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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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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건너편 문방구 담벼락 옆에 빨간색 타우너 한대가 바짝 붙어 주차 되어 있다. 바로 두 멍충이가 탄 차다. 덕구와 명철은 겨울용 두꺼운 외투까지 쳐 입고 덜덜 떨고 있다.

“그러니까 임마 내가 감기약 좀 먹자니깐…”

“모르는 소리 마세요 형님.. .감기는 약이 없어요…
우리 나라가 항생제 남용 일등이라잖아요?”

“찜질방이라 TV를 끌 수도 없고 정보의 오남용이다.. 정보…”

“암튼… 덕구는 오늘 차 안에서 안 나갈 겁니다… 그런 줄 아슈..…”

“덕구야… 그 시키 나온다 나온다.”

목욕탕 앞에서 만나기로 한 듯 싸가지가 목욕탕에서 나오고 규원의 모습도 보인다. 잠시 후 연준의 승용차가 서고 싸가지와 규원이 차에 올라 탄다.

“형님… 혼자가 아닌뎁쇼?”

“뭐야? 저 두 사람?”

그러나 생각하거나 판단 할 시간 없이 연준의 승용차가 출발 한다.

“일단 따라가 보자… 빨리 출발 해…”

연준이 운전을 하고 규원이 앞자리에, 그리고 싸가지가 뒷자리에 앉아서 마치 기사 둔 사장님처럼 거들먹거린다.

“어이 비기사?”

“비기사?”

“비린내 기사니까 비기사지…”

“풋… 그래요.. 왜 그러십니까 사장님?”

“오늘 일정 알지? 일단 동대문으로 가 주게.. 에헴…
바이어하고 미팅 체크 잊지 말도록 하고…”

허 참… 하기야 이런 때 아님 싸가지 인생에서 언제 사장 대우 받아 보랴…
연준은 이때다 싶어 싸가지의 농담에 미국에서 열심히 본 사극 대사 중 하나를 써먹어 보기로 했다

“옙~ 성은이… 성은이.. “

근데 다음 대사가 확실치 않다… 뭐 더라?”

“아니 이 자식이… 멀쩡히 마누라 옆에 앉혀 놓고 딴 여자 이름을 불러?
성은이가 누구여? 어떤 년이여?”

“에이…아저씨~~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거 하려고 그랬죠?”

“에이 몰라 몰라 안 해…

“조강지처 버리면 십 리도 못 가서 무좀 생기는 겨 알지?“

세 사람 다 오랜만에 시원스럽게 웃는다.

“오늘 점심은 제가 살께요…

“어허.. 비서 실장은 나서지 말고…
비기사~~ 니가 사”

“사장님이 사야지 드라이버가 사는 법이 어딧어?”

“우리 회사는 기사가 사는 겨… 됐냐?”

“아저씨”

“되얐어… 샥시가 사면 내가 비싼 거 못 먹잖여?”

어느덧 연준의 차가 고속도로로 들어 섰다. 덜덜거리는 타우너로 뒤쫓고 있는 덤앤더머 형제는 죽을 맛이다.

“뭐야 고속도로로 가잖아? 이런 우라질..
톨게이트 돈 내야잖여?”

“가스도 넣어야 하는디..”

“하~ 참… 가스 주유소 어딧는지 찾아 봐라.. “

“운전하는데 내가 어트케 찾아요?”

“아.. 시파.. 내 인생… 뭐 되는 게 없냐…”


동대문 거리는 그야말로 연준에게는 신세계 같았다. 뭐랄까? 신구 문화의 조화, 아니 조화는 아니고 짬뽕? 뜬금없는 우주선 같은 커다란 건물도 있고 줄지어 늘어선 노점상들하며…

한국에 와서 줄곧 나름대로 바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관광이나 구경을 다녀 본 적이 없어 연준에게는 더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거기다 연준이 자란 곳은 한인들이 없는 지역이라 대도시 나와서 일부러 찾아가 맛 본 한국 음식 비스무리한 국적 불명 음식만 먹어 봤기 때문에 더더욱 신이 났다.

“신기하다… 저거 떡뽁기~ 저거 먹어 보자”

“매울텐데요…”

“괜찮아요… 저 매운 거 잘 먹어요…”

멀찍이 숨어 있는 두 멍충이가 더 열불 받는다.

“저.. 저것들 떡볶이 먹는다~~
형님! 느낌 상 오늘 또 허탕 치는 거 아뉴?”

“아이 시파… 주차비 나가는데…”

떡볶이, 순대 그리고 각종 튀김들이 연준의 눈을 사로 잡았다. 떡볶이와 순대 등등을 시키고 설레어 연준은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 연준이 싸가지는 못마땅하다. 겨우 이런데 와서 떡뽁기냐? 소갈비쯤 먹어줘야 한달 일정이 무난해지는데 말이다.

“니 혼자 다 처묵어라…”

“어디.. 어디… 음… 맛있다… “

그러나 조금 시간 지나자 연준의 얼굴이 완전 빨개진다. 맵다… 매워…

“Oh my goodness!! 물… 물…

“여기요.. 거봐요 맵다고 그랬잖아요…”

“쌤통이다 비린내…”

“어휴… 매… 매운데.. 맛있어요… 좋아요.. 하하하”

“좋기도 하것다… 얼릉 돈이나 내 가게…”

“돈? 나 카드 밖에 없는데?”

“그럼 어쩌라고?”

연준이 아무 말 없이 싸가지만 쳐다 본다.

“나? 날 세탁기에 넣고 돌려 봐라 인마…..돈 나오나…”

“제가 낼게요… 여기 얼마에요?”

그러자 얼른 싸가지는 밖으로 나간다

“자~~ 소갈비 먹으러 가자~~”

그러나 싸가지의 계획대로 소갈비를 먹으러 가기까지는 너무 많은 훼방꾼들이 널어서 있었다. 연준은 노점상 하나 하나 다 참견하며 먹어 보고 만져보고 또 느껴 봤다.

싸가지가 자꾸 소갈비 먹으러 가자고 훼방을 놓았지만 싸가지도 오랜만에 나온 마실 바람이 싫지는 않은 눈치다. 규원도 즐거웠다. 얼마만인가? 동생들, 그리고 양부 그리고 죽음… 모두 내려 놓고 이렇게 가볍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역시 싸가지는 소갈비 먹으러 가자고 계속 지랄을 친다. 그러나 정작 세 사람이 간 곳은 중국집이었다. 연준이 미국에서 본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얼굴 전체에 짜장 범벅이 되어가며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 생각나 가자고 했고 순간 싸가지 소갈비는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맛나게 먹고… 즐겁게 웃고… 소갈비 노래를 부르는 싸가지는 탕수육 하나로 입 막아서 어쨌든 세 사람 다 모두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연준은 잠시 이들이 가족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물끄러미 싸가지를 쳐다본다. 오랫동안 연준이 고민한 것이 있었다. 용서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용서랑은 좀 다른 의미다.

지금껏 연준이 가슴 속 가득 채운, 자신을 버린 조국, 부모에 대한 울분, 분노와 지금의 용서와는 다른 이야기였다. 분노하고 때론 증오 했지만 그렇다고 자식을 버린 부모와 조국을 용서하고 안 하고 할 자격이 연준에게 있다는 것은 아니라 평소 생각해 왔었다.

이율배반적이다. 가슴 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용서 하거나 또는 감정적으로 보듬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가슴 저 끝자락에선 그래도 부모가 자신을 버린 절박한 사정이 있으리라, 그래서 자신의 분노가 그것에 의해서 사그라졌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램만 있었다.

이런 복잡한 심정으로 연준이 싸가지를 쳐다보고 있는데 싸가지는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때수건 가게를 두리번거린다. 빌딩 내 복합 상가라 매우 복잡하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비상이 걸린 건 명철과 덕구다.

“형님~ 잘 안 보이는댑쇼?”

명철이 다급한 마음에 주위를 살피자 마침 천정 수리를 하다 방치 해 놨는지 기다란 A자 형 사다리가 놓여 있다. 명철이 잽싸게 올라가자 덕구도 따라 올라 간다.

“보인다 보여~~”

싸가지가 장난스럽게 주머니에서 예의 그 고속버스 기사 선글라스를 꺼내 끼고 마치 007 접선 하듯 평소 알고 지내던 때 타올 도매 사장에게 다가가 간다. 그리곤 의식적으로 주위를 살피곤 사장에게 이야기 한다.

“물건은 준비 되았지?”

그러자 사장도 항상 치는 장난이라 맞받아쳐준다.

“대금부터 보여 주는 게 순서 아닌가?”

그러자 사다리 위에서 귀가 왕방울만해져서 듣고 있는 두 멍충이가 비상이 걸린다.

“저… 저거… 형님 대사가 그럴 듯 합니다요…”

“시끄러 봐 임마 안 들려…”

싸가지는 한 술 더 떠 바짝 들이대 입 모양까지 손으로 가리면서 이야기 한다.

“히히 순진하게 날 믿는 건가? 내 뒤 쪽을 봐라.. “

사장이 싸가지 뒤 쪽을 보자 그 곳에 서 있던 규원과 연준이 보인다.

“포기 하는 게 좋을 거다…
니 구린내 나는 뒷거래는 내가 속속들이 다 알고 있응게…”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태리 타올 뭉치가 싸가지 대갈통을 후려쳤다

“예라~이… 이 놈아… 나이가 몇 살인데 맨날 이런 장난치냐?
장단 좀 맞춰 주면 날 샐라고 그래 아주…”

“이 시키가 감히 어디 어르신 용안을 터치 하고 지랄이여?”

“까불지 말고… 옛다… 이태리 타올…. 비누 두 박스… 안면 팩!”

그러나 이 상황에서 더 실망한 것은 두 멍충이였다.

“뭐야? 때수건 사러 온 겨?”

“이런 씨~~”

이 때 물건을 다 챙긴 싸가지와 연준, 규원이 되돌아 명철과 덕구의 사다리 쪽으로 온다. 얼른 고개를 벽 쪽으로 돌려 숨는 두 사람이다. 싸가지가 무사히 지나가는 듯 하자 안심을 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데 지나가던 싸가지가 갑자기 멈춰 선다.

“이상 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디…”

하면서 두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기겁을 한 두 사람이 사다리 위에서 몸을 숨기려 지랄을 치다가 사다리가 쓰러진다…

“어..어.. 넘어 간다~’

싸가지가 정작 두 사람이 아닌 매장 주인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아니네.. 잘 못 본 거네…”

그러다 사다리 쓰러진 쪽을 보며 또 얄밉게 한마디 한다.

“조심들 좀 하시지~”

싸가지가 사라지자 쓰러진 명철과 덕구가 고개를 든다.

“덕구야… 허리 나갔다…”

“형님~ 위로 받고 싶어요…”

기사 등록일: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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