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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새해 아침 단상 _청야 김민식 (캘거리)
 
먼동의 아침노을이 구름 사이로 이글거립니다. 임인년에 이어 계묘년 새해 아침에도 지척의 로키산맥
SW 남서쪽 유대인 CHEVRA CADISH CEMETERY 공동묘지 언덕주변을 산책하면서 일출을 맞았습니다.
구름에 가려 일출이 예정 시간을 넘기면서 기다리는 동안 마음 내내 희망의 소식보다는 어두운 새해 소식들로 점철된 신문 기사들이 아른거려 우울하고 불안한 기운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아침 해가 잿빛을 뚫고 하루를, 일년을 밀어 올리는 이 순간, 하얀 온 세상이 출렁이는 금빛 물결로 넘실거립니다. 로키산맥, 끝이 없이 드넓은 유채 벌판이 나의 언어로는 도저히 형언 할 수 없는 신비롭고 선한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자연의 세상은 나에게 매일 계속해서 자기의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이 말과 시인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 만 보여준다면 노년의 생활은 삭막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형이상학적인 존재 문제만은 아닐 것 입니다.. 세상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 순간에도 선함과 신비로움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삶의 진리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입니다. 변화무쌍한 생명체들이 매일매일 다름으로 변하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에 접어들어 신들린 듯 매일 걷기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다름의 미세한 것들을 보고 듣기를 갈망하기 때문일 것 입니다. 12월 강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그렌모어 호수길을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행진곡에 발맞추며 45분동안 같은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습니다. 눈으로 덮인 세상을 혼자서 걸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여줍니다. 눈 밟는 소리도 저 멀리 로키산 위를 노니는 구름의 모습들도, 바람소리들도, 눈 속에 매일 수놓은 코요테의 발자국의 흔적들과 눈 더미의 무게에 층층이 휘어진 자작나무 오솔길이 선반으로 보이는 것도 다름의 사유들입니다.

이 둘레길이 이제는 고향 길처럼 포근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저녁노을이 지고 묘색이 짙은 시간에 피자 배달을 갔다가 문득 그리워 다시 찾았습니다. 아침에도 걷던 길, 마침 그 시간에 멀리 저수지 건너 코요테의 울음 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그 순간 개들의 울부짖는 소리들이 연이어 들렸습니다.
어우러진 화음들은 로키 바람을 둘둘 말아 감은 채 백설의 호수를 타고 앙상한 자작나무 숲에서 또 다른 화음으로 합창을 했습니다. 귓전에 울리는 천상의 소리, 어느덧 눈가에 눈물이 한아름 고였습니다.

주일과 새해 공휴일이 겹치는 새해 아침, 서로 다른 교회를 섬기는 가족들은 한번도 거른 적이 없는 새해 아침 떡국 모임도 취소당하고 나는 Centre Street Church 주일예배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인 청년이 이끄는 밴드 보컬팀이 은혜로운 찬양을 이끌었습니다. 추남호 교민의 자랑스런 아들이었습니다. 오늘도 설교시간의 누가 복음 19장 삭개오 설교 말씀을 복기하며 호수길을 걷고 난 후, 한인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했습니다. 밤늦도록 가게에서 일을 끝낸 후 눈꺼풀이 가물거려도 세상이 자기의 신비를 지금도 계속 보여 주고 있는 한, 노년의 삶은 살아갈 만 하다고 고백하며 첫날을 마감했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는데 마음을 비우며 로키산맥을 바라보고 걸을 때에 나타나는 이상하고 신비한 용기에 감사의 기도가 넘칩니다.
이제 피자 가게를 운영한지 어느덧 29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지만, 이 늦은 시간이면 끊임없이 물어보는 ‘나는 누구인가?’ ‘남들을 어떻게 하면 기쁘고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인생의 철이 들 때까지 삶의 화두는 계속될 것 입니다.
매우 힘들고 어려운 질문을 겸손한 마음으로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삶으로 무르익어 가기를 새해 첫날에 기도합니다


기사 등록일: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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