어서 거위 한마리를 공짜로 박제를 해주고 얻어서 만든 것이다.

사슴은 한국 사람 한분이 어디서 듣었는지 내가 박제를 한다는 말을 듣고 내게 박제를 부탁한 것이다. 참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 만들었는데, 찾으러 오질 않았다.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안돼서 할 수 없이 내가 가지게 되었다.
날개 속에 주둥이를 박고 있는 오리는 사연이 깊은 것이다. 오리의 인조눈이 있는 줄 알고 박제를 했는데 다 해 놓고 보니 눈이 없는개 아닌가! 박제는 시간이 지나면 가죽이 마르고, 가죽이 마르면 딱딱해져서 눈껍풀을 늘이고 인조눈을 박아야 하는데 눈껍풀을 늘일 수가 없다. 눈꺼풀은 대단히 얇아서 빨리 마른다. 낭패였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날개 속이 가려워서 주둥이로 쪼는 모양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자연스러운 걸작품(?)이 됐다.

까마귀도 차에 치어 죽은 것을 줏었는데,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까마귀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까마귀가 까악 까악 목청을 돋구어 노래하는 모습을 만들어 보았다. 노랑새는 Yellow throat wobbler라는 철새인데, 우리집의 창문을 들어받고 죽어 있는 것을 박제한 것이다. 가끔 유리창을 받고 죽는 새들이 있다. 저 새는 날개를 접으면 몸둥아리가 내 엄지 손가락만하다. 저 녀석을 박제할 때는 마치 Micro Surgery를 하는 것 같았다.

조금만 실수을 하면 가죽이 찢어지기 때문에 아주 힘들게 박제를 한 것이다. 녀석의 몸 속에는 일곱개의 철사줄이 들어가서 저런 모양을 갖추게 했다. 한국 전래동화에 나오는 어미 제비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새끼새들를 잡아먹으려는 뱀을 공격하는 모양이다. 내가 만든 박제 중에서 가장 정성이 들어간 작품이다.

박제를 하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막내 현이 친구의 잉꼬새를 박제해 준 것이다. 현이가 초등학교 일학년 때, 반에 기요시라는 일본 친구가 있었다. 기요시가 기르던 잉꼬새가 죽었다. 사랑하던 새가 죽었다고 슬퍼하는 기요시를 위해서 내가 박제를 해 주었다. 기요시는 새는 죽었지만 살아있는듯한 박제한 새를 보는 것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기요시의 어머니를 20년이 지나서 우연히 만났는데, 기요시는 아직도 그 새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왠지 맘이 찌~잉했었다. 아마 내가 만든 박제 중에 제일 가는 걸작품(?)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밤을 새우면서 박제를 했었는데, 이젠 박제를 해 본지가 아득한 옛일이 되었다. 동물을 만져 본지가 20년이 넘었다. 한때는 정신없이 했던 취미였는데……
‘앞으로 은퇴를 하면 다시 박제를 해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박제는 피를 손에 묻쳐야 하기 때문에 상놈들이나 하는 취미이다. 우아한 취미가 되지 못한다. 차에 치어서 피투성이?된 동물을 살아있는 것처럼 박제를 해 놓았을 때 느끼는 희열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만, 다시 손에 피를 묻치면서 동물의 껍질을 벗길 생각을 하면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Stained Glass”이다. 다행히 순진이가 미술을 공부했으니까, 순진이가 Design을 하고, 나는 Stained Glass를 만들고……
‘참 좋겠네~!’ 생각을 해보지만 그것도 세월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
취미생활은 삶의 활력소라고 하는데 나의 요즘 취미생활은 무었인가? 생각해 보니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취미생활을 해야 할텐데……

가만있자~ Squash를 치는 것도 취미생활이네!
되지도 않는 글을 쓰는 것도 취미는 취미네~!
그렇다면 나도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거네~!
누가 그랬더라~? 사람은 제 잘난 맛에 산다고!ㅎㅎㅎ

기사 등록일: 2005-11-11
운영팀 | 2021-10-27 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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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이 지난 지금 읽어봐도 재미있고 맛깔난 글입니다. 어진이님 보고 싶네요. 내년엔 토론톤에 가서 어진이님을 꼭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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