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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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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자신이 장기 투숙하는 관광 호텔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 하고 있다. 자신이 들고 다니던 작은 가방을 들고 내리려는데 뒷 자석에 놓여 있는 봉투가 보였다. 규원에게 주려고 자신이 만든 대학 안내 서류 봉투였다. 다음에 다시 돌려 줘야겠다 싶어, 연준은 봉투를 집어 들어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고 차문을 닫았다.

호텔 방 문을 열고 들어 오는 연준은 조금 초췌해 보였다. 계속 긴장하다가 규원을 집까지 데려다 준 후라 긴장이 풀려서 인지 조금 피곤함을 느꼈다. 탁자 위에 가방과 손에 들었던 봉투를 던지고 대충 웃옷을 벗어 걸어 놓곤 냉장고에서 음료수 캔을 하나 꺼내 따 벌컥벌컥 마신다. 이제서야 한 숨 돌린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자신이 조금 전 던져 놓은 탁자 위 봉투가 눈에 들어 오는데 하나가 아니라 두 개다. 뭐지? 잠시 생각해 보니 싸가지가 두 사내에게 받은 봉투 같았다. 그 때 두 사내가 싸가지를 협박 한다고 내지르면서 준 봉투 아닌가? 싸가지가 차에 놓고 비몽사몽간에 그냥 내린 것 같았다.

다가가 소파에 철퍼덕 몸을 던지곤 문제의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봐도 되나? 싶어 잠시 망설이다가 서류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보는데… 연준은 싸가지가 아기를 안고 있는 빛 바랜 사진이 나오자 대경실색한다.

“이… 이건… “

그리곤 급히 서랍 속에 갈무리 해 두었던 자신의 서류 뭉치를 꺼내 그 사이에 있던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 포즈는 조금 다르지만 방금 봉투에서 나왔던 사진과 같은 사진이다..

“이… 이게 어떻게…”

놀란 마음에 숨을 몰아 쉬던 연준이 사진 밑의 서류를 꺼내 황급히 살펴 본다.

“양육권 포기 각서…
상기 본인은 주지한 금액을 받음과 동시에 기 표시된 본인의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포기함을 각서 합니다”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연준이 “상기 본인, 조봉남? 본인의 子, 조연준?” 이란 대목에서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한 충격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조… 조봉남… 조…조연준”

연준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각서를 들고 있던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을 그냥 입양 시킨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팔았다는 이야기고 그 증거였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해 아무 것도 생각 할 수 없었다.

이 봉투가 왜 싸가지에게 전해졌으며 이걸 전해 준 그 두 사람은 누군지 그런 인과관계는 아예 생각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자신을 낳아 준 부모가 그 어린, 갓난 아이를 돈 받고 팔았다는 사실에 망연자실, 완전히 혼이 나간 사람이 되어 버렸다.

“조.. 조봉남… 조.. 조연준…”

혼자서 계속 두 이름을 되 뇌이던 연준은 지속된 과호흡으로 정신이 몽롱해졌다. 급히 봉투를 꺼내 입을 막고 내뱉은 이산화탄소로 다시 두 세 번 호흡을 아니 조금 안정이 되었다. 그러자 이내 눈물이 쏟아지며 서럽게 흐느껴 운다. 그렇게 서럽게 울다가 돌연 외투를 집어 들고 연준은 호텔방을 뛰쳐나갔다.


연준이 밤길을 미친 듯이 달려 도착한 곳은 바로 싸가지의 목욕탕 앞이었다. 아직도 영업을 하는지라 문도 열려 있고 불도 켜져 있었지만 연준은 들어 가지 못 하고 그저 바라만 본다.

이제 연준의 얼굴에서 눈물도 흐르지 않는다. 한참을 목욕탕을 쳐다 보던 연준이 뒤돌아 정처 없이 터벅터벅 길을 걷는다. 어쩌면 지금 자신이 이렇듯 실망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들어 올 때부터 이미 각오한 일이 아닌가? 돈 밖에 모르는 아버지란 사람의 모습을 지금껏 봐 오지 않았던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리 서운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걸까?

걷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규원의 집 앞이다. 규원의 옥탑방을 올려다 보던 연준이 가게로 들어가 캔맥주 한 꾸러미를 나가지고 나와 옥탑방으로 올라 간다. 조금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규원은 자지 않는지 방에 불이 켜져 있다. 연준은 그런 규원의 방을 말없이 쳐다 보았다. 왜 이곳에 온 것일까? 초인종을 누르려던 연준의 손이 갑자기 멈춰 선다. 그리곤 이내 규원의 방 담벼락에 털썩 기대 앉는다.

벽에 기대 앉아 밤 하늘을 바라보니 촌구석이라 그런지 제법 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별들을 바라보는 연준이 갑자기 가슴이 벅차 올랐다. 연이어 눈물이 주르르 볼 살을 타고 내린다.

실망하지도, 아파하지도, 울지도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는데 이토록 눈물이 나는 건 그나마 그 동안 싸가지랑 생활하면서 정이 들어서 더 한 것일까?

연준이 캔맥주 하나를 꺼내 들어 꼭지를 딴다. 한 모금만 마시면 다 잊을 수 있다. 연준이 미친 듯이 맥주 한 캔을 다 들이켰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연준의 바램과는 반대로 숨이 헐떡일 정도로 심장이 박차고 요동치면서 진정이 되지 않았다.

외롭다.
연준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고 싶다. 미국에 있는 집에 가고 싶다..
이 곳… 한국에는… 내 집도… 부모도 없다…

집에 가고 싶다.
연준이 그런 생각을 하며 두 번째 맥주 캔을 따서 입가로 가져가 보지만 이내 정신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새벽녘의 푸르스름함이 창 문틈을 비집고 규원의 방에 스며들자 규원은 이내 눈을 떴다. 오늘까지 쉬기로 해서 좀 더 자도 되지만 왠지 모르게 일찍 눈이 떠졌다. 일어나 우선 커피 메이커에서 전에 썼던 거름 종이를 꺼내고 새 걸로 갈아 커피를 넣고 물을 내렸다.

헌데 방 안이 서늘해 보일러 스위치를 보니 빨간불이 들어 와 있다. 물을 빼줘야 한다는 생각에 규원이 가디건을 걸치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문을 열고 나와 보일러실 쪽으로 가려는데 어렴풋이 무언가가 보였다. .

“누..누구?”

가까이 가 보니 연준이 쓰러져 있다.

“여.. 연준씨.. 연준씨~”

규원이 놀라 연준을 흔들어 보지만 연준은 깨어나지 못했다. 어쩔 줄 몰라 하다 옆에 놓여진 캔맥주를 보곤 술에 취한 것이라 생각이 되어 일단 조금은 안심이 되는 규원이다. 우선 안으로 옮겨야 한다. 저체온증이라도 걸리면 큰일이다.

규원이 끙끙거리며 부축을 하자 연준도 흐느적거리지만 조금씩 발을 옮겨 규원을 도와준다. 겨우 소파까지 부축해 연준을 던지다시피 뉘였다. 그리곤 겉 옷과 신발을 벗기고 서둘러 담요를 덮어 주었다.

이마를 만져보니 다행이 열은 없다. 단순히 술에 취한 것이다, 규원은 그제서야 나머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생각해 보니 술 깨는 약도 사야 하고 해장국 재료도 사야 할 것 같았다. 서둘러 외투를 집어 들고 규원이 현관문을 나섰다.


보글거리는 찌개 끓는 소리와 도마 소리에 연준이 살며시 눈을 떴다. 이내 지끈, 두통이 엄습해 온다. 인상을 찌푸리며 연준은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쓴다. 여기가 어디지? 그래… 규원씨 방이다.

“정신이 좀 드세요?”

찌개를 끓이던 규원이 가스 렌지 불을 끄고 얼른 연준에게 다가 왔다. 연준이 인상을 찡그리며 상체를 일으키자 규원이 미리 만들어 랩을 씌어 놓았던 꿀물을 연준에게 건넨다.

“마시세요”

갈증을 느끼던 참이라 연준이 벌컥거리며 꿀물을 넘겼다.
규원이 기다리다 꿀물 그릇을 연준에게 받아 들곤 이번에는 숙취 음료를 따서 연준에게 건네 준다.

“어떻게 된 거에요? 왜 들어 오지 않고 밖에서…”

연준이 숙취 음료까지 다 마신 후 규원을 쳐다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말 잘 듣죠 저…”

하지만 규원은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무슨 일이에요?”

“아… 냄새 좋다… 배고픈데… 밥 좀 주세요…”


연준은 밥을 게걸스럽게 입에 우겨 넣었다. 규원이 앞에 앉아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지만 더 이상 물어 보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이 알 수 없고 견디기 힘든 적막감만 두 사람 사이를 휘감고 있다.

“와~ 정말 맛있다… “

연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커피 할래요?”

“어떻게 알았어요? 커피 정말 먹고 싶었는데…. 빨리 주세요…
더블 더블~~”

연준이 과도하고 부자연스럽게 부산을 떤다. 규원이 커피 메이커로 가서 커피를 따르고 설탕과 크림을 타는 동안 또 다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규원씨~”

커피를 만들던 규원이 돌아 본다.

“이제… 돌아 갈 때가 된 것 같아요…”

규원이 깜짝 놀라 티스푼을 놓친 뻔 한다.

“네..네?”

“집에 가고 싶어요…”

규원도 똑 같았다. 연준이 실망 안 하리라 다짐하고 다짐 했지만 상처를 받았듯, 규원도 어차피 연준은 미국으로 돌아 갈 사람이고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이 그저 자신을 불쌍히 생각해서 도와 준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당황스러웠고, 또 당황스러워 하는 자신의 모습이 다시 한번 규원을 당혹스럽게 했다.

“아.. 아버지… 얘기 하셨어요?”

“네?... 아… 네…
얘기… 얘..얘기 했어요… 너무 좋아 하시고…
너무 힘들어서 입양 시켰지만…
그 동안 절 계속 찾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잠시 또 적막이 흐른다. 연준은 자신이 한 거짓말에 할 말을 잃었고 규원은 연준이 정말 가야 할 때 이구나 라는 생각에 말을 잇지 못 했다.

“잘 됐네요… 축하해요 연준씨!”

규원이 커피를 가져다 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고.. 고맙습니다”

규원이 지금까지 계속 묻고 싶었던, 가장 알고 싶었던 한 마디를 물어 본다.

“어… 언제 돌아 갈 거에요?”

“ASAP… 최대한 빨리요…”

규원은 가슴 한 구석이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충격이 컸다. 그만큼 자신이 연준에게 너무 기대고 있었던 것일까? 아직 헤어짐에 대해선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헤어지게 될 줄 진정 몰랐다. 하지만 빨리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규원이 애써 밝게 웃으며 이야기 했다.

“제가.. 제가 뭐 도와 드릴 거 없나요?
으.. 음식이라도 준비 해야 하나? 아님… 그…”

“오늘 고마웠어요 규원씨…
감사 합니다”

규원은 대답할 수 없어 연준을 쳐다 만 본다.

“저… 갈께요…”

연준이 돌아서 현관문을 나선다. 하지만 규원은 따라 나가지도 잘 가란 인사말도 하지 못한다. 잠시 후 한 줄기 눈물만 그녀의 두 볼을 타고 흘러 내릴 뿐이었다.


기사 등록일: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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