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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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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연준은 규원이 잘 있는 지 확인하고 싶어 졌다. 아니, 동생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인생을 송두리째 던져 버린 그 아픈 얼굴이 갑자기 보고 싶어 졌다.

벌써 어둑어둑해져서 규원은 퇴근해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엔 규원이 쉬지도 못 하고 직장 다니는 게 마음에 걸려 싸가지에게 또 한 소리 했었지만 그래도 일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소개 해 준 싸가지가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연준은 차를 옥탑방 건물 밑에 대고 올라 가려다 빈 손이 부끄러워 같은 건물에 1층에 있는 슈퍼에서 귤 한 봉지를 샀다. 막 거스름돈을 받고 슈퍼 문을 나서는데 쨍그랑 거리며 물건이 규원의 옥탑 위에서 떨어지고 버럭 버럭 소리지르는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너 한테 어트케 했는데… 어트케 했는데 이년아…
여기 숨어 있음 못 찾을 줄 알았어?”

당황한 연준이 부리나케 옥상으로 튀어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몇몇 가재도구들이 문 밖으로 내동댕이 쳐져 있고 옥탑 문을 열자 강남 땅투기 사모님처럼 치렁치렁 차려 입은 뚱뚱한 중년 여성이 이제 막 규원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채려 하고 있다.

“그만두지 못해요?”

연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움찔한 중년 여인이 손을 멈추자 연준이 재빨리 다가가 둘 사이를 떼어 놓고 규원을 감싸 안아 보호 했다.

“괜찮아요? “

규원은 그냥 울고만 있고…

“허? 이건 또 누구야? 이제 보니 이거…
얌전한 고양이 어디 먼저 올라 간다더니…
이혼한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사내 새끼랑 동거 하냐?”

당황한 건 규원이었다. 자신이야 어떤 모욕을 당한다 해도 상관 없지만 연준은 그리 되면 안 된다.. 안 된다.. 규원은 수없이 속으로 외쳤다…

“아니에요 어머니… 이 분은 그런 분 아니에요…”

“누구 십니까? 남의 집에서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나? 나 얘 과거에 시애미였던 사람이다… 왜?”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가 주세요…
경찰 부르겠습니다”

“경찰? 하~ 그래… 전화 값 아끼게 생겼다 야…
불러라… 불러서 어디 이 도둑년 부녀 좀 털어 보자고…”

규원은 울기만 할 뿐 아무 반격도 못한다. 그런 규원을 바라보던 연준이 규원에게서 설명 들을 수 없음을 깨닫고 중년 여인에게 조용히 이야기 한다.

“우선 나가시죠… 나가서…”

“이거 왜 이래? 제 삼자는 빠져…
야~ 너 내가 어트케 해 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
애들 찾으라고 돈까지 만들어 줬는데… 집 안 폐물을 다
훔쳐가? 어딧어 그 새끼? 니 양부인가 뭔가 하는
그 인간 말종 새끼 어딧어?”

여기까지 들어 보니 연준도 짐작이 갔다. 보나마나 그 양부란 사람이 규원을 만나러 찾아 갔다가 집 안 폐물들까지 손을 댄 것이겠지… 휴… 어찌 해야 하나…

“그래… 오늘은 너 죽고 나 죽자… 폐물 돌려 받을 때 까지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간다 내가…”

연준이 다급해졌다.

“제발 부탁 합니다… 임신한 사람이잖아요…”

“임신? 누구 새낀지 어트케 아냐? 그러게 천한 년이라고 그렇게
내가 반대 했었는데…”

연준의 참는 게이지도 임계점에 다 달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반격을 시작하려는 찰라, 싸가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연준의 행동을 가로 막았다.

“이런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덩어리 같이 생긴 분이
어디서 귀신 레모나 까먹는 소리 하고 자빠졌어?
주딩이를 확 오바로꾸 쳐 벌랑게…”

드디어 싸가지가 잘 하는 오로지 한 가지, 그의 욕 실력이 빛을 발하려는 참이다.

“못 생긴 아저씨?”

연준은 싸가지가 이렇게 반가웠던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걱정도 되었다. 어쨌든 규원 쪽에서 잘 못 한 일이니 말이다. 손짓 발짓 하며 말리려 한다..

“안돼… 그게…”

“썃다 마우스~~ 배운 놈들은 빠져 잉…
보아 헌게… 말 하는 싹퉁머리를 보니께
나 만큼 못 배운 뚱뚱이 같은디…”

“뭐 뚱뚱이?”

“무식한 사람은 무식한 사람하고 말이 통하는 겨…
왜 뚱뚱이가 마음에 안 드는가?
뚱땡이는 워뗘?”

“뭐..뭐.. 이런 쌍무식한 인간이 다 있어?”

그러자 싸가지가 문 밖에 잠시 놔 두었던 바가지를 들어 올려 뿌릴 듯 위협한다.

“그려… 무식한 놈은 눈에 뵈는 게 없는 겨…
도둑 맞은 거는 훔친 눔한테 가서 찾고…
이거… 거름 한 바가지 퍼 왔는디…
부연 설명, 즉 쉽게 얘기 해서 똥이여 똥국물…
당장 튀어 나가는 게 좋을 껴…
그 비싼 핸드백에 확 집중적으로 뿌려 벌랑게…
그거 몇 백은 되어 보이는데 말여?”

“뭐… 뭐 이런 인간이?”

“이거 그냥 확… 그냥 뿌려 불어?”

“엄마~~”

뚱뚱이가 기겁을 하고 밖으로 도망 나간다. 다행이라 크게 한 숨 쉰 후 싸가지에게 연준이 엄지 손가락 하나를 올려 보여 준다. 싸가지도 씨익 웃으며 윙크를 하더니 바가지에 들어 있는 걸 벌컥 벌컥 마셔 버린다. 놀라는 연준과 규원~~

“커어~~ 물 맛 조오타~~
아 참.. 비린내~~ 너 더덕하고 도라지 값 오 만원 내놔라”

싸가지는 방 안을 정리하고 연준과 규원에 옥상 마당에 어수선하게 널브러진 가제 가재 도구들을 주워 담고 있다. 슬쩍 슬쩍 규원을 쳐다 보는 연준이다. 걱정이 되니 말이다. 모처럼 직장도 다니면서 밝아 졌는데…

“괜찮은 거에요?”

“죄송해요…”

“괜찮냐구요?”

그런데 의외로 자신의 이마를 열 있는 지 없는 지 체크 하듯 만지며 함박 웃음을 짓는 규원이다.

“열도 없고… 맥박도 정상이고… 무슨 일 있었나요?”

그제서야… 연준이 좀 안심이 된다. 규원을 만난 후 정말 처음 보는 밝은 모습 아닌가?

“와~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사실 규원은 이제 더 이상 연준에게 자신의 힘든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다. 지금까지 도와 준 것에 대한 고마움만 해도 어찌 이루 말 할 수 있을까? 20대 짧은 평생을 살아 오면서 자신을 보살펴 주고 도와 준 사람은 형사 반장님 빼곤 처음이었다. 그런 연준인데 자신 때문에 계속 힘든 일을 당하니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 때문에 봉변 당하시고… 죄송해요…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그 소리 좀 안 하면 안 되요?”

“저 이제 괜찮아요… 이제 절대… 나쁜 짓 같은 거 하지 않을 거에요…”

“Promise~~ 나랑 약속 한 거에요…”

규원과 연준이 서로 웃고 있는데 방 안 청소 하던 싸가지가 닦던 걸레를 집어 던지며 씨부렸다.

“아니 저 새파란 분들이 어르신은 걸레 흔들고 계시는데
흥겹웁게 지져 귀고 자빠졌네~ 어이 비린내~~”

그러면서 슬쩍 문 밖으로 나와 두 사람에게 다가간다.

“더덕 값 오 만원 내 놔 인마…”

“그걸 왜 나한테 달래? 규원씨 줬다면서?”

“그러니까 인마 니가 내야지… 이 샥시가 니 깔따….”

전에 이야기 한 것처럼 싸가지에게는 본능적으로 길러온 주둥이 브레이크가 있다. 좀 더 나갔다 싶음 즉각 브레이크를 잡아 삶의 역경을 헤져 나갈 수 있게 도와 주는 최첨단 장치다. 새끼 손가락까지 올리며 깔따구라는 저급한 단어를 사용하려다 첨단 센서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렸고… 잠시 다른 단어를 검색 중인 486 컴퓨터다.

“그러니까 인마… 이 샥시랑 너랑 거~ 시~ 기~~~ 한 사이니깐
니가 내야지 인마”

하지만 오히려 당황한 건 규원이었다. 어찌 자신 같이 하잖은 여자가 감히…

“그런 거 아니에요 아저씨… 진짜에요…”

상황이 재미 있는 지 연준은 연신 미소 지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럼 말이여… 샥시~ 낼 서울 동대문 시장 원단 하러 간다 그랬지?
어이~ 비린내~ 니 차 좀 써야 쓰것다?”

“내 차를 왜 써?”

“그럼 오 만원 내던지 시방?”

“정말 괜찮아요… 샘플만 체크 하는 거라 저 혼자 다녀 와도 되요…”

“샥시는 가만 있으랑게… 워쩔껴?”

“뭐… 못 생긴 아저씨한테 그냥 오 만원 빼앗길 순 없으니…
가기 싫어 죽~~겠지만… 하는 수 없지 뭐…”

“가기 싫어 죽겠는 눔이 턱이 빠지도록 좋아서 허벌레 거리냐?”

그러자 규원이 웃음을 참지 못 하고 터진다.

“어? 이 샥시 웃었네… 웃었다~ 얼씨구나~~ 좋구나~`”

어색한 분위기 없애는 대는 싸가지 따라올 사람이 없다. 덩실 덩실 춤까지 춘다.

“에해야 디야~~ 자진 방아를 돌려라~~”



기사 등록일: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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