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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격리 - 꿈의 소나타 ‘열정’ 체험수기(6/6) 이명희(목향)
 
부랴부랴 위약금을 물고 태평양을 건너왔다. 이게 무슨 난리인가. 계획했던 일과 여행은 실행도 못 해 보고 집과 능만 오가다 돌아왔다. 이민자들의 고국 방문은 삶의 단내를 씻어내는 일인데 타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신토불이는 누려 보지도 못하고 ‘지루한 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이곳이 지루한 건 알겠는데 왜 천국이라 불리는지 따져봐야겠다. 미루어 보건대 안전하면서 자연환경, 교육환경이 좋아 천국이라 붙여진 모양이다. 나는 ‘지루한 천국’에서 2주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겨울이라 감옥살이는 견딜만했다.

이곳은 3~4월에도 눈이 오는 곳이라 그러려니 하고 산다. 겨울이 긴 곳에 살면 사람도 동면하는 동물과 리듬이 같아진다. 여기는 3~4월까지는 겨울이다가 5월이 되면 봄인지 겨울인지 헷갈리다가 6월이면 헐레벌떡 여름이 다가온다. 봄을 건너뛴 겨울과 여름의 인수인계라고 할까, 한국은 2월에 꽃망울이 수줍게 꿈틀대는데 이곳은 갑자기 내리는 눈으로 교통이 마비되어 견인차, 응급차, 경찰차가 눈 위의 실루엣을 이룬다. ‘저기 차가 빠졌군, 교통사고가 났네.’ 이런 광경은 한국서 막 돌아온 따끈따끈한 기억, 온탕과 냉탕의 느낌이다.

그 동안 나는 공동체에 매이는 걸 싫어하고 단체보다 개인적 교제를 선호했다. 일대일 레슨이나 글쓰기가 나와 찰떡궁합이었다. 이러한 특성이 이민 생활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나 보다. 유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민 와서 여기 문화를 견디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돌아가는 예도 있다. 타국에 살다 보니 이민자들은 모험심이 강하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외롭고 힘들어도 척박한 땅에 뿌리를 잘 내린다. 먹고 노는 일보다 바위틈에 떨어져 싹을 틔우듯 그들만의 적자생존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는 현상’처럼 남의 나라에서 경쟁력 있게 잘 산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로 전 세계가 당황하고 새로운 문화 규칙까지 생겼다. 나라마다 자구책으로 ‘자가 격리’와 ‘거리 두기’를 원칙으로 한다. 처음 이민 왔을 때랑 환경이 비슷하다. 영어가 안 되니 외국인과 거리를 두고, 말이 안 통하니 가족끼리만 지냈던 상황 말이다. 이민자들은 대체로 가족 중심적이다. 폭넓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사업을 하거나 성공한 주류에 속한다.

새로운 풍경이 도래했다. 음식도 쇼핑도 온라인으로 해야 한다. 세계적 전염병이 인간의 문화를 통째로 바꿔 버렸다. 처음 겪는 사람들은 자가 격리가 숨 막히고 살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고국과 격리되어서인지 적응이 쉽다. 갈 데, 먹을 데, 놀 데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거리 두기’나 ‘자가 격리’는 자체만으로 우환이었을 것이다. 지금 나는 황혼기의 초입에 있다. 몇 년 전부터 독야청청했던 틀을 깨고 동적인 생활로 전환했다. 소극적 창작에서 자연에 눈을 돌려 개방적이고 체험적인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가 나의 발목을 잡는다. 세계의 문화나 패션이 유행하듯 코로나가 유행하여 나라마다 다투어 국경을 닫고 있다.

자가 격리는 누군가에게는 수양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우울감을 줄 수 있다. 나는 이민 생활의 긴 자가 격리 끝에 다양한 체험을 맛보았다. ‘즐거운 지옥’보다 ‘지루한 천국’에서 여러 가지 도전을 했었기에 성과도 있었다. 그렇다고 탄탄대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앞서가는 열정으로 가족이 피곤했고 갈등도 있었다. 이제는 자식들이 독립하여 부부 중심의 삶이 시작되었다. 사사분기의 인생을 돌이켜 보면 내게는 감사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남은 일 분기도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자기실현의 단계’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욕심은 버리고, 나이 듦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한 글쓰기와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며 살려 한다.

*그동안 저의 체험수기 1탄~6탄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 등록일: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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