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한국 방문 - 꿈의 소나타 ‘열정’ 체험수기(5/6) 이명희(목향)
 
열정을 갖고 살다 보니 환갑이 지났다. 지난 세월은 욕심이 아니고 애정이었다. 일, 공부, 봉사, 부모 노릇에 나름 노력했다. 고국과 격리되어 살아온 세계의 디아스포라들은 반평생이 넘도록 에너지를 소진한 후 황혼기가 돼서야 한숨을 돌리기 시작한다.
은퇴한 이민자들은 역 이민하거나 고국 방문을 낙으로 삼는다. 한국도 이제 단일민족에서 글로벌 민족으로 변화되었다. 어딜 가도 다양한 인종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나도 조국을 떠났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났다.
내가 이민을 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 가족과 조국을 버렸다 하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다민족을 포용한다는 것은 선진화되었다는 증거다.
문화가 발전하면 세계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엔 세계에서 한국이란 나라를 잘 몰랐다. 지구상의 유일한 공산주의 세습국가인 북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South Korea를 모르는 나라가 없다. 내가 애국할 수 있는 길은 한국을 소개하고 자랑하는 일이다. “너, 아니? 삼성이나 엘지가 어느 나라 기업인지?” “휴대전화는 한국이 최고야! 현대 자동차는 우리나라가 만든 거야!” 각 분야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기업을 보면 자긍심이 생긴다. 해외에서도 K-P0P 가수들과 운동선수들이 한국의 위상을 꽤 높였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보다 그들에게 신뢰가 간다.

갈 때부터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석연치 않았다. 평론 쪽에 관심이 많아 자문하려고 몇 분의 교수님들과 선약을 했다. 기왕 표를 끊었으니 가기로 했다. 처음엔 이웃 나라 이야기라 세계적 전염병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한국은 확진자만 몇 명씩 발생했을 뿐 사망자는 없었다. 서울에 도착하면서 중국 사망자가 100명에서 3.000명이 넘는 충격적 숫자와 한국의 신천지 교인들의 바이러스 전파로 확진자가 댐 터지듯 쏟아졌다. 이렇게 정신력이 붕괴하는 사건은 911사건 이후 처음이다.
전 세계가 공포 수준으로 변하면서 공황 상태로 이어졌다. 과연 종교에서 말하는 말세가 온 건지, 한 순간 지나가는 역병인지, 인간의 무력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고 외출을 자제하라는 ‘자가 격리’의 지침이 발표되었다. 상황이 꼭 전쟁이 터진 것 같이 촉박했다.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근처 ‘효종대왕 능’엘 가 보았다. 평소 붐비던 소나무 숲이 사람이라곤 우리뿐이었다. 다행한 일은 아닌데 푸른 소나무의 정취를 얼마 만에 느껴보는지 가슴이 벅찼다. 하늘로만 치솟은 밋밋한 캐나다 침엽수를 보다가 자연스레 뻗은 가지들에서 고혹한 멋을 느꼈다. 선비의 기상 내지는 여인의 우아함을 뽐내는 나무들. 그 곁에 몇 백 년 된 왕과 왕비의 능이 있었는데 절로 경건하고 엄숙해졌다.
이 참혹한 현실을 땅속에 있는 왕손들은 아시는가, 세상이 온통 코로나바이러스로 길을 잃었는데 조용한 효종대왕릉이 야속하기만 하다. 조선의 왕들은 땅속에 묻혀 후손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한 상 차려줄 테니 실컷 먹고 가거라.’ 한때는 시대를 풍미했어도 지금은 꼼짝없이 갇혀 있는 혼들일 뿐이다. 한 줌의 재로 산화되는 서민의 죽음과 대조적이며 호화롭기까지 하다. 이룬 게 없어도 왕족은 왕족이다. 날마다 집과 능을 오갈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효종 대왕 능 앞에서 현 정치인들이 선조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길 기도했다.

중세 때는 흑사병으로, 19세기엔 콜레라로 인구가 조절되었다고 한다. 인공지능을 넘어 뇌 과학 시대라면서 백신이 없어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은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이다. 나라마다 입국 제한과 금지가 시작되었다. (2020년 4월 기록이라 백신 정보 없음.)

기사 등록일: 2021-09-23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앨버타 집값 내년까지 15% 급..
  첫 주택 구입자의 모기지 상환 ..
  로블로 불매운동 전국적으로 확산..
  에드먼튼 건설현장 총격 2명 사..
  개기일식 현장 모습.. 2024.. +2
  해외근로자 취업허가 중간 임금 ..
  앨버타 신규 이주자 급증에 실업..
  앨버타 주민, 부채에 둔감해진다..
  연방치과보험, 치료할 의사 없어..
댓글 달린 뉴스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개기일식 현장 모습.. 2024.. +2
  <기자수첩> 캐나다인에게 물었다.. +1
  캐나다 무역흑자폭 한달새 두 배.. +1
  캐나다 동부 여행-네 번째 일지.. +1
  중편 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