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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나비 – 신영배 >>시 감상 / 이명희(목향)
 
잎사귀 위에 물방울이 앉아 있다 손끝을 대본다 꿈

이라면 좋은 날, 넘어져도 좋겠지 이렇게 물로 날개

를 펼치고 물로 아지랑이를 부르고 물로 처녀막을 두

르고 물로 꽃을 열고 닫고 물로 빨강을 입었다 벗었

다 물로 암내를 흘렸다 주웠다 물로 파랑과 놀다 노

랑과 붙다 물로 바람을 피우고 햇살을 뿌리고 물로

반짝반짝 물로 팔랑팔랑



나는 행동이 팔랑거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동물도 조용한 사슴을 좋아한다. 보통 끼가 있고 꼬리 치는 사람을 여우로 비유한다. 그러나 팔랑거리는 나비는 아름답다.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하고 벌을 부른다. ‘꽃과 나비’는 뗄 수 없는 존재다.

이 시는 물로 마법을 부리는 것이 특징이다. 물방울이 여우처럼 둔갑을 부렸지만, 꽃이 피어나는 과정, 즉 자연을 묘사한 것이다. ‘암내를 흘렸다 주웠다 물로 파랑과 놀다 노랑과 붙다 바람을 피우고’ 물방울이 날개 달린 나비를 부르고 아지랑이 속에서 꽃가루를 흘리는 모습이다. 과연 잎사귀 위에 맺힌 물방울을 검은 마수로 볼 수 있을까. ‘손끝을 대본다 꿈이라면 좋은 날, 넘어져도 좋겠지’ 물방울이 나비를 꼬드겼다 해도 물방울의 이미지는 순수함이다.

사실, 나비가 물을 가까이하기란 쉽지 않다. 행여 날개가 물에 젖으면 힘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시인은 자주 예상 밖의 사건과 상황을 시어로 표현한다. 어떤 시에서는 피아노가 물속에서 소리를 낸다는 표현을 썼는데 물의 압력으로 피아노는 소리를 낼 수 없다.

그녀의 시어는 심각한 편인데 이 시는 그 중 편안한 시가 아닌가 싶다. 신영배 시인의 시는 심리적으로 복잡하다. 난해한 시는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이 시는 명료하면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물방울로 온갖 끼를 다 부려 본다. 꽃과 여자는 물과 관계가 깊은데 태아가 양수에 열 달 동안 담겨 있는 것도 자연의 이치다.

‘물로 암내를 흘렸다’ 물로 날갯짓을 하여 노랑 꽃, 파랑 꽃에 넘나드는 모습은 나비에 빙의하여 일탈을 원하는 시적 화자의 욕구로 보인다. 이 모든 순서는 물방울이 만든 교태이다. 모든 생물의 욕망이다.

기사 등록일: 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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